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엑시엄, 매출 개선 불구 적자 지속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두산과 SK가 앞다퉈 친환경 신사업에 베팅했지만, 성과보다 재무 리스크가 먼저 부각되고 있다. 두산은 미국 수소연료전지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이 누적 적자와 더딘 성장으로 투자자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에 직면하며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 역시 CCUS·수소·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손상차손이 잇따르며 수조 원대 자산가치 하락을 떠안고 있다.
양사의 공격적 투자 전략은 정부 정책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부응한 선택이었지만, 사업화 속도와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면서 시장에서는 ‘투자 드라이브가 오히려 재무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FI 투자자 풋옵션 부담 커지는 하이엑시엄
두산그룹의 미국 수소연료전지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이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와 누적 적자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투자자들에게 부여된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무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이엑시엄 유상증자에 참여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KD인베스트먼트, KB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풋옵션 행사 여부를 고심 중이다. 당시 두산그룹은 기업가치를 10억달러로 책정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주주간계약(SHA)을 통해 원금과 연 5% 수준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대출 성격에 가까운 구조라는 평가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하이엑시엄이 2023년 7월 발행한 전환우선주는 IPO 성사나 발행 후 6년 경과 시 의무 전환되며, 상장 지연 시 투자자가 원금과 약정 수익률을 더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더불어 두산이 보유한 지분 매각 시 동반매도권(태그얼롱)도 포함됐다. 현재 하이엑시엄의 국내 단기차입금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적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매출은 745억원, 순손실 998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은 1,098억원으로 늘었지만 순손실은 오히려 1,331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897억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 악화로 투자 유치 후 반년 만에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추진했고, 올해 중순에는 1,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단행했다.
여기에 2025년 상반기 매출은 932억8,4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당기순손실은 9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324억4,300만원 순손실)에 비해 손실 폭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구조조정은 반복됐다. 미국 현지 언론 Darien Times에 따르면 코네티컷에 위치한 하이엑시엄은 지난해 3월 13개월 만에 두 번째 감원을 단행했으며, 같은 해 말에도 생산 효율화를 이유로 추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지 매체는 이를 두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조치"라고 전했다.
이에 두산 관계자는 "기존 재고제품에 대한 상각처리, 부품재고에 대한 충당금 처리 등으로 1회성 손실이 발생했으며 올해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엑시엄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향 영업을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전해 솔루션 사업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두산은 올해 국내 군산에서 SOFC 양산 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차세대 수소발전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세레스파워의 금속 지지형 SOFC 기술을 활용해 스택과 시스템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산은 연간 50MW 생산능력을 확보해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등 분산발전 수요와 연계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또 SOFC를 선박 보조동력장치(APU)로 적용하기 위한 인증을 완료하고 실증 운항에도 돌입했다. 해양 모빌리티는 강화되는 국제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산업으로, 두산은 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글로벌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다만 군산 공장은 애초 1,437억원에서 최종 1,558억원으로 투자액이 늘었고, 시운전 기간도 길어져 초기 비용 회수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제품의 완성도 및 공장 효율화를 위해 시운전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증가했으나, 납품 일정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 손상차손 '도미노'
SK가 2021년부터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수소, 전기차 충전 등 친환경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불과 3년 만에 재무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주사 SK㈜는 2조3,000억원을 웃도는 신사업 출자액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 투자에서만 지난해와 올해 1조원 이상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SK㈜의 종속·관계기업 투자 손상차손은 2022년 22억원에서 2023년 7,206억원, 2024년 1조91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현지 투자법인에서만 7,243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수소 투자 거점인 플루터스캐피털의 장부가치는 2022년 말 1조761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720억 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투자 대상인 미국 수소 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가치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CCUS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2023년 인수한 미국 에잇리버스의 경우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잠재 매각가가 장부금액에 못 미치면서 3,659억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5,160억원을 투입했으나 현재 장부가치는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에 투자한 미국 GRC, 2019년 인수한 중국 조이비오사 지분 등도 손상차손과 매각 절차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이 '성과 부진→자산가치 하락 →손상차손 확대'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별도로 진행해 온 자산 구조조정 과정에서 환경사업 자회사 리뉴어스와 리뉴원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매각하기로 했다. 협상가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으로 재무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되면서 과거 2021년 말 400%대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20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다만 최근에는 차입 확대 영향으로 다시 240% 수준까지 상승해 재무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추가 취득, 교환사채 상환 등 매각 과정에서 수반되는 거래를 포함하는 환경자회사 매각으로 연결 기준 약 1조원의 순현금유입 효과가 예상된다"며 "교환사채 상환, 매각 대상 자회사의 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취득으로 잠재적 부담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SK㈜ 관계자는 "일부 사업 매각은 친환경 신사업을 축소하려는 게 아니라, 성장성이 큰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분야는 여전히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리밸런싱을 통해 오히려 투자 효율성과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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