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카드 등 대환규모 ‘1.6조’

“건전성 개선 착시효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이 1년 새 1,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카드사 대환대출은 다중채무자들이 카드론을 변제하지 못해 채무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시달리던 취약차주들이 ‘탄핵 정국’ 속에서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고 변제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수록 카드사 건전성에는 ‘마이너스’다. 저신용·저소득 차주는 물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서 이상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1조6,19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4,583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카드사 대환대출 잔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1조1,000억~1조5,000억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잔액은 올해 1월 들어서 1조6,987억원으로 불어났다. 8월엔 1조8,797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대부분의 카드사 대환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작은 카드사들의 잔액이 순증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작년 10월 62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955억원으로 215.2% 급증했고, 우리카드도 올해 2,701억원으로 전년보다 25.6% 늘었다. 현대카드도 올해 10월 2,93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했다.

돈을 벌어도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영세 및 중소사업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위험한 외줄타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른바 ‘돌려막기’ 형태로 상환을 미루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카드론 금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면서 시장금리 자체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카드론 금리는 역행하면서 부실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대환대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규로 진입하는 카드론 규모가 폭증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 8곳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지난 11월 공시 기준 14.4%로 높은 수준이었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높은 곳은 우리카드가 15.4%로 나타났고, 롯데카드 14.9%, 삼성카드 14.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카드는 지난 10월 14.2%에서 11월 14.5%로 올랐고,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 14.8%에서 14.9%로 소폭 상승했다.

또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카드사 9곳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4조2,20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리볼빙 이월잔액도 7조1,058억원으로 계속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대환대출 성격을 감안하면 잠재적 부실 폭탄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카드론 연체 고객은 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부실로 이어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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