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금융지주와 자회사 CEO들의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거취는 명암이 갈릴 것이 분명하다. SR타임스는 금융권 주요 경영진의 리더십을 면밀히 점검하고, 연말 인사를 앞둔 전략과 향후 경영 방향을 분석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NH농협금융지주(농협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수신 규모가 급증하며 이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취임 9개월차를 맞은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은 수익성 개선과 미래경쟁력 제고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6,312억원으로 전 분기(9,146억원) 대비 31.0% 감소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5,613억원)보다 12.5% 증가했다. 농협금융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감소와 보험 손해율 상승 등 부정적 요인이 있었다고 실적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농업지원사업비에 ‘발목’…자본적정성 ‘경고등’
농협금융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5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뒷걸음질 쳤다. 이는 5,000억원에 가까운 농업지원사업비 영향이 크다. 올해 3분기까지 농업지원사원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4,877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 비용 차감 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6,051억원으로 같은 기간 금융지주 순이익 4위 우리금융 순이익 2조7,964억원을 약 2,000억원 차이로 바짝 뒤쫓는다.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 1위는 KB금융(5조1,217억원)이며 이어 신한금융(4조4,609억원), 하나금융(3조4,334억원), 우리금융(2조7,964억원), 농협금융 순이다.

농협금융의 자본적정성과 수익성 지표를 살펴보면, 농협금융은 올 3분기 위험가중자산(RWA)의 급증으로 자본적정성에 경고등이 커졌다.
올해 3분기 농협금융의 RWA는 212조4,7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에도 전년 대비 8.8% 증가한 바 있어, 올해 증가폭이 더 확대됐다.
3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전년 대비 0.76%포인트 하락해 12%대로 내려왔고, BIS비율도 0.6%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15.57%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지만, 4분기의 계절적 요인과 미·중 상호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주의가 필요한 흐름이다.
RWA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는 그룹의 ‘생산적금융’ 중심의 경영 전략이 꼽힌다. 이찬우 회장은 정부가 생산적금융 기조를 본격화하자 선제적으로 그룹 차원의 대응 논의를 이끌었고, 자본시장 내 자산 이동과 기업 자금조달 확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농협은행의 기업여신은 4%대 성장세를 이어갔으며, 포용금융 강화로 ‘소규모 자영업(SOHO)’ 대출도 늘어나면서 RWA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위험가중(RW)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투자 관련 자산의 RWA 부담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출금리 억제와 포용금융 강화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세심한 자본관리 노력이 요구된다.
RWA가 확대됐음에도 농협금융의 수익성 지표는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1% 줄어든 3조9,750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42%포인트, 0.04%포인트 하락한 9.48%, 0.60%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이 특수은행의 성격상 예수금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한 점도 순이익 축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총 원화예수금은 0.4% 줄어든 302조5,873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2.1% 상승한 339조3,36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조달 비용 부담이 큰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어난 218조9,698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성예금 증가율이 유동성예금 증가율(8.5%)을 크게 상회한 점이 비용 확대에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유동성예금은 120조3,664억원이었다.
◆108조 상생금융 추진…수익성·통제 숙제 여전
내년 2월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금융의 존재 이유는 농업·서민 지원”이라며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향후 5년간 108조원을 투입하는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체된 성장성’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연초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전체의 혁신을 주문했고, 3~4월에는 내부통제협의회와 내부제보 활성화를 연달아 추진했다. 사고 예방을 위한 통제 강화와 함께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NH올원뱅크’의 미래 방향을 논의하는 DT최고협의회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핀테크 전략을 점검했다.
8월에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 활성화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각 계열사에 “매출채권·미활용데이터 등 비유동 자산을 유동화해 혁신기업과 소상공인에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10월에는 회장 직속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1월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상생 성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다.
그러나 취임 1년의 성적표는 명암이 교차한다. 상생금융 비전은 뚜렷했지만, 수익성 둔화와 자본비율 하락, 내부통제 부실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줄었고, 순이자마진(NIM)도 하락했다. 예대마진 축소와 이자비용 증가가 맞물리며 자본적정성 지표도 악화됐다. 대출자산 확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은행 부문 강화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증권·보험 계열의 실적이 부진했고, 자산운용 부문은 시장 변동성에 흔들렸다. 여전히 그룹 전체 수익구조가 은행에 편중돼 있다.
내부통제 부문은 개선이 진행 중이나 완결되지 않았다. 일부 계열사에서 임직원 비위나 여신 관리 부실 사례가 재차 드러나며 ‘금융사고 제로화’ 목표에 흠집이 났다. 현장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의 전략이 방향성은 옳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진단한다. 108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은 정책적 명분이 크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대규모 자금 집행을 단계별 파일럿 방식으로 전환해 성과와 부실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리스크·준법감시 조직의 독립성을 높이고, 경영진 보상체계에 내부통제 성과를 반영하는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 비은행 경쟁력 강화는 ‘규모’보다 ‘전문성’이 우선이다. 증권·자산운용 인력을 확충하고,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도 크다.
이찬우 회장은 지난 4일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 회의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상생 성장으로 나아가겠다”며“한국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금융그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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