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자와 료 "이상일 감독 작품 출연하며 한층 더 성장"
이상일 감독 "혈통주의 속에서 예술가 아이덴티티 찾아가는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이자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일본 출품작인 '국보' 기자회견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이상일 감독과 주연 배우인 요시자와 료가 참석했다. 모더레이터는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맡았다.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키쿠오(요시자와 료)가 야쿠자 보스인 아버지를 잃은 후 가부키 명문 가문의 당주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에게 거두어져 한지로의 친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를 만나게 되면서 라이벌과 친구로서 눈물과 열광의 길을 걷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재일 한국인인 이상일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본 개봉 10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수익 142억엔(1,335억원)을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상일 감독은 "2000년에 처음 왔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는데 해마다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이 영화제와 많은 인연이 있고, 젊은 시절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도 받았다. 보은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오게 됐다"며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가부키에 일생을 바친 주인공 키쿠오 역의 요시자와 료는 "부산은 첫 방문인데 '국보'로 초청받게 되어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어제 한국 프리미어 상영을 했고 GV에서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들을 해주셨다. 한국 관객분들께서 영화를 매우 진지하게 봐주신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국보'는 밝고 따뜻한 인간애를 전하는 동시에, 사디즘으로 느껴질 만큼 잔혹한 가부키 세계의 이면을 깊이 파고 든다. 가늠할 길 없는 궁극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예술가들이 마주하는 극명한 명암의 인생 여정을 이상일 감독만의 격정적인 연출 감각으로 그려낸다.
이상일 감독은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과는 '악인', '분노'에 이어 세 번째 같이 작업하게 됐다. 이번 작품의 전작들과의 공통점은 인간이 짊어진 업보라 할 수 있다"며 "전작들이 살인과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국보'의 다른 점은 가부키라는 예술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작품"이라며 원작 소설의 영화화에서 중점을 둔 지점을 설명했다.
그는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 가부키 세계의 혈통을 타고 났느냐 아니냐에 따른 상황 등이 녹여져 있다"며 "혈통을 타고 난 사람이 운명을 짊어지게 되면서 괴로운 부분이 있는가 하면, 외부인이기에 짊어지는 고뇌가 있다. 그런 부분을 짊어진 채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를 포함한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은 아니다. 높은 경지의 예술을 계속 추구하면서 나아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그 풍경을 통해서 우리는 감동을 얻게 된다. 그런 삶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작품을 통해 전하고 했던 바를 설명했다.

디테일한 디렉션으로 유명한 이상일 감독과의 작업 소감에 대해 요시자와 료는 "감독님께서는 단순한 감정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셨다"며 "불순물 없이 모든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야 한다는 디렉션을 주셨고, 여러 번 도전하면서 촬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가부키를 연습했다. 무용 장면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준비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감독님께서는 단순히 예쁘게 춰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키쿠오의 감정에 맞춰 춤을 추라고 하셨다"며 "굉장히 어려운 디렉션이었지만, 감정에 따라 춤을 표현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가부키를 하는 배우가 아닌 연기하는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에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며 "연기와 감정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고, 대사 하나하나에 공을 들여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아주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이상일 감독과의 영화 작업 소회를 전했다.
요시자와 료는 이번 영화를 본 한국 관객 반응과 관련해 "굉장히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봐주셨다"며 "가부키라는 소재이긴 하지만, 결국 한 연기자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테마를 담고 있다"며 "가부키에 익숙한 분은 물론 잘 모르시는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도 가부키를 다소 낯설게 여기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이라며 이번 작품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특징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 영화의 해외 진출에 대해 "결국 저희가 할 방법은 작품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한편씩 정성을 다해 만들어가는 것뿐"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상일 감독은 '국보'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넘어 흥행 중인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어로 "천만명이 넘은 이유는 잘 모른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가부키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일본에서도 가부키 영화는 미조구치 겐지 감독님이 만드신 이래로 없다. 또한, 가부키는 전용 극장에 가서 보는 것이지,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거기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시간에 가까워 흥행을 예상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가부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잘 보는 예능은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 역시 가부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있었을 것"이라며 "요시자와 료, 요코하마 류세이, 와타나베 켄 등 배우들이 연기 인생을 걸고 도전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도 매력을 많이 느끼셨을 것"이라고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상일 감독은 "제가 영향을 받은 작품과 감독님들은 많다. 학창 시절 천카이거 감독님의 '패왕별희'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며 "직접적으로 이 작품과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20년 동안 영화작업을 해오면서도 그때 받았던 충격이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소피안 엘 파니 촬영 감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감독은 "'유랑의 달'은 홍경표 감독님께 촬영을 부탁했었다. 이번 작품까지 하면 연속으로 두 편의 영화를 해외 촬영 감독과 작업한 것"이라며 "소피안 감독님과는 애플TV+ '파칭코' 시즌2 때 같이 작업을 했었다. 인품과 센스가 좋은 분인데 가부키를 본 적이 없어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부키를 처음 봤을 때의 심정 그리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포착해주시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상일 감독은 재일교포인 자신의 혈통에 대한 경험이 이 영화에 투영된 지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국보'는 제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아웃사이더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사회 변두리 인물들에 계속 눈이 갔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 점에서는 제 아이덴티티가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는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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