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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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리시한 항일 독립투사 액션과 캐릭터 열전에 방점을 둔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의 이해영 감독 바람이 담긴 작품이다.

항일 독립투사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들이 어떤 탄압을 어떻게 돌파하며 활약했을지 상상력을 발휘한 '유령'의 이야기는 신임총독 암살 작전의 실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령.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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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3년, 중국 상해에서 차기 조선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 있던 항일단체 ‘흑색단’ 조직원들은 모두 전사한다.

“작전이 시작됐다. 성공하기 전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흑색단’이 조선 총독부에 비밀리에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에게 새로운 명령이 전달된다. 작전 목표는 실패한 신임 조선 총독의 제거.

하지만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는 조선 총독부 안에 숨어든 ‘유령’을 잡기 위해 가짜 암호 전문으로 덫을 놓는다. 여기에 걸려든 용의자는 모두 5명. '유령'으로 의심받게 된 5명은 벼랑 끝 외딴 호텔에 갇힌다.

첫 번째 ‘유령’ 용의자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다. 일본 명문가 출신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좌천당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무국으로 복귀하려는 야심가. 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

▲유령.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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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물은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그녀의 아버지는 전임총독에게 비행기를 선물할 정도의 재력가로 친일파 집안 출신이다. 출신성분 덕분에 스파이 용의자에서 제외하려는 이도 있을 정도로 신망을 얻는 인물. 

조선 총독부 실세인 정무총감의 비서 ‘유리코’(박소담)는 세 번째 용의자다. 조선인이면서도 고위직 비서로 발탁될 만큼 큰 야심을 품고 전진하는 인물이다. 정무총감의 총애를 등에 업고 모든 이에게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다. 스파이 누명을 벗고 화려하게 다시 경성으로 복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네 번째 인물은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서현우). ‘유리코’와 마찬가지로 조선인이다. 강박증을 지닌 인물로 키우고 있는 고양이 ‘하나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어떻게 하든 감금된 호텔에서 나가기 위해 용의자 중 스파이를 찾아내 고발하려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인물은 ‘백호’(김동희). 통신과 말단 직원인 그는 암호문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나머지 ‘유령’ 용의자들과 함께 감금된다. 밝힐 수 없는 비밀을 지닌 인물이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영화는 이 다섯 명의 스파이 용의자 간 의심과 암투 그리고 이들을 심문하는 ‘카이토’ 사이의 팽팽한 심리적 줄다리기로 영화를 시작한다. 용의자들 속에서 정체를 감추고 있는 ‘유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짜 명령을 취소해 동료들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총독 암살을 성공시켜야 한다.

원작인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風聲)’은 이미 앞서 영화화돼 ‘바람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2013년 국내 상영되어 호평받은 바 있다. 

정통 밀실 추리극인 ‘바람의 소리’는 5명의 항일 스파이 용의자 중 ‘유령’의 정체를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연출한 팽팽한 스릴러다. 특히 주연 배우인 저우쉰·리빙빙의 완벽한 연기가 끌어내는 감정선이 압권인 작품이다. 특히 정체를 숨긴 ‘유령’의 말없이 이어지는 독백 대사가 깊은 감동을 전하는 장치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특징을 보여주는 영화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이해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유령’은 ‘바람의 소리’의 리메이크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른 시점과 방향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캐릭터 설정도 거의 대부분 바꿔놨다. 5인의 용의자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작품은 초반부터 아예 ‘유령’의 정체가 누구인지 밝히고 시작한다. 그래서 관객은 주인공 ‘유령’의 입장에 서서 극을 바라보게 된다. 이와 동시에 한정된 시간 안에 ‘흑색단’ 동지들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절박한 ‘유령’의 심정에 몰입된다. 그 감정으로 나머지 인물들과의 심리전을 이어나가는 ‘유령’과 끝까지 달려나간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영화 ‘유령’은 초반에는 스파이 스릴러로 문을 열지만, 중반부터는 역동적인 스파이 액션으로 장르를 변주한다. 캐릭터 무비이길 바랐다는 이해영 감독은 액션 시퀀스에 관해 “남녀가 싸우는 느낌이 단 한순간도 없었으면 했다”면서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액션의 포인트에 대해 밝혔다. 이 부분은 관객들이 직접 판단해볼 부분이다.

화려한 액션 시퀀스가 특징인 영화지만, 서사와 인물을 비틀어주는 분기점도 존재해 추리 스릴러라는 원작의 근본도 놓치지 않는다. 공을 들여 군복, 모자, 수트, 드레스, 구두 등 의상으로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고 일본어 대사, 세트, 소품 등을 통해 일제 강점기의 시대 분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여기에 193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놓치지 않고 필름 누아르 이미지도 적용한다.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담배, 중절모 갱스터, 기관총 기믹이 등장하는 색다른 시도와 함께 젠더 요소가 가미됐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만족스러우나 소모성 캐릭터가 존재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아쉽다. 각 장에서 보여주는 영화적 완성도는 높다. 다만 호텔 내부와 외부 세계가 같은 세계관에 속하지 않는 듯한 미묘한 끊김이 있다. 달파란 음악감독의 OST는 영화 분위기를 잘 이끌어준다. 

영화 ‘유령’은 2시간 12분 러닝 타임 속에서 각자의 사연을 품고 사명을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캐릭터들의 치열한 인물 열전과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액션을 독특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통쾌하게 그려낸 부분이 관람 포인트인 작품이다.

▲유령. ⓒCJ ENM
▲유령. ⓒCJ ENM

◆ 제목: 유령 (Phantom)

◆ 각본/감독: 이해영 

◆ 원작: 마이지아 소설 ‘풍성(風聲)’

◆ 출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외

◆ 제공/배급: CJ ENM

◆ 제작: 더 램프

◆ 음악: 달파란

◆ 화면비: 2.35:1

◆ 크랭크인: 2021년 1월 4일

◆ 크랭크업: 2021년 5월 21일 (85회차)

◆ 개봉: 2023년 1월 18일

◆ 러닝타임: 132분 34초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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