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규 기자] 삼성전자가 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 가운데 마지막으로 RE 100을 선언하며 '뉴삼성'으로의 전환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신(新)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초저전력 반도체,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만큼 탄소중립이 실현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는 약 1,700만톤으로 자동차 800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다.

신환경경영전략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복권’ 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화성사업장을 찾아 “기술과 안전, 환경 모두에서 진정한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16일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신 환경경영전략'을 두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명분 쌓기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 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ESG 경영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이 부회장이 친환경 경영을 키워드로 삼성전자를 이재용식 경영으로 탈바꿈해나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이는 회장 승진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도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책임 경영과 친환경 경영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삼성전자만의 차별적인 신 환경경영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행정대학원)는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해외에 비해 낮고 인프라가 열악한 만큼 탄소중립의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라며 "이런 내용을 발표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떤 경영을 통해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더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용식 교수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비교하면 비전 제시 차원에서의 임팩트가 적어 보인다"며 "경영전략에 있어서 구체적인 방향성과 실행 가능성을 제시하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회장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굳이 '보여주기식 경영'이 필요한 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덕규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산업공학과)는 "삼성전자가 몸집이 커진 만큼 회장 승진을 위해 이런 행보가 굳이 필요할까 싶다"며 "지금 하고 있는 산업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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