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 윤시윤의 메서드 연기와 함께 되살아난 숭고한 시대정신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난 2021년 유네스코는 세계기념 인물로 김대건 신부를 선정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테레사 수녀에 이어서 두 번째로 선정된 종교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정약용, 허준에 이은 세 번째 세계기념 인물이다.

영화 '탄생'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선정 세계기념 인물 선정 기념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김대건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인 이 작품은 그의 종교인으로서의 행적뿐만 아니라 19세기 조선의 근대화를 앞당기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던 선각자라는 시각으로 그의 일대기를 그린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주교의 조선 유입은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본격적인 전파는 이익, 안정복 등 실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당시 종교보다는 서양의 학문인 천주학으로 연구되었고, 양반 중심으로 서서히 신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제도 없이 천주교를 스스로 받아들인 신자들은 청나라로 건너가 세례를 받으면서 1784년 천주교 공동체를 꾸린다. 

하지만 조상에 대한 제사를 금하는 교황청의 원칙과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고 있던 조선 사회와는 마찰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체재 전복적인 서양 종교에 대한 거부감과 배척은 순조가 즉위하면서 극에 달한다. 그리고 여기에 천주교 신자가 많은 남인을 솎아내기 위한 정치공작까지 더해져 1801년 ‘신유박해’가 발생한다. (이 신유박해로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되며, 이를 다룬 영화가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다.)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김대건의 집안은 증조부, 조부, 부친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신앙을 이어나가며 박해를 피해 살아간다. 

영화의 전반부는 천주교를 금지하는 조선에 1836년 몰래 밀입국하는 프랑스인 신부 모방의 모습을 그린다. 15세 소년 ‘김대건’(윤시윤)은 이 모방 신부에 의해 사제 후보로 발탁되고, 신학을 배워 신부가 되기 위해 ‘최방제’(임현수), ‘최양업’(이호원)과 함께 청나라로 건너가 마카오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조선 안에서는 배척의 대상이기에 접하기 어려웠던 앞선 서구 문물과 신학 지식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김대건은 내적인 성장과 함께 국제적인 시각의 개안을 거듭한다.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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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선에서는 신유박해 이후 다시 천주교의 세를 키워가던 중 신정왕후 풍양 조씨 세력에 의해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난다. 이때 모방 등 외국인 신부 3명을 포함해 다수의 신자가 처형된다. 김대건의 아버지도 이때 목숨을 잃는다. 김대건은 그 슬픔을 뒤로 하고 신학에 매진한다.

당시는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대였다. 영국은 청나라를 상대로 아편 전쟁을 일으켜 강제로 통상수교를 맺는 난징 조약을 1842년 체결한다. 김대건은 이때 영국해군 함장의 통역을 맡으며 이 역사적인 현장을 참관한다.

여기서 김대건은 서구열강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고 배상금과 함께 홍콩을 할양하는 청나라의 굴욕을 보며 조선의 미래를 걱정한다. 조선 또한 언제까지나 은둔의 나라로 남아있을 수만은 없었던 시대였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조선의 새로운 미래를 꿈꿨던 그의 의지는 작품 속에서 고스란히 그려진다.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김대건은 종교인의 모습 외에도 프랑스어, 라틴어, 중국어에 능통한 다중언어구사자이자 번역가로 소개된다. 또한, 사상적으로는 신학을 바탕으로 서구 철학과 평등사상을 전파하는 철학자, 개혁가로 그려진다. 

최초의 조선인 신부라는 상징성 아래 드러나지 않았던 김대건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발굴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종교 영화나 전기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해양 어드벤처 장르적인 스펙터클 장면들도 가미돼 시각적으로 풍성한 전개를 보여준다. 다만, 부분적으로 평면적인 연출이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면이 있으며, 웨더링 작업이 필요해 보이는 프로덕션 오브제와 CG 품질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그러함에도 이 모든 단점은 김대건 역을 맡은 윤시윤의 연기력과 박흥식 감독의 캐릭터에 대한 일관된 감정 연출을 통해 상쇄된다. 특히 전체 서사를 관통하는 호소력 있고 진정성 넘치는 윤시윤의 메서드 연기는 가슴을 울린다. 그는 연기를 통해 불과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불꽃 같은 뜨거운 삶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조선이 김대건이라는 지성과 인품을 모두 겸비한. 뛰어난 정신적 지도자가 권력과 정쟁에 눈이 먼 위정자들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시대의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조선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했던 김대건과 같은 선각자들이 백성들과 함께 했다면, 은둔의 나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19세기를 지나 20세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846년 병오박해 순교에서 138년의 시간이 흐른 1984년,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한 시성식을 통해 다른 순교자들과 함께 성인으로 선포됐다.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탄생.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 제목: 탄생
◆ 각본/감독: 박흥식
◆ 출연: 윤시윤, 안성기, 윤경호, 이문식, 이경영, 신정근, 이호원, 송지연, 최무성, 백지원, 하경, 성혁, 임현수, 남다름, 김광규, 박지훈, 차청화, 강말금, 이준혁, 로빈 데이아나, 그리고 김강우, 정유미
◆ 장르: 대서사 어드벤처 / 모험, 역사, 드라마, 종교
◆ 상영시간: 150분
◆ 상영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제공: 아이디앤플래닝그룹
◆ 제작: 민영화사
◆ 공동제작: 가톨릭문화원 ALMA ART
◆ 공동배급: CJ CGV,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 해외배급: 콘텐츠판다
◆ 개봉: 2022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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