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정체성을 향한 끝없는 허기를 채워나가는 청춘 로드무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로우’(2017)가 공개됐을 때 관객들은 극단적 상황에 휘말려드는 캐릭터들에 경악했다. 반면 신선한 서사와 연출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냈다. 

‘로우’ 속 인물들은 금지된 욕망을 감추고 사람들 틈에 몰래 섞여 살아간다. 하지만 ‘본즈 앤 올’의 18세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은 다르다. 사회에서 소외된 완전한 외톨이이기 때문이다. 

갈 곳 잃고 길거리로 내몰려 방황하는 매런. 그녀는 떠나버린 아빠가 남겨둔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매런을 버린 아빠의 녹음된 음성 속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담겨 있었다.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앞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을 연출했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내 영화는 전부 버림받은 이들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80년대의 소외되고 권리를 박탈당한 어린 소녀라는 특정성과 발견의 동력이 되는 인물의 상징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주받은 대물림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매런이 여정 속에서 첫 번째로 맞닥뜨리는 인물은 친절해 보이지만, 편집증적인 성향을 보이는 ‘설리’(마크 라이런스)다. 

매런은 설리를 통해 자기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얻는다. 하지만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설리라는 자신의 동족을 만났음에도 반갑지도 기쁘지도 않다.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설리에게는 어딘가 기이하고 섬뜩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설리와 헤어진 후 우연하게 만난 ‘리’(티모시 샬라메)에게서도 동족의 냄새가 났다. 아울러 거부할 수 없는 매력까지 느낀다. 다만 욕구를 취하는 리의 방식을 아직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매런 또한 리와 같은 길을 가야 했다. 갈등과 이별의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깊은 감정을 키워나간다. 

‘본즈 앤 올’은 기본적으로는 방황하는 청춘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서사 속 독특한 호러 요소인 카니발리즘을 마리화나 헤로인으로 치환해 바라본다면 영화의 내용은 여느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도피의 에피소드들이다. 이 차별화 포인트는 현실적인 풍자를 담고 있으며, 극 중에서 매우 영리하게 작동한다.

위험하고 금지된 중독에 빠진 두 사람은 세상과 섞일 수 없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부모에게조차 보호 받을 수 없는 매런과 리가 사는 세계에는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비극과 공포가 가득하다.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두 사람은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의 늪에서 자신에 대한 경멸, 혐오, 파괴 충동에 시달린다. 가책을 느끼면서도 항상 굶주려 있다. 

행위를 통해 느끼는 쾌감과 포만감을 이성적으로는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본능적으로 욕구하고 탐닉한다. 이러한 극단의 감정을 공유하면서 내밀하고 끔찍한 가족사까지 유일하게 서로 이해해줄 수 있는 두 사람. 이들의 정신적 결속은 더 없이 단단해져 간다. 

매런과 리 커플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너무나 위협적인 존재인 동시에 철저하게 소외되고 도태되는 약자다. 이들이 가는 곳에는 어디에나 핏빛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스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쳐 눈을 감으면 또다시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숨을 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목적지 없는 도로 위를 내일도 계속 달릴 수 있을지 그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러함에도 세상에서 추방된 두 사람은 깨어나지 않을 꿈 같은 안식처를 찾아 헤맨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거친 35mm 필름 속에 담아낸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허기진 결핍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격렬하게 불완전 연소하는 청춘의 모습을 그려낸다. 결국 가장 완벽한 사랑은 중독일 것이다.

▲ '본즈 앤 올'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본즈 앤 올'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제목: 본즈 앤 올
◆ 원제: BONES AND ALL 
◆ 장르: 공포 로맨스
◆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출연: 테일러 러셀, 티모시 샬라메, 마크 라이런스, 클로이 세비니
◆ 러닝 타임: 130분
◆ 관람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개봉: 2022년 11월 30일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평점: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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