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가 오는 25일 주총을 거쳐 시작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재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함 회장이 지난해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의 수장을 교체했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순이익 기여도는 0%대다. 보험업의 특성상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감안해 대형보험사 인수합병(M&A)을 하나금융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번 가입한 보험상품의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충성도 높은 고객확보를 위한 경영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편집자주>
오는 25일, 하나금융 주총…함영주 2기 체제 출범
하나생명·손보, 실적 답보…“보험사 인수 시동”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가 부진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하나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지 20년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순이익 기여도는 여전히 0%대다. 하나손보 또한 적자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18일 하나금융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나생명은 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308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1년 전(760억원)보다는 적자 규모를 줄였다.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KB라이프 등이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을 ‘하드캐리’했다는 점과 비교해 하나금융의 보험계열사의 역할은 미미하다.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순이익 기여도는 0% 수준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를 보면 2017년 16.7%에서 2021년 32.9%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4.7%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15.7%로 회복됐다. KB금융(33%)과 신한금융(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지난 2022~2023년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음에도 하나금융이 전체 순이익 기준 ‘만년 3위’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 하나생명·손보, 순이익 ‘제자리’…“태생적 한계”
하나생명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에 편입된 이후 7조원으로 자산을 늘렸다. 하지만 순이익에선 편차가 심하다. 하나생명은 2013년 17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어 2014년 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후 2020년 266억원의 최대 순이익을 나타냈다.
하나생명의 부진한 실적은 명확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지 않아서다. 보험영업에서 실적 증대를 할 수 없다보니 투자를 통한 이익 증가를 노렸는데, 금리 변동성에 따른 손실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다.
하나생명은 본연의 보험영업에서 방카슈랑스(은행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수익성 증대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하나생명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3년 알리안츠 소속이던 AGF생명의 50% 지분을 인수했다. 합작법인으로 출범한 하나생명은 2007년 알리안츠 잔여 지분 50%를 인수한 하나은행의 완전 자회사로 탈바꿈했다. 이후 같은 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전환됐다.
2008년 하나금융이 하나생명 지분 50%-1주를 HSBC그룹에 양도하면서 다시 합작법인으로 전환됐다. 같은 해 3월 사명도 하나HSBC생명으로 변경됐다. 이후 2013년 하나금융은 HSBC가 보유한 하나생명 지분 전부를 다시 양도받았다. 이때 사명도 하나생명으로 돌아왔다.
하나생명을 둘러싼 비효율적 의사결정 구조와 방카슈랑스 채널에 의존한 사업방식으로 성장에 한계를 보여 온 것이다.
방카슈랑스에서는 보장성 상품을 팔기 어려워 대부분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새 회계기준(IFRS17)에서는 저축보험이 부채로 잡혀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카슈랑스 전문 생보사였던 하나생명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나손보 역시 단편적인 수익모델로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20년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 지분 70%를 인수하고 디지털손해보험사로의 사업추진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더케이손보가 보장성 상품을 취급하는 등 종합손보사의 특성을 지닌 것을 감안해 디지털이라는 색채를 입혀 수익성 증대를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한 이후 적자가 지속됐다.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해인 2020년 6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689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지난 2021년에는 170억원 순익을 거두며 잠시 흑자 전환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옥 매각으로 부동산처분이익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결과였다. 실질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 아닌 것이다.
디지털 전략을 사실상 포기한 하나손보는 지난해부터 장기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채널을 강화하는 등 대면 영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금융이 이례적으로 삼성화재 출신인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하나생명·손보 성장 한계…결국 보험사 인수?
함영주 회장 체제 하에서 하나생명과 하나손보가 성장성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보험사 인수가 하나금융의 실적 향상에 주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적자를 본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에 4,116억원 가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가 진행한 유상증자 1,116억원 및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받았다. 하나생명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하나금융이 참여했다.
하나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하는데 있어 자본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13%로 금융당국이 권고한 12% 대비 여유가 많다. CET1은 금융지주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할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지주는 이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면서 경영 전략을 짠다. 대형 M&A에 나서면 CET1이 하락하기에 이 지표가 규제치 대비 여유가 있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물로 적당한 보험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며 “잠재 매물 가운데 매트라이프생명이 우량매물로 보이는데, 자산규모도 25조 규모로 업계 10권에 들고 자본건전성 수준을 보면 지급여력비율이 작년 9월 기준 370%에 달하면서 추가 자본 투입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손해보험에선 롯데손해보험이 우량매물인데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하나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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