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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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고 로비의 신들린 연기
- ‘라라랜드’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 선사하는 매력적인 OST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27년 미국 뉴욕, 당대 최고의 브로드웨이 가수 알 존슨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제작된 ‘재즈 싱어’가 영화계를 뒤흔든다. 대중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유성영화 속 알 존슨의 목소리와 모습에 열광했다.

기존 무성영화 제작 시스템이 파괴되고 유성 영화로 완전히 패러다임 시프트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배우는 이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뛰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좋은 목소리와 발음을 구사할 수 있어야만 했다. 유성영화라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배우들은 도태됐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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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월스트리트 대폭락으로 촉발된 미국 경제 대공황 속에서 대중은 현실 도피처로 영화관을 선택한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호황을 누린다. 

영화 ‘바빌론’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 할리우드의 명암 속에서 인생을 전부 불사른 다양한 인간 군상을 스케치한 캐릭터 무비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당대 여러 실존 인물들을 참고해 창조해냈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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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고전적인 파라마운트 로고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눈이 아플 정도로 메마른 색의 황량한 계곡을 애너모픽 렌즈에 담아 스크린에 펼친다. 그 척박한 땅 위에서 성실하기 짝이 없는 라티노 청년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는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다.

지금은 일개 잡부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영화판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 남자는 무채색의 사막을 가로질러 마치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방탕한 키노스코프 픽처스(극 중 가상의 영화사) 파티장 한가운데에 선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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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매니’는 추락한 천사처럼 등장한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에게 한눈에 반해 마음을 빼앗긴다. ‘매니’가 반해버린 ‘넬리’는 끼를 숨길 수 없는 타고난 스타. 그녀는 거침없이 영화배우라는 단 하나의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그리고 인생에 없던 행운조차 스스로 만들어내 손에 움켜쥔다. 

스타 지망생 ‘넬리’의 엄청난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매니’ 뿐만이 아니었다.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칼럼니스트 ‘엘리노어 세인트 존’(진 스마트) 또한 그녀의 행보에 주목한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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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모든 것을 가진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는 할리우드 기성세대를 대표한다. 토종 미국인이면서 허세용 이탈리아어를 남발하는 그는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흥행 보증수표 배우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 무비스타에게 파티란 내면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할 수 있는 은신처에 가깝다. 그가 속한 할리우드의 밤은 광란의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광기가 샴페인처럼 흘러넘쳐 욕망의 잔을 채운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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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와 꿈을 공유하는 ‘매니’가 정체된 인생의 껍질을 깰 일생일대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잭’을 만나면서부터다. 성실함과 영민한 머리를 무기로 우스꽝스러움과 스펙터클 사이에서 맹활약하던 ‘매니’는 드디어 정확히 자기 자리를 찾게 된다.

한편, 시간이 흘러 어느덧 무성영화가 종말을 고하고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자 영화계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매니’는 이런 변화의 파도 속에서 번득이는 감각으로 무명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 ‘시드니 팔머’(조반 아데포)를 발굴해 단번에 스타로 만든다. 

반면 도도한 이미지의 오리엔탈 가수이자 자막작가인 ‘레이디 페이 주’(리 준 리)에게 이 변화는 달갑지 않다. 그것은 ‘넬리’와 ‘잭’도 마찬가지였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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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도시의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는 카지노 주인 ‘제임스 맥케이’(토비 맥과이어)가 위협적인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 사랑과 욕망의 시네마 천국 같은 캐릭터 무비는 할리우드 역사가 함께하는 드라마틱한 피날레를 향한다.

‘라라랜드’, ‘위플래쉬’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격변의 할리우드 황금기를 주요 캐릭터들에게 비중 있게 할당한다. 덕분에 탱탱하게 속이 꽉 찬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신 3시간 8분의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가 됐다. 

할리우드 전성기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바빌론’은 어떤 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지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취향 저격인 관객에게는 잘 짜인 드라마, 코미디 완급 조절, 매력적인 스토리 흡입력, 감각적인 영상과 프로덕션이 분명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 이하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이 시간 순삭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마고 로비 때문일 것이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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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연기하는 모든 코미디와 멜로 신들은 영화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 특히 원초적 리듬의 ‘Voodoo Mama’에 몸을 맡긴 마고 로비의 관능적인 롱 테이크 댄스 신은 이 영화의 백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보여준 욕망 덩어리 연기를 이번에는 마고 로비 버전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전체적인 서사의 가이드는 분명 '매니 토레스' 역의 신예 디에고 칼바가 맡고 있으며, 브래드 피트 역시 비중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러함에도 이 작품은 마고 로비의 영화다. 그녀는 ‘볼레로’의 중심이 되는 악기인 스네어 드럼처럼 극 전체의 리듬을 이끈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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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OST는 ‘라라랜드’의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 맡아 재즈와 타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사운드트랙을 제공한다. 로맨틱한 선율의 ‘Gold Coast Rhythm’, 경쾌한 리듬의 ‘Coke Room’, ‘Herman's Hustle’ 그리고 ‘Damascus Thump’의 흥미진진함은 귀를 너무나도 즐겁게 한다. 

또한, 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 듯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1952)의 ‘Singin' in the Rain’도 들어볼 수 있다. (70년의 시차를 두고 만들어진 ‘사랑은 비를 타고’와 ‘바빌론’ 속 유성영화 제작 장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점진적인 상승곡선을 그리는 드라마와 뚜렷한 파국의 결말이라는 고전적 영화 문법까지 정확히 적용하고 있는 ‘바빌론’은 가장 마법 같은 시절의 할리우드행 시간여행 티켓과 영화를 향한 애절한 러브레터를 동시에 손에 쥘 수 있는 작품이다.

▲바빌론.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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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바빌론 (Babylon)
◆ 감독/각본: 데이미언 셔젤
◆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조반 아데포 외 
◆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상영시간: 188분
◆ 북미개봉: 2022년 12월 23일
◆ 국내개봉: 2023년 2월 1일
◆ 평점: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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