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자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이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이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세계적인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참석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고전 SF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천재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오스카 아이작, 제이콥 엘로디, 미아 고스, 크리스토프 발츠가 캐스팅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사실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45살에 저도 아버지가 되면서 이해하게 됐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자전적인 부분도 녹여 넣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밝혔다.
크리처물을 주로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괴물에게 매력을 많이 느낀다. 상업적 작품이나 TV 드라마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대한 압박이 있다. 아름답고 행복하고 두려움 없는 사람들을 주로 묘사한다. 하지만, 삶이란 고통으로 가득하며 완벽하지 않다"며 "괴물들은 불완전함의 성자와도 같다. 우리들의 어두운 부분을 대변하면서도 비범함을 드러낸다. 큰 상징성을 지니며 종교에 관계없이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결론적으로 저는 완벽하고 밝은 쪽이 아닌 다른 부분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아쿠아리움처럼 제 영화에서 괴물이 잘 살아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컬러나 형태 등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고 덧붙였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의 영화적 접근법에 대해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한다. 결국 내 목소리가 필터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이미 부른 노래를 새로운 창법으로 다시 부르는 것"에 비유하며, 기존 서사에 자신만의 변주를 가하는 것이 창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괴수가 탄생하는지, 크리처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복수를 결심하는지 등, 이야기의 엔진은 달라질 수 있다. 캐릭터 역시 달라지지만, 주제적으로는 원작 소설에서 다루지 않은 영역을 제 영화에서는 탐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전쟁에 대한 비유, 낭만주의적 서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같은 요소들이 새롭게 들어간다. 크림 전쟁을 배경으로 삼아 전쟁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며 후반부 전개에 있어 기존 작품들과 차별점을 강조했다.
종교적 정체성 또한 그의 작품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델 토로 감독은 "메리 셸리는 개신교도이고 저는 멕시코 카톨릭 신자로서 카톨릭적 요소가 작품에 깊게 스며든다. 한 번 카톨릭으로 태어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카톨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을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8일 '프랑켄슈타인' GV에 참석해 극장을 찾은 300여명의 관객 전원에게 싸인을 해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 영화와 멕시코 영화가 공유하는 문화적 토양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멕시코가 정말 공유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장르 영화를 만들 때 언제나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 장르를 다룬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혼돈과 부조리, 시적인 요소, 추악함까지 모든 것을 하나의 영화 안에 절묘하게 버무려낸다"고 극찬했다. 이어 "'살인의 추억'을 보면, 허술한 형사와 허술한 수사를 통해 아주 깊고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드러난다. 또 '괴물'의 괴수 디자인은 놀라울 정도로 멋지면서도, 동시에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한국 가족을 통해 사회적 코멘트를 던지고, 결국 문화 자체를 영화의 주제로 녹여낸다"고 봉준호 감독 작품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의 작품세계와 연결 지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 영화는 결국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멕시코인으로서의 제 정체성이 드러난다. 박찬욱 감독님은 아름답고 낭만적이면서도 존재론적인 어둠을 믿는 캐릭터들을 창조한다. 그런 부분에서 그분의 영화에는 영원성이 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말 독창적인 영화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 영화의 진정성과 장르적 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문화와 영화가 지닌 순수성을 느낀다. 외국 상업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고유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악마를 보았다', '부산행' 그리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저는 늘 에너지와 힘을 느낀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영화들"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괴물 설화나 크리처 소재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묻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한국 괴물 백과'라는 책을 직접 꺼내 들고는 "저는 한국 괴수를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한국 괴수와 신화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지는 못한다"며 "멕시코에서도 자연에 있는 모든 것으로 괴수를 만든다. 자연의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어떤 존재가 있다고 믿는데 저는 그런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아름다운 책을 주셔서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영화 제작을 돕고 싶다. 제가 너무 미치도록 열정적이라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제가 (한국 괴수를) 잘 알아야 한다. 사실 메리 셸리의 이번 작품은 제가 너무 잘 알기에 영화를 만든 것이다. '피노키오'도 정확하게 제가 뭘 원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근데 한국 이야기에 대해서 과연 앞으로 제가 만들 수 있을지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일부 극장에서 오는 10월 22일 개봉하며, 넷플릭스에서는 11월 7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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