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올해 들어 부산 반얀트리호텔 건설공사부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각 공사, 광명시 신안산선 공사에 이르기까지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싱크홀(지반침하) 문제에 더해 서울 명일동, 광명 일직동 등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지반침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부실시공 방지, 품질 확보 및 건설현장 안전문화 조성 등을 위해 전국 2만2,000개소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에는 지반침하 문제와 관련해 지하안전관리체계 개선 전담조직(TF) 8차 회의를 개최하고, 지자체별 지하안전 관리실태와 지반침하 대응계획 점검과 지하안전관리 강화방안도 논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공기업은 물론이고, 대형·중견건설사도 모두가 분주한 모습이다. 안전대책 마련과 동시에 지속적인 현장교육 이어가는가 하면, 각 사 대표들도 수시로 현장관리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들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던 안전대비 절차다.
안녕(安寧), 사전적으로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거대한 중장비가 오고가고 날카로운 장비가 널려 있는 등 거친 공사현장에서 상시 ‘아무 탈 없는’ 상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느 누가 현장에서의 부정적인 상황을 바랄까. 요즘처럼 건설현장이 이전보다 안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줄을 잇자 업계는 ‘현장 안녕을 위해 남는 건 정말 기도밖에 없을까’라는 자조의 말도 나온다고 한다.
이런 시점에서 늘 그래왔듯이 정치권의 목소리는 매섭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와 토론회를 열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청문회를 통해 해당 건설사에 단단히 책임을 물어한다고 일갈한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연이은 지반침하 사고,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김영근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공동회장은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사용 유출 지하수 재이용 계획’은 지하시설물 안전에 해가 되는 계획이나 지하수 유출에 대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과 건축물 지하방수 적용기준이 없다”며 “지하수와 지하공간 개발에 관한 국토부, 환경부 등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터널과 지하 굴착공사장에서 예산과 공사기간을 이유로 지반보강과 차수공법이 미적용 되고 있고, 부실시공이 만연한 상황이나 감리원과 발주자는 서류상으로만 확인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일정 기준 이상 지하수가 배출된 공사장은 지반보강, 차수공법 적용 여부와 성능검사를 의무화해야 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땅꺼짐 위험도 예측 시스템을 개발·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복적인 패턴이다. 관련 대책을 단단히 마련하고 대비했어도 모자를 판에 결국 법칙상 적용기준이 없는 상태였다는 지적이 또 나왔다. 그러면서도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했던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또다시 남탓만 하는 모양새다.
회의, 토론, 교육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실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도출된 의견을 하나로 모아 관철시키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고 관계자들 모두가 솔선수범할 때 어디에서나 진정한 ‘안녕’을 바랄 수 있을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그동안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 이어지는 대책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 [기자수첩] 잇단 여객기 사고…‘체계 관리’ 자성의 목소리 높여야
- [기자수첩] 한국 정치에 ‘M.K.G.A’는 사치일까
- [기자수첩] 결국 우려한 일 벌어진 ‘22대 국회’ 출구는 없나
- [기자수첩] 우여곡절 문 연 22대 국회, 민생 챙기기는 언제쯤?
- [기자수첩] 21대 국회를 보내며,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
- SH공사·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건설산업 발전’ 맞손
- 주말공휴일 열차 취소수수료·부정승차 부가운임 높인다
- 국토부, 이륜차도 안전검사 의무화
- 문화 콘텐츠 강화하는 건설사들
- SH공사, ‘양남시장 정비사업’ 공공임대주택 입주 개시
- 경기침체로 속타는 건설 후방업체, 돌파 전략은
- 건설사 CEO, 잇달아 현장 안전점검…왜?
- [기자수첩] 이재명 정부, 집값 잡을 ‘복안’ 통할까
- [기자수첩] 건설현장 중대사고 ‘기업 책임’만이 능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