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 잠재의식을 파고드는 웰메이드 호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우리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행복할 때 미소 짓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미소가 다른 의미를 가졌을 때 본능적으로 위험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영화 ‘스마일’은 그런 공포감을 파고 드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파커 핀 감독은 “어색한 만남에서나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소를 사용한다”며 “끝나지 않는 악몽을 꾸는 듯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이 영화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신과 심리치료사 ‘로즈’(소시 베이컨) 박사는 최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담당했던 환자의 뜻하지 않은 사고로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부터다. 

사고 당시 기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로즈는 신경이 잔뜩 곤두서버린 채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특히 친언니 ‘홀리’(질리언 진저)가 불행했던 유년기를 보낸 옛집을 팔자는 말에 날카롭게 반응한다. 그런 로즈의 변화에 약혼자 ‘트레버’(제시 어셔)의 걱정은 점점 깊어져 간다. 

결국 그녀는 외상 후 급성 정신증 진단을 자신에게 스스로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급속하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간다. 끊임없는 망상과 끔찍한 환영에 시달리던 로즈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문제가 단순히 신경쇠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신을 괴롭히는 원인이 된 환자 사건을 파헤치던 로즈는 앞서 자신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기괴한 미소와 함께 잔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경악한다. 로즈는 전 애인인 형사 ‘조엘’(카일 갈너)에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고는 함께 베일에 싸인 죽음의 실체에 맞서려고 고군분투한다.

‘스마일’은 파커 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점프 스케어와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관객을 심리적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남다르다. 몰입감 높은 대화 장면, 충격적인 공포 시퀀스 그리고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이어지는 타이틀의 임펙트가 심장을 조인다. 관객 심리를 휘어잡아 후반부까지 쉼 없는 감각적인 공포를 맛보게 한다. 물러 터진 공포 연출은 찾기 힘들다. 덕분에 호러영화팬은 이 작품에서 취향 저격 요소를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명배우인 아버지 케빈 베이컨을 그대로 빼닮은 소시 베이컨의 공포에 무너져가는 심리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로즈 캐릭터에는 비참했던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맴도는 혼자만의 죄의식, 언니와의 갈등, 알 수 없는 사악한 존재,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가 뒤섞여 있다.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죽음을 회피하려는 그녀의 사투를 지켜보는 관객은 같은 편이 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몰입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스즈키 코지의 소설 ‘링’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전염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아울러 뒤집힌 앵글과 함께 다가오는 미소의 역변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와 공포 연출의 궤를 같이한다.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트라우마와 죄책감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서 출발한다. 억누를수록 그것에 어떻게 정신이 지배당해 갉아 먹히고 붕괴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격렬하게 묘사한다. 마지막까지 감추고픈 잠재의식을 건드리며 정신적 병리를 공포 장르에 녹여 심리적으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간다. 

현실과 악몽을 구분하지 못한 채 끝없이 되감기는 공포, 그 속에서의 고립됨을 반복하는 ‘스마일’은 감각적인 연출력이 발군인 공포영화다. 파커 핀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스마일'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 제목: 스마일(Smile)
◆ 감독: 파커 핀
◆ 출연: 소시 베이컨, 제시 어셔, 카일 갈너 외
◆ 수입/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15분
◆ 개봉: 2022년 10월 6일
◆ 평점: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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