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최대주주인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JKL파트너스가 그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다각적인 사업 경영을 펼쳐왔지만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 추세다. 롯데카드는 공격적 영업 방식을 택했고, 롯데손해보험은 구조조정 등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선택했지만 실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 후 5년 내 엑시트 전략에 나선다. 해당 기업의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해 차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외에도 인수한 기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각종 문제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MBK 산하 유일한 금융사인 롯데카드도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매각 작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나 이 또한 무산됐다. 업계에선 건전성 악화로 몸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롯데카드 손실 가능성 커지나
롯데카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이후 업계 평균보다 빠른 성장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말에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적정성이 저하되고 최근에는 홈플러스 사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롯데카드는 카드론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심의 기업금융을 늘려왔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부실화 우려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해 말 부동산PF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1%로 전년(4.3%) 대비 상승세가 확대됐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24.1%로 높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적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372억원으로 전년(3,672억원) 대비 62.6% 감소했다. 전년 동기(1,691억원)와 비교하면 18.9% 줄어든 수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MBK 인수 이후 무리한 외형 확장을 지목한다. 자산 성장 속도가 빨랐던만큼 롯데카드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악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롯데카드는 4차례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은 늘어났지만 자본안정비율을 반영한 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7.6배로 전년(7.5배)보다 상승했다.
올해 초엔 소매 렌탈업체를 대상으로 내준 매출채권담보 팩토링 대출에서 786억원의 연체가 발생했다. 이에 롯데카드는 지난해 결산 실적에서 375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 팩토링은 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부실이 장기화할 경우 손실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가 홈플러스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구매전용 카드대금은 532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라 홈플러스에 대한 구매전용카드와 법인카드대금의 원활환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홈플러스 상각후원가 측정 카드자산 712억원을 가지고 있다고 공지했다. 상각후원가 측정 카드 자산은 카드사가 신용판매·카드론·현금서비스를 제공한 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 구매전용카드 매출에서 유동화하지 못한 47%(약 3,700억원 규모) 중 712억원이 롯데카드 미회수 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 부분 상거래채권인만큼 원금이 탕감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롯데카드 측은 해당 금액이 전부 부실로 직결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에 따라 관련 채권을 부실대출금액으로 공시했다"며 "향후 회생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권 금액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롯데손보 건전성 악화에 매각 경고등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은 좀처럼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 매각으로 롯데손보를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매각 절차에 나섰으나 이는 불발됐고,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 방식을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상시매각 체제는 우선협상대상자 없이 인수자가 나타나면 팔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롯데손보의 높은 몸값에 비해 저조한 실적, 건전성 리스크 우려로 인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 자본총계는 7,942억3,949만4,165원으로 전년(1조3,016억6,050만9,951원) 대비 2배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롯데손보 당기순이익은 242억원으로 전년(2,856억원) 대비 91.52% 감소했다. 부진한 실적 만큼이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30일 롯데손해보험의 주가(종가기준)는 1,724원으로 1년 전보다 50.25% 하락했다. 아울러 지난해 손해율은 전년(81.68%)보다 늘어난 82.07%를 기록했다. 보험사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보험사가 이익을 내기 어려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을 뜻한다.
건전성 지표인 K-ICS(킥스·지급여력) 비율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비율은 154.59%로 전년(213.2%) 대비 58.6%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 권고치를 겨우 넘어선 것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롯데손보는 ‘지급여력 감사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다른 업권과 달리 매년 3월 말까지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는데, 롯데손보의 경우 이를 지키지 못했다. 또 롯데손보는 보험업권에서 유일하게 ‘예외 모형’ 가이드라인을 선택했다.
앞서 무·저해지 보험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린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원칙 모형 가이드라인을 제시, 사용을 권고했다. 이때 대다수 보험사는 원칙 모형 가이드라인을 택했지만 롯데손보만 실적을 공시하면서 예외 모형을 적용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외형 성장이 필요한 롯데손보가 킥스비율 하락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예외 모형을 적용한 킥스 비율(154.6%)에서 원칙 모형을 적용할 경우 27.2%포인트 하락한 127.4%이 된다.
이러한 상황 속 금융당국은 롯데손보의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3월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를 건전성 위주로 살폈다. 금융위원회는 원칙 모형 사용이 원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예외 모형은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점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롯데손보 관계자는 "당시 금감원이 ‘강행 규정에 따라 예외 모형을 쓰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감사인이 의견을 못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하며 "현재는 모두 제출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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