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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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내년 초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반도체 기업들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60%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공급·수요 사이클이 존재하는데 기존에는 내년 하반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사이클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며 내년 하반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얼어붙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전기 전자 산업의 수요 감소 뿐만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기술적인 부분만 고려했을 때는 내년 상반기 이후 사이클상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초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경기는 침체되고 성장률은 저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며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데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런 부분들이 누적되면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만약 퍼펙트스톰이 발생한다면 건설업계에서 시작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건설업은 고금리, 자재값 급등, 인건비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수익성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의 신호탄으로 알려진 '한보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인호 KDI 연구소장도 "건설업계의 자금 흐름이 담보를 통해 앞으로 건설할 것을 대비해 현금을 끌어오는데 금융권을 중심으로 경색되고 있는 만큼 자금 경색의 우려가 있다"라면서도 "자금의 유동성을 정부 차원에서 풀어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퍼펙트스톰 발생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송 연구소장은 "퍼펙트스톰이 발생하면 건설업만의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환위기 사태처럼 불씨가 산업계 전체적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개각색'의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회장으로 승진하며 '구원투수'로 나선다. 

먼저 삼성전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과 첨단 공정·신규 응용처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는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되며 긴축을 선택하는 타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현재 수준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황 교수는 "삼성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업계 선두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라며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른 업체들이 정체돼 있을 때 선별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IT기기 수요 둔화,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설비투자 금액을 기존 계획보다 50% 감소하는 긴축경영에 들어섰다. 또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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