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부터 자동차 부품 국산화 노력으로 일본 수출규제 영향 적어
- 미래차 소재·부품 국산화율 낮고 국내 납품업체 생산장비 일본 의존도 높아 대책 필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지난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안보상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이 오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제조산업 등은 이번 사태가 몰고올 파장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계는 아직까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국산 자동차 소재·부품의 대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번 수출규제 사태로 인한 타격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 자동차 국산화율 95%...1970년대부터 국산부품 연구개발 지속
한국 완성차업계의 부품 국산화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자동차 기업이 생산하는 차량의 부품국산화율을 평균 95% 정도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1975년 생산한 포니는 이미 부품 국산화율이 85%에 달했다. 이전까지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을 기반으로 라이선스 조립에 의존해야 헸던 핵심부품인 엔진마저도 1991년 독자적인 설계 및 국산화를 이뤄냈다. 이처럼 반도체 등 여타 산업에 비해 국산화율이 높은 이유는 현대차를 필두로 설립 초기부터 제철, 차량부품까지 모든 생산공정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산업구조에 따른 것이다. 이 밖에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산 자동차 부품 수급문제를 겪었던 경험에 따라 꾸준하게 국산화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현재 국산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일본산 소재·부품의 대표적 품목은 차량용 트랜스미션,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용 전해질막, 탄소섬유, 차량용 반도체 등이다.
이중 트랜스미션의 경우 일본 자트코 제품이 르노삼성차의 SM6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경우는 프랑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일본정부의 한국수출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있는 상태다.
토요타 계열사인 아이신이 제조한 일본산 트랜스미션은 쌍용차 티볼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아이신 트랜스미션은 과거 현대차, 기아차에서도 사용했었으나 현대트랜시스 제품으로 대체해 현재는 거의 채택하지 않고 있다. 쌍용차는 해당부품이 과거 모델들에 채용했던 메르세데스-벤츠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 등 장점을 갖추고 있어 도입한 것이며, 수급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체부품 확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국내 업계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용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미흡
이와 같이 내연기관차량용 부품은 대부분 국산화 내지는 일본산 외의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래차용 소재·부품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핵심 전장부품인 차량용 반도체는 국산화율이 2%에 머물러 거의 대부분을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부품 업체들은 일본 르네사스의 차량용 반도체를 수입해 만든 부품 및 모듈 등을 현대차 등에 납품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량용 반도체는 일본 르네사스 외에 NXP, 인피니온 등 유럽기업 등을 통한 수입다변화가 가능한 품목이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2012년 설립한 현대오트론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기술의 꽃이라 불리우는 자율주행차, 그 핵심부품인 센서 분야 역시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센서 시장은 미국 자율주행차 센서 컨퍼런스(AVSC)가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10억 달러 규모이며, 오는 2022년에는 230억 달러로 두배 이상 성장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을만큼 미래 자동차 업계를 선도할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분야 중 하나다. 현재 덴소, 히타치, 도시바,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프로세서·광학센서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미쓰이화학 등 일본 화학회사들도 MDI와 같은 자동차 내·외장소재 외에 센서용 내열 소재 사업에 진출 중이다. 이 외에도 자동차를 비롯한 로봇산업에서 센서와 연계된 제어용 중요 부품인 정밀 소형모터 기술 역시 일본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배터리 파우치 필름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전량을 DNP, 쇼와덴코 등 일본기업에서 공급받아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국산 및 중국산으로 소재대체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품질, 고객사 계약 등의 문제로 대체재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섬유는 차량용 수소저장탱크의 핵심소재로 일본 도레이가 전세계적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진복합소재가 일본산 소재를 사용한 수소저장탱크를 현대차에 납품해왔다.
탄소섬유는 수소저장탱크 외에도 전기차 차체는 물론 항공기 외장소재로도 활용, 경량화를 이뤄내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소재다. 기아차 모델 중에는 쏘렌토의 썬루프 프레임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2007년부터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일본산 소재에 대한 대체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본산 소재 수준의 품질 및 내구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이미 부품 국산화율이 90% 이상을 넘어섰으며, 일부 일본산 소재 및 부품의 경우도 얼마든지 수입다변화를 통해 대체가 가능한 만큼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섬유나 전해질막과 같은 소재는 아직까지 수급에 이상이 없으며, 수소전기차 생산량이 전체 자동차 생산량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동차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일본 수입규제에 따른 영향이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자동차 기업에 부품을 납품 하는 하청업체 공장들이 보유한 정밀부품 가공용 CNC공작기계 콘트롤러 등은 대부분 가격 및 유지보수면에서 강점을 가진 화낙과 같은 일본기업 장비로, 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장비수입에 제한이 발생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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