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가 ⓒ한화큐셀
▲한화큐셀,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 참가 ⓒ한화큐셀

재생에너지 시험대 오른 대기업들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구체화 되면서 에너지 시장은 정책 효과와 기업 전략이 맞물리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8.8%로 높이겠다는 계획은 단순한 전력 수급 조정이 아니라, 국내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입지까지 좌우할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해법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같은 보조금 제도를 활용해 단기 성과를 노리고, 또 다른 일부는 PPA·수소 등 중장기 프로젝트에 무게를 두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과 SK에코플랜트가 각각 태양광 중심, 수소·전력구매계약(PPA)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달리하면서 선도적 역할을 모색 중이다.

◆ 태양광 공급망 키운 '한화'
한화솔루션은 IRA의 훈풍을 타고 미국 내 태양광 제조·공급망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 한화큐셀은 지난해 조지아주 카터스빌에서 14억5,000만 달러 규모의 미 에너지부(DoE) 대출 보증을 확보하며,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생산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해당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3.3GW 규모 패널을 생산해 약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 커뮤니티 솔라(CCS)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계열사는 미국 태양광 발전 기업 Summit Ridge Energy와 손잡고 총 1.2GW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일부는 저소득층(LMI) 전용 설비로 개발해 '포용적 에너지 전환'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실적도 긍정적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1,172억원·영업이익 1,02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실적 반등을 이끌었고, 태양광 모듈 판매 확대와 가격 상승이 이익 개선에 주효했다. 첨단소재 부문도 경량복합소재 수요 증가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훈풍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발효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로 인해 IRA의 핵심 세액공제가 축소되면서, 한화의 중장기 전략에도 수정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주택용 태양광에 적용되던 30% 세액공제가 올해 말 종료되고, 상업용 설비의 착공 및 완공 요건이 강화되면서, 미국 내 공급망 확충에 힘써온 큐셀의 투자 회수 구조에도 변수가 생겼다. 업계는 한화가 단기적으로는 프로젝트 일정을 앞당기고, 장기적으로는 고효율 제품 개발과 현지 파트너십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외신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해당 법안과 관련해 "이번 법안이 바람직한 그린 전환을 가로막는 전략적 후퇴"라며 "이미 11건의 클린에너지 업체가 파산하고 18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은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IR 자료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부문 3분기 실적에 대해 "생산 차질로 인한 저율 가동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자료에 따르면 케미칼 부문도 3분기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일부 제품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따라 적자 폭은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태양광 소재 신공장 가동률 상승 효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전망도 부정적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한화솔루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1,30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이라며 "이는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로 인한 생산 중단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외신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법안(OBBBA)과 관련해 "이번 법안이 바람직한 그린 전환을 가로막는 전략적 후퇴"라며 "이미 11건의 클린에너지 업체가 파산하고 18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친환경 투자 장기전…단기 실적, 반도체가 견인
SK그룹은 계열사를 앞세워 글로벌 친환경 투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SK E&S 합병을 의결하면서 그룹 차원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021년 SK E&S는 미국 ESS 기업 키 캡처 에너지(Key Capture Energy·KCE) 지분 9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약 3GW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2022년에는 베트남 지아라이 전력사 자회사 '뉴리뉴어블에너지 넘버원' 지분 99.99%를 인수하며 동남아시아에서도 태양광·풍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사업부문(에너지/화학사업·배터리/소재 사업·E&S 사업) 중 E&S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6조2,973억원 수준으로 에너지/화학 사업(30조,3731억원) 다음으로 2위,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S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628억원으로, 1분기(1,931억원) 대비 303억원 감소했다"며 "전력과 도시가스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실적이 다소 약화됐지만, 전력 도매가격(SMP)이 kWh당 115원에서 125원으로 상승해 수익성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구축한 에너지 포토폴리오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여 수익성과 성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One Innovation의 강력한 힘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PPA·수소 사업을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투자는 아직 '성과'보다 '준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체결한 프로젝트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일부 해외 사업은 기획·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재무적 부담은 여전히 뚜렷하다. 수소 생산과 PPA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수천억원 단위로 투입되는 반면, 회수에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환경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실제로 노르웨이 에너지 전문지 Montel은 "수소 생산량 증대의 주요 과제는 비용"이라며 "특히 친환경 수소는 전해조 가격과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생 에너지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수요 신호와 안정적인 정책 지원이 없다면, 수많은 민간 기업의 재정적 위험은 여전히 ​​지나치게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이 같은 준비기에 반도체 중심의 하이테크 사업 전환이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3조 1,887억원, 영업이익은 1,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119% 급증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2분기 매출은 청주 M15X 프로젝트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본격화 등 반도체 사업 성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반도체 모듈회사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제조사 SK에어플러스의 호실적이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관련 사업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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