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케 쇼 감독 "소박한 작품이지만 음악은 고급스럽게 만들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작품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연출을 맡은 미야케 쇼 감독과 심은경, 다카다 만사쿠 배우가 참석했다. 이 기자회견은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받은 '여행과 나날'은 여름날 도시에서 온 여자와 어머니 고향을 찾아온 남자가 우연히 만나는 여름 이야기, 그리고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한겨울 눈 덮인 산속에서 홀로 여관을 지키는 주인장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는 츠게 요시하루 작가의 원작 만화 '해변의 서경', '혼야라동의 벤상'을 독특하게 엮은 액자식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심은경 배우는 이 작품에서 이 역을 맡아 여름 파트에서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를 보여주는 해설자로, 겨울 파트에서는 직접 작품 속에 등장해 은사의 유품을 지닌 채 여행하는 인물로 서사를 이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저희 둘의 인연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됐다. 이 영화제가 만들어준 인연이 아닐까 한다. 심은경 배우의 첫인상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경이로운 무엇인가가 있었다. 지금까지 신은경 배우가 출연한 작품은 다 봤고 여러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여행과 나날' 시나리오를 쓰던 중 심은경 배우가 생각났다. 원래는 만화 원작과 동일하게 주인공을 일본인 남편으로 설정하려 했었지만, 심은경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 좀 더 힘 있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출연 제의를 드렸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심은경은 "감독님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작품을 계기로 감독님의 영화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그래서 한국 관객분들과의 대담에 참석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사실 이렇게 빨리 감독님과의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하지는 못했다"고 미야케 쇼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전했다.
미야케 쇼 감독의 연출 방식에서 인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작품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주인공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됐다. 그래서 같이 작업하고 싶었다. 그리고 직접 만나서 작업을 한 이후에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 됐다. 스태프와 배우를 하나로 아우르는 힘이 있다"며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한다. 근데 감독님이 촬영 전 모두에게 본인이 감독이지만 우리가 모두 다 같이 만드는 작업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돌리셨다. 촬영 첫날은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감독님의 아주 넓은 포용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명확한 디렉션보다는 배우가 가진 고유한 매력과 개성을 촬영 내내 관찰하시면서 역할에 대입시키신다. 또는 감독님 식으로 맞춰보시면서 자연스럽게 작업하신다"며 "제 것을 끄집어냈지만, 좀 새로운 식으로 해석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배우가 가진 고유의 것을 잃지 않게 하면서도 감독님만의 색깔을 덧입히는 아주 훌륭한 연출 방식"이라고 미야케 쇼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야케 쇼 감독은 "저는 배우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전 말을 많이 하지도 않고 계속 지켜보는 편이라 어찌 보면 연출다운 연출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저는 어디까지나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설명했다.

다카다 만사쿠는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칭코'에서 모자수 역을 맡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나츠오 역을 맡은 그는 "감독님은 현장을 즐기시는 분이다. 감독님의 분위기가 곧 현장 분위기라 할 수 있다. 감독님은 즐겁게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영화를 만드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원작에서 나츠오는 표정도 대사도 변화가 거의 없다. 보시는 분들은 이해가 조금 어려운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이런 역할을 맡은 경우가 많아 감정 이입이 어렵지는 않았다. 편하게 감독님께 몸을 맡기고 연기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장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연기하자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여름을 떠올리면 굉장한 개방감과 파도 소리가 들리는 굉장히 기분 좋은 계절로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이 작품에서는 굉장히 묘하고 이상한 분위기에 슬프고 고독감마저 느껴지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다"며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자연과 하나가 돼 인물이 배경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다카다 만사쿠는 함께 연기한 카와이 유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의 상대역 나기사를 연기한 카와이 유미 배우는 그런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배우다. 굉장히 파워풀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를 하는 배우라서 저도 지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새벽의 모든' 내한 인터뷰 당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즐겁다고 밝혔던 미야케 쇼 감독은 "여름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여름 휴가를 떠난 것 같은 기분으로 촬영했다. 겨울밤에는 강가를 가보기도 하고 영화 촬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험도 해봤다.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라며 이번 영화 또한 즐기며 만든 작품임을 전했다.
하이스펙(Hi'Spec) 음악감독과 협업한 사운드 연출 특징에 대해서는 "사실 비밀로 간직하려 했는데 여기서만 말씀드리겠다. 저희는 몇 가지 키워드를 정해놓고 작업했다. 이 영화에는 고급스러운 장면이 나오지는 않는다. 낡은 집이 나오고 인적이 거의 없는 둘만의 소박한 이야기"라며 "그래서 음악만큼은 고급스럽게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자연의 풍요로움, 산 절벽의 느낌, 눈밭의 조용한 느낌 등을 굉장히 고급스럽게 표현해내자는 키워드를 정하고 작업했다"고 영화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심은경은 뉘앙스 차이 등 일본어 연기에 있어 신경 쓴 지점에 대해 "일본어로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 연습하지 않으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국 작품을 준비할 때도 굉장히 대본을 소리내서 읽는데 일본어는 그런 노력의 2배를 더 하고 있다. 녹음 파일을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억양, 악센트 같은 것을 섬세하게 체크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일본어로 애드리브 연기한 지점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심은경은 "숙소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가 궁시렁거리니까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는 식으로 일본어 경어를 써서 그 장면을 좀 더 유머러스하고 귀엽게 보이게 하려고 했다. 감독님도 굉장히 좋아하셨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하지만 뒤에 들어보니 감독님은 촬영 때는 좋아하셨지만, 굉장히 고민하셨다고 한다. 이 애드리브를 쓰면 영화의 톤 앤 매너에서 좀 벗어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일단 너무 재미있으니까 찍었다고 한다"며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한편, 미야케 쇼 감독은 "이 영화의 원작자인 츠게 요시하루 작가에게 많은 자극을 받아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작가님은 만화를 표현하실 때 만화의 본질을 추구하신다. 제가 영화의 본질을 추구하는 방식이 작가님과 비슷해 영화화를 생각했다"고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저는 앞으로도 평생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본질적 재미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게 바로 영화의 본질적 재미라는 정답을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위해 추구하는 부분들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같이 협력한 작품을 또다시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겨울 설경과 여름 해변 풍경을 통해 관객을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여행으로 이끄는 미야케 쇼 감독만의 스토리텔링과 영상 매직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여행과 나날'은 2025년 겨울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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