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기우는 없었다. 21대 이어 여소야대 형국인 22대 국회도 헌정 사상 최초 야당 단독 개원이라는 반쪽짜리 국회로 시작하더니 결국 우려한 일이 벌어졌다.

초반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부터 여야는 접점 없이 말이 많았던 데다 안건별로 충돌을 거듭했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제대로 된 새 국회의 모습을 독려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호소도 공허한 메아리만 됐다. 

급기야 이달 5일 예정이던 22대 국회 개원식은 바로 전날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생겼다. 이에 22대의 늦장 개원식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21대 지각 개원식 기록을 제치게 됐다. 이러다간 아예 ‘개원식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아냥도 나온다.

개원식 취소의 여파는 컸다. 관련 회견도 줄줄이 연기되고 일정 취소도 이어졌다. 여기에 채상병 특검법, 방송 4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여부 등 여야는 극한의 대치를 보이면서 역대 최악의 국회로 손꼽히는 21대 국회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모양새다.

협치의 모습이 잊힌 건 비단 국회 전체의 모습만이 아니다. 최근 당 대표 선발을 앞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진통도 만만찮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은 지독한 흑색전이 난무하고 상대방 헐뜯기에 여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버지’라는 표현까지 들먹이며 이재명 전 대표 연임시키려는 친명계와 쇄신을 부르짖는 비명계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당내 확실한 라인 잡기에 혈안이다. 과연 한팀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내부의 편 가르기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언제까지 국민은 이러한 피로감을 견뎌야 할까. 분명 올해 총선 이후 부족함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에 부푼 국회의 모습도 그려졌었는데 말이다.

지난 17일 제76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축사를 통해 “오늘 대한민국은 결코 부족 하지 않은 그 자산을 제대로 다 쓰지 못하고 있다”며 “온전히 정치의 부족함이다. 제헌절을 맞도록 국회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국민의 질책을 달게 듣겠다. 노력하겠다. ‘국민을 지키는 국회, 미래로 나아가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워지겠다”고 다짐했다. 

22대 국회가 새로워지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여야는 잘못 낀 첫 단추는 빨리 풀고 다시 한번 찬찬히 내부 안팎을 돌아보길 바란다. 한 번 돌아간 민심을 끌어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최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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