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각 사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 ⓒ각 사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캐롯손보 고전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제4인뱅 무산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지주사 전환 숙제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한화생명, 현대해상,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 오너 3세들이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 전면에 나서며 포화상태인 보험시장에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등을 주도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세 경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업계의 주목을 이끌고 있지만 이들이 주도한 디지털·신사업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교보생명에서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나선 이들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장남인 정경선 전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다.

◆ 한화 차남 김동원 사장…성과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디지털전환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맡아왔다.

김 사장은 2015년 한화생명에 합류한 이후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했다. 캐롯손보는 지속된 적자로 2020년부터 거의 매년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로 한화손해보험과 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캐롯손보 설립은 김 사장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 직함을 달고 기획 단계부터 직접 관여한 사업이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보험을 출시하고 운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상품 콘셉트로 시장을 공략했다. 캐롯손보의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59.6%)은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6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 2019년 91억원 ▲ 2020년 381억원 ▲ 2021년 650억원 ▲ 2022년 841억원 ▲ 2023년 760억원 ▲ 지난해 6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시장 성과도 물음표다. 김 사장이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자리를 옮긴 뒤 한화생명은 글로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화생명이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선 지난 2023년 누적 흑자전환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은 447억3,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97%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사업 역시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6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2022년부터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보가 지난 2023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리포손보’의 경우 지난해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6.8% 급감했다.

이 같은 흐름에도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지분 인수를 통해 글로벌 투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리포그룹이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 지분 40% 인수를 추진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 증권사 벨로시티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도 했다.

◆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위기 타개 ‘시험대’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기획관리부문과 기술지원부문(디지털관련), 브랜드전략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주요업무집행책임자로 선임됐다. 팀장 또는 차장에서 시작해 실무를 익힌 뒤 임원으로 승진하는 다른 보험사 오너 3세와 달리 곧바로 임원 자리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대해상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정 전무의 경영능력 입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 전무의 첫 시험대였던 제4인터넷은행 설립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 합류 한 달 만에 삼쩜삼이 운영하는 핀테크 자비스앤빌런즈를 비롯해 렌딧·트레블월렛·루닛 등과 함께 ‘유뱅크’ 컨소시엄을 구성,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 유뱅크는 경제·정국 불안정 등을 이유로 예비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조307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배당을 하지 못했다.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전략을 펼쳤으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보험금 지급여력(K-ICS) 비율을 보면 전년보다 16.2%포인트 하락한 157%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현대해상 입장에선 올해 수익성 제고와 자본 건전성 개선이라는 위기 타개 상황에 놓인 만큼 정 전무의 경영능력에 이목이 집중된다.

◆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경영권 승계는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는 지난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일하다가 이듬해 교보생명 차장으로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12월엔 경영임원(상무)으로 선임돼 AI활용·VOC 데이터 담당 겸 그룹 경영전략 담당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신 상무는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으면서 교보증권과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의 계열사에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 등 FI(재무적 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지주사 전환 및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 상무의 경영능력 검증이 이뤄지고 연장선상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해 왔고, 지난해 2월 정기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말까지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2026년 10월까지 SBI저축은행의 지분 ‘50%+1주’를 9,000억원에 단계적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전략적 협업 관계를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SBI홀딩스가 어피니티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했고, 최근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지분율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3세 경영체제가 순항하려면 결국 전면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것과 신사업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성 확보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할 것”이라며 “지분확보 등 내부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경영능력 이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이 규제산업이기에 금융당국과의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외풍에서 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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