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계엄령 여파 등 혼탁한 정치 상황에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은행주들이 올해 들어서 반등하고 있다. 한 달간 은행주를 6,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잦아들면서 투자심리도 회복되는 양상이다. 각 금융지주 경영진을 비롯한 계열 은행 경영진까지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는 등 주주환원 기대감이 은행주의 투자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편집자 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은행주가 올해 들어 확연한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면서 작년 한 해 꾸준한 상승곡선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저가매력’이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전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로 이어지면서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하락이 더딜 경우 은행 입장에선 이자이익 감소폭이 줄어든다. 자연스레 실적 하락을 방어할 수 있고, 투자자를 끌어 모을 기회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올해 들어 내놓은 주주환원책이 주가 우상향 곡선을 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가 기준 ‘KRX 은행’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4.55% 상승했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 21일까지 4대 금융 가운데 KB금융의 상승 폭이 6.6%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지주(4.2%), 하나금융지주(2.1%), 우리금융지주(2.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아울러 BNK금융지주(11.1%), JB금융지주(22%), DGB금융지주(10.7%), 기업은행(2.9%) 등도 강세장에 합류했다.
◆ ‘저가 매수’ 투심 반영…외국인 투자자, 은행주 유턴에 상승세
작년 12월 은행주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리스크에 따라 급락했다. 은행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인 ‘밸류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왔다. 하지만 작년 12월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이탈과 외화 평가손실 발생, 보통주 자본 비율 하락으로 은행주 낙폭이 커졌다.
비상계엄 사태 직전 거래일인 작년 12월 3일 종가부터 작년 마지막 거래일(12월 30일) 종가까지 ‘KRX 은행’ 지수의 하락률은 무려 13.96%에 달했다. 종목별 수익률을 보면 KB금융 -18.08%, 신한지주 -15.51%, 하나금융지주 -13.94%, 우리금융지주 -10.64%, JB금융지주 -20.39%, DGB금융지주 -12.33%, BNK금융지주 -7.60%, 기업은행 -5.54% 등으로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작년 12월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은행주 약 6,660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1월 들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은행주 매도세가 약화했고, 일부 종목의 경우 순매수세로 전환하면서 수급상 우려 요인도 줄면서 은행주가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여전히 극심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도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달 15일 종가 기준으로 주요 은행주의 PBR은 KB금융 0.59배, 신한지주 0.47배, 하나금융지주 0.43배, 우리금융지주 0.37배, JB금융지주 0.66배, 기업은행 0.37배, BNK금융지주 0.35배, DGB금융지주 0.25배로 기준선으로 꼽히는 ‘PBR 1배’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면서 주가 회복을 위한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 금리인하 속도 조절…은행주에 ‘역발상’ 투자
미국 중앙은행(Fed)은 당초 4회였던 올해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2회로 줄이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통상 금리가 낮아질수록 예금과 대출이자 차이가 줄어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자수익을 통한 이익 증대 기대감이 커지고 연장선상에서 은행주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 2022년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55조9,000억원으로 2021년 46조원 대비 21.6%나 많이 늘어났다. 지난 2023년에도 59조2,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한 바 있다.
현재 은행의 주주환원에 가장 관건이 되는 지표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Common Equity Tier1)이다. 최근 들어 짙어진 환율 변동성으로 은행권의 CET1에 부담을 주면서, 주주환원 정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지주 회장들이 해외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소통에 나서고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지주 주식 2,000주를 취득했다. 작년 말에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자사주 총 5,000주를 주당 평균 5만8,862원에 장내 매입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CET1은 손실흡수 능력을 나타내며, 각 금융지주는 13% 이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모두 CET1 비율 12~13.5%를 주주환원정책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선제적인 손실 흡수력 제고를 통해 지속적인 이익 증가 추세가 예상되며,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을 재차 가져도 될 시기”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자본 비율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공시한 주주환원책을 (각 금융지주사가)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은행주 관련 매도세가 진정됐고, 일부는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과 2월 초 실적 발표 시기와 맞물려서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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