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상 넘쳐나는 세상, 16mm 필름으로 관객에게 신선함 드리고 싶어”
“파도의 파동같은 OST, 제대로 스피커 환경에서 들을 필요 있어” 
“조명에 있어서는 감정과는 무관한 빛을 연출하려고 해"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①편에 이은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인터뷰입니다.) 

Q. 카미시라이시 모네 배우가 첫날 촬영 신을 끝내고 감독님이 “다 찍어버렸다. 너무 아쉽다”라고 말씀하신 걸 잊지 못 한다고 했어요. 메이킹 영상에서도 “행복한 신이다”라고 촬영을 끝내고 좋아하시고 현장에서 많이 웃으시더군요. 보면서 느낀 게 영화 찍는 걸 너무 재미있고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영화의 매력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영화 만드는 게 재미있습니다. 정말 즐겁다는 말 외에는 뭔가 떠오르는 말이 없네요. 저는 모두가 영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 만드는 걸 업으로 삼을 필요는 없죠. 

흔히 하는 말로 그래도 해외여행을 한 번 나가보는 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 개념으로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Q. 감독님은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를 만드셨어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신같은 인물들인가요.

분신까지는 아닙니다. 중학생 나이대에는 많은 경험을 하지는 않아 모르는 것도 정말 많은 나이대이긴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정말 두뇌를 완전히 가동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저는 영화 만들 때 상당히 진지하게 만들었고 그 시간이 참 즐거웠었거든요. 이 작품의 중학생들은 그런 의미에서 진지하게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장인물들입니다.

Q. 주연 배우 이외의 사람들을 조명하시면서 어떤 점을 드러내려고 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영화와 연결하고자 하셨는지 말씀부탁드립니다.

앞서 이 영화가 PMS(월경전증후군)이나 공황장애로 정말 원하는 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라고 말씀을 드렸었잖아요. 그렇게 해석을 한다면 결국은 지금의 일본 사회를 그리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사회를 그리기 위해서는 등장 인물들과 회사를 다양하게 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전작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마찬가지로 16mm 필름으로 촬영하셨는데 이를 고집하시거나 유지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16mm 필름의 특별한 질감을 좋아하긴 합니다. 실제로 촬영해보면 같은 16mm 필름이라도 정말 여러 가지 질감을 표현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그런 가능성 있어요. 

지금은 세상에 영상물이라는 것이 정말 넘쳐나고 있잖아요. 특히 스마트폰으로 정말 깔끔한 영상들을 찍어낼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디지털 영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이 보고 있지 않은가 생각 합니다.

모처럼 금전적으로 부담을 하시고 시간도 내서 극장에 오시는 분들은 제 영화를 보실 때 평상시와는 다른 영상을 보시고 신선한 느낌을 받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질감에는 어느 정도 집착이랄까요, 좀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Q. 하이스펙(Hi'Spec) 음악 감독님이 만드신 OST가 공기의 진동이나 파도의 파동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화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운드트랙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은 이 음악을 유령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끼셨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이스펙이라는 뮤지션이 워낙 재능이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그분이 만들어주신 음악을 듣고 파도나 파동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하이스펙 씨에게 제가 이제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상태에서 더 완성도를 끌어올리셨어요. 기본적으로는 그분의 재능이 음악을 이끌고 가셨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령이라는 표현한 것은 호러 영화에 나오는 무서운 존재의 뜻은 아닙니다. 평상시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끔 가다가 언뜻언뜻 보이거나 느껴지는 그런 존재라는 의미에서 유령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좀 제대로 된 스피커 환경(영화관)이 갖춰질 필요는 있는데요. 처음에 피아노 소리만 나고 드럼 소리가 처음 등장을 해요. 그런데 스피커로 들을 때는 드럼을 치고 있지 않았을 뿐 드러머가 그 자리에 쭉 있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가끔 있거든요. 

물론 연주가 되는 음악에 따라서 다르긴 합니다만, 그런 식으로 계속 그 악기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타리스트라든지 그런 연주자가 이곳에 계속 있었구나 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이번에는 원했었습니다.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라 죄송스럽긴 한데 그런 터치랄까, 분위기랄까, 그런 음악이 이 작품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일본은 다름보다는 같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고 알고 있고 다른 일본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옵니다. 그런 면에서 쿠리타 과학은 판타지적이지 않을까 해요. 한국에서도 이런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설정은 원작에도 나오긴 하지만,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메시지가 있나요.

현실에서는 물론 숫자는 적겠지만, 그런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분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처럼 현실은 차갑고 그런 회사가 많지 않다는 것은 저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표현으로밖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좀 더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뭐랄까요? 누구나 억만금을 벌 필요는 없죠. 물론 최소한의 돈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하는 기쁨이라고 할까요. 우리가 살면서 거의 절반 정도의 시간은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하는 시간이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평소에 그런 걸 느끼다 보니 영화에 직접적으로 표현이 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심우진 기자

Q. 두 주인공은 회사 밖에 있을 때는 괴로운데 쿠리타 과학 안으로 들어오면 서로를 돌봐줍니다. 이것에 대해 메이킹 영상에서 쿠리타 과학 밖은 우주공간이고 회사 자체가 우주선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크루들이 서로를 이끌어준다는 설명을 봤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회사의 분위기를 중요시 하셨다는 부분에 이런 요소도 들어있는 것 같은데 관련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조명 등의 연출에도 주안점을 두신 부분이 궁금합니다.

우선 다른 사원들의 캐스팅이 매우 중요했어요. 언뜻 보기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고 지루해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근데 같이 일하면 즐거운 사람들입니다. 그런 배우들을 캐스팅을 하는데 정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리고 빛에 관련해서는 저랑 조명 기사랑 대화를 한 것이 있어요. 등장 인물들의 감정, 예를 들어서 어둡다라든지 즐겁다라든지 하는 이런 감정과는 무관한 그런 빛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는 대화를 했습니다. 

조명 팀에 젊은 스태프들이 상당히 많았었거든요. 이분들이 잘 합심해 창밖의 그런 빛 같은 것을 만들었어요. 제가 그 빛을 보고 어떤 위화감이나 이질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한도 안에서 그 아이디어에 대해 재밌다고 생각을 하고 그대로 채택을 해 촬영했습니다.

Q.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시면서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우고 계십니다. 감독으로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신경을 안 씁니다. (웃음) 신경을 쓰면 부담이 될 거 아니겠어요. 저는 항상 뭔가 잘 알지를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리서치를 하는 걸 좋아하고 그렇게 영화를 만듭니다. 그래서 지금도 모르는 거 투성이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에너지를 갖고 힘이 다 하는 한 새로운 일에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는 것이 제 최대 목표입니다.

근데 이게 어떻게 보면 폼 잡는 것처럼 들릴 수 있어서 자세히 설명을 드려야할 것 같아요. 뭐 대단한 걸 이제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요. 여러분도 영화관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가 다 아는 그런 것을 보러 가자는 생각은 아니실 겁니다.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자 하는 그런 욕구 때문에 보러 가시는 걸 거 잖아요. 마찬가지로 저도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찍고자 하는 생각이 있죠.

그래서 관객 여러분들이 미지의 것을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가는 이유와 제가 영화를 찍는 이유는 상당히 맞닿아 있어요. 

Q. 마지막까지 사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엔드 크레딧이 좋았습니다. 연출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내셨나요.

촬영지가 결정되었을 때 그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누구 하나가 주인공이 아닌거죠. 바꿔서 표현을 하자면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자유롭게 지내는 모습으로 이 영화를 마무리 짓는 것이 잘 어울리는 엔딩 크레딧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벽의 모든' ⓒ디오시네마
▲'새벽의 모든' ⓒ디오시네마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PMS(월경전증후군)로 극심한 감정 변화에 시달리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로 평범한 일상마저 꺾여버린 야마조에가 특별한 연대로 일상의 빛을 맞이하는 공감 드라마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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