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 우리들의 현실 대해적시대를 잊게 해주는 115분의 뮤지컬 액션 판타지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97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원피스’는 이제 25주년을 맞이했다.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이어진 연재인 만큼 수많은 등장인물과 장대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자랑한다. 

유럽 대항해시대와 17세기 해적 캡틴 키드 재보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이야기의 최대 떡밥은 뭐니 뭐니 해도 ‘원피스’다. 해적왕 골드 로저가 발견한 라프텔 섬의 보물 ‘원피스’에 대한 실체는 베일에 꽁꽁 싸여있다.

‘루피’를 필두로 미스터리한 보물 ‘원피스’를 손에 넣어 해적왕이 되겠다는 저마다의 꿈과 모험을 그린 이 해양 어드벤처 소년만화는 일견 밝고 활기차 보이지만 사실 그 세계관은 매우 어두운 약육강식의 룰이 지배한다.

대항해시대 역사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개척정신과 모험에 대한 로망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침략과 약탈, 학살이었고 이후에는 식민지 쟁탈전으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아직도 제3세계는 빈곤 속에서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대해적시대도 마찬가지. 부, 명성, 힘을 얻기 위해 원피를 찾아 야망 있는 자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약자들은 공포에 떨고 강자들은 그 위에 군림했다. 세계정부 휘하 해군도 정의를 외치지만 일부는 해적과 다를 바 없는 악행을 일삼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을 고통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해적을 증오한다. 그런 가운데 희망의 빛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세계 최고의 아이돌 가수 ‘우타’. 

우타는 음악의 섬 엘레지아에 모인 주민들과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신시대를 만들어주겠노라고 맹세한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그런 우타를 향한 사람들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소꿉친구 ‘루피’에 의해 해적 '샹크스'의 딸이라는 정체가 밝혀진 후에도 대중의 믿음은 변함이 없을 정도.

자신을 납치하려고 모여든 해적들을 완벽한 능력으로 괴멸시킨 우타는 대해적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 평화와 행복이 영원히 계속되는 신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세상을 구원할 혁명가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세계정부 최고 권력 ‘오로성’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다. 권력자들은 우타를 적으로 판단, 혁명의 싹을 꺾으려 한다. 거기에는 우타의 등장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재앙적 존재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있었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전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망을 가진 한 명의 아이돌 가수를 잡기 위해 세계정부의 명령을 받은 해군은 전력 출동한다. 해적들 또한 우타를 노리기는 마찬가지.

한편, 우타는 밀짚모자 해적단에게 해적을 그만두고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설득해보지만, 해적왕이 인생 (두 번째) 목표인 루피가 그런 말에 설득될 리는 없었다. 친구에서 적으로, 서로가 등을 돌리며 시작된 둘의 갈등은 깊어져 간다. 그리고 엘레지아의 전 군주 ‘고든’의 고백으로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세계평화를 건 대난투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일본 현지 누적관객수 1,300만을 돌파하면서 시리즈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원피스 필름 레드’는 원작자 오다 에이치로가 ‘원피스 필름 골드’에 이어 또다시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설정 감수를 맡으면서 충실하게 세계관이 완성된 작품이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이번 극장판의 가장 큰 특징은 뮤지컬 액션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기존 원피스 극장판 OST는 범프 오브 치킨, 미스터 칠드런, 에이브릴 라빈 같은 신나는 록이 주류였다면, 2022년의 원피스 극장판에서는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1위에 등극한 ‘신시대’ 등 일렉트로닉 뮤직이 흐른다. 가창 부분은 보물 ‘원피스’ 만큼이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가수 ‘Ado’가 담당했다.

뮤지컬 형식의 연출,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로의 이어짐은 '용과 주근깨 공주’(2021) 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독자적인 원피스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펼쳐낸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또한, 우타가 메인 캐릭터 위치에 놓이면서 그녀와 관계된 이야기가 전체 서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빨간 머리 해적단 샹크스와의 전사는 이 작품 스토리 전개의 핵심. 따라서 이 스핀오프 편에서는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 쵸파 등 친숙했던 밀짚모자 해적단의 활약은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대신 타니구치 고로 감독 등 베테랑 제작진이 참여해 작화와 연출 면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덕분에 극장에서 즐기기 충분한 액션 신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인 사운드도 만족스럽다.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사운드의 공간감과 액션 퍼포먼스를 IMAX, 4DX, 돌비 시네마 등 특수관 포맷으로 개봉 주에 만날 수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혁명가의 주장은 대중에게 빛이 되어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다. 그래서인지 작중 루피 일행이 기를 쓰고 돌아가려는 현실 세계보다는 우타가 꿈꾸는 신시대가 더 달콤해 보이는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현실도피에 불과한 몽상가의 폭주만 아니라면 전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우타 편에 서고 싶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나름의 대해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원피스 레드 필름’은 관객들에게 115분 동안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하는, 실사 액션 영화보다 더 만족스러운 판타지를 선사한다.

▲원피스 필름 레드. ⓒNEW
▲원피스 필름 레드. ⓒNEW

◆ 제목: 원피스 필름 레드
◆ 원작/총괄 프로듀서: 오다 에이치로
◆ 감독: 타니구치 고로
◆ 각본: 쿠로이와 츠토무
◆ 수입: 에스엠지홀딩스 주식회사
◆ 배급: NEW
◆ 러닝타임: 115분
◆ 개봉: 2022년 11월 30일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