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 현실감, 현장감, 압박감, 몰입감, 박진감 100% 만족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슬램덩크’의 시작은 평범했다. 동시기에 연재된 ‘비바 블루스’처럼 학원 액션물과 스포츠물 장르가 결합한 에피소드로 출발한 만화다. 1990년에 연재가 시작됐으니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다. 그리고 1996년까지 6년간 연재돼 21세기까지 넘어오지는 못했다. ‘원피스’, ‘나루토’, ‘드래곤볼’ 등 여타 소년점프 인기 만화들과 비교해보면 짧은 연재 기간이다. 

그러함에도 현재까지도 독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어있는 대표적인 스포츠 만화다. 이 명작 만화가 26년 만에 새로운 극장판으로 제작됐다. 이번 작품은 ‘슬램덩크’ 팬이든 아니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이 리뷰는 자막판을 기준으로 하며,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설정이다. 원래 ‘슬램덩크’ 북산고 vs. 산왕공고 에피소드(완전판 기준 20~23권)에서는 넘을 수 없는 벽 정우성, 신현철, 이명헌을 맞닥뜨린 농구천재 강백호와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이 두 사람의 눈부신 활약이 중심이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단신 에이스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연출 의도는 흑백 드로잉 오프닝에서부터 확실하게 드러난다. 5명의 맴버 중 송태섭을 맨 처음 그려내고 맨 마지막에 강백호를 그리기 때문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원작자이자 이번 극장판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내가 성장하던 시기인 20대 때 연재한 ‘슬램덩크’는 몸집이 크고 엄청난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을 다뤘다”며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은 아픔을 안고 있거나 아픔을 극복한 존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노우에 타케히코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이번 극장판은 원작에서 생략된 송태섭 가족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플래시백으로 교차 편집되어 서사 전반에 녹아들고 그의 내면 감정선을 따라 숨 막히는 ‘산왕전’ 명승부가 재구성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원작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90년대에 제작된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CG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좋다. 3D 카툰 렌더링의 장점인 사실적인 동화 구현 위에 최대한 2D 만화적인 감성을 입혔다. 

작화감독까지 맡은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주기 위해 직접 리터치를 했다. 그 작업이 이 영화가 생명을 가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계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뜻대로 이 리터칭 작업 결과물은 사실감을 극대화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산왕전’은 원작 자체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에피소드다. 강백호, 정대만,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 5인이 최강팀을 상대로 농구 코트 위에서 펼치는 사투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만화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이 ‘산왕전’의 하이라이트 포인트를 전부 가져온 이번 작품의 핵심 콘셉트는 확실히 움직이는 만화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처럼 만화책 본연의 원작자 그림체 감성을 시각화했다. OST도 압권. 특히 오프닝곡 ‘LOVE ROCKETS’은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의 과격한 진동을 담아 스크린 속 코트를 서서히 예열한다.

정밀한 움직임이 주는 현실감, 공수의 완벽한 현장감, 왜곡된 사운드와 슬로 모션으로 가슴을 조여오는 압박감,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 등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서스펜스가 시퀀스마다 숨 가쁘게 이어진다. “왼손은 거들뿐”같은 명대사들도 당연히 등장한다. ‘산왕전’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숨막히는 세트피스 그 자체를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그 사이사이에 숨구멍처럼 삽입되는 송태섭의 알려지지 않았던 전사들은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 캐릭터의 여백에 새로운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의지를 이어받은 송태섭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성장 스토리를 통해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산왕전’을 새로운 시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자막판의 로컬라이징은 최대한 올드팬 입장에 맞췄다. 예를 들면 ‘카나가와현 북산 고등학교’처럼 지역명은 일본어 발음대로, 학교명은 한국어로 표기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 표기도 모두 대원씨아이 번역 판본 그대로다. ‘산왕’을 ‘산양’으로 발음하며 도발하는 강백호 부분도 반영됐다. 이번 영화를 통해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로컬라이징에 대한 사전학습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전혀 모른다 해도 감상에 큰 지장은 없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마스터피스다. 지금까지의 스포츠 장르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몰입감이 뛰어난 서스펜스와 스릴, 입체감 넘치는 캐릭터 열전을 뜨겁게 그리고 동시에 차갑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125분 동안 가슴 벅찬 고동과 버저비터의 환호를 완벽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상영관에서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 제목: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원작/각본/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 수입: 에스엠지홀딩스
◆ 배급: NEW
◆ 러닝 타임: 125분
◆ 상영 포맷: 2D(자막, 더빙) / 돌비시네마(자막)
◆ 관람 등급: 12세이상관람가
◆ 개봉: 2023년 1월 4일
◆ 평점: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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