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리뷰,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인생 동화 이야기 [심우진의 S.R.]

- 이지 리스닝 음악처럼 밝고 따뜻한 가족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천만 배우 ‘박강’(권상우)은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다. 촬영 현장의 모든 것은 ‘박강’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극 속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왕이다. 그것도 폭군에 가깝다.

어머니의 명품백 사치 플렉스에 한숨을 내뱉는 ‘박강’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판단 기준은 오직 돈이다. 승승장구하는 그의 화려한 솔로 인생에는 무엇하나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그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절친이자 매니저인 ‘조윤’(오정세)을 반쯤 협박해 억지로 술자리를 갖는다. 사실 ‘박강’과 ‘조윤’은 무명배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친구다. 두 아이의 아빠인 ‘조윤’과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에 잔뜩 취해버린 ‘박강’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박강’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고급 아파트에 있어야 할 자신이 낯선 단독주택 거실에 널브러져 있고, 난생처음 보는 아이들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드는 상황이었던 것.

더 놀라운 것은 첫사랑 ‘수현’(이민정)이 자신과 결혼했다는 사실. 무명배우 시절, 현실을 이기지 못해 10년 전 헤어졌던 그녀가 억척스러운 살림꾼으로 변해 눈앞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자 ‘박강’은 얼이 빠진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정신이 반쯤 나간 ‘박강’.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며 톱스타인 자신을 주변에 피력해 보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무명에 가까운 재연 배우라는 냉혹한 현실뿐이었다. 

화려한 삶과 권력을 누리던 ‘박강’은 어떻게 해서든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런 와중 ‘박강’은 자신의 매니저였던 ‘조윤’이 천만배우가 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아연실색한다. ‘조윤’과의 뒤바뀐 운명 속에서 경험하는 인생의 맛은 쓰디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낯설기만 했던 아내와 아이들은 어느새 점점 인생의 일부가 되어간다. 잊고 있던 초심을 시나브로 되찾아가고 있었던 것. 그때 ‘조윤’은 박강에게 자신의 매니저를 담당해줄 것을 제안한다. 처음에는 자존심을 굽힐 수 없었던 ‘박강’. 하지만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고심 끝에 친구 ‘조윤’의 제안을 받아들인 ‘박강’은 천만 배우에서 배우 매니저로 ‘스위치’된 인생 속으로 본격 투신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인생에는 뜻밖의 전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대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스위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에서 영감을 얻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판타지 성장 영화다. 

이 영화는 라이트 노벨 장르에서 유행하는 이세계 전생물 혹은 패러렐 월드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실 세계의 톱스타 배우가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갑자기 순간 도약, 유사 현실 세계로 진입해 일종의 인생 체험을 하는 동화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인 ‘박강’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큰 결핍이 존재하는 외로운 남자다.

인생에서 놓친 아쉬운 순간들을 마음속 깊이 품고는 있지만, 화려한 현실에 매몰돼 안주하는 것을 택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하인처럼 잡일을 도맡아온 매니저 ‘조윤’의 위치에 서서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며 각성하는 서사가 이 영화의 핵심.

‘박강’과 ‘조윤’의 관계에서는 웃음과 우정을, ‘박강’과 ‘수현’을 포함한 가족 이야기에서는 가족애와 감동이 조화를 이룬다. 이는 최종장까지 매끄러운 서사 전개로 이어진다.

유머 포인트에서는 주·조연·아역 배우 모두의 연기와 함께 자연스러운 연출 조합이 빛을 발해 높은 확률로 웃음을 유발한다. 그와 동시에 따뜻한 가족애의 울림이 마지막까지 부드럽게 전해진다. 

맵고 짠 자극적인 연출보다는 마치 남녀노소 누구나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 음악 같은 대중성을 확보한 이 작품에서는 정말 순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새해 영화다. 

◆ 제목: 스위치 (SWITCH)
◆ 각본/감독: 마대윤
◆ 출연: 권상우, 오정세, 이민정, 박소이, 김준 외
◆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러닝타임: 112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 2023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