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피자헛 회생절차…배상금 210억원이 경영부담
도미노·파파존스·미스터 등 대다수 2022년 기점 수익 무너져
외식업계, "비싼 가격에 냉동피자 수요 늘고 원자재값 부담 작용"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한국피자헛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영난이 가시화됐다. 고물가에 원자재 부담과 광고·배달비 등으로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녹록치 않은 상황인 가운데 피자시장의 경우 유통제조업체 가릴 것 없이 가성비 피자 냉동간편식을 내놓으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수익 악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 2심에서 패소하면서 물어야할 210억원이 경영부담이 돼 이 문제를 합의하고자 법원에 구조조정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원재료 등을 팔 때 마진을 붙여 팔면서 발생하는데, 가맹점주들이 이미 고정수수료, 광고비 등을 본부에 지급하는 데 합의없이 마진을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했고, 이에 법원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가맹점주들이 비용부담을 호소할 만큼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영업손실은 2022년 2억원에서 지난해 45억원으로 1년 만에 적자가 20배로 확대됐다. 한국피자헛의 영업이익은 2020년 55억원에서 2021년 4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22년 영업손실 2억원으로 적자전환, 지난해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피자헛은 치즈 등 원자재에 마진을 붙여 가맹점주들에게 팔다 2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금을 돌려주게 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이번 배상 판결액은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자본(회삿돈) 96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더군다나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부채총계 232억원으로 이미 부채가 자본보다 2배 이상 많다.
한국피자헛의 실적이 무너지기 시작한 때는 2021년이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거래가 활성화되던 시기이다. 특히 외식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점포보다 배달플랫폼을 통한 배달 수요가 늘기 시작한 때이면서 고물가 기조로 집에서 가성비 피자 등 냉동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에 따라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피자점에서 직접 피자를 먹는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비 변화에 따른 수익 악화는 한국피자헛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동종업체인 도미노피자·파파존스·미스터피자 등도 수익이 크게 나고 있지 않다.
청오디피케이가 운영하는 피자브랜드 도미노피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0년과 2021년 각각 165억원, 159억원이었으나 엔데믹 시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2022년 영업이익 11억원으로 전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수익이 무너졌다. 그러다 지난해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0억원의 수익을 냈다. 지난해 자본 1,600억원으로 부채는 471억원으로 부채비율 29%다.
파파존스의 경우 영업이익 2020년 45억원, 2021년 63억원, 2022년 47억원, 지난해 41억원을 냈으나 지난해 자본 135억원인 한편 부채 123억원으로 회삿돈과 부채가 비등한 상황이다.
미스터피자는 2022년 11월 운영사인 대산에프앤비의 주주총회 승인에 따라 지난해 1월 1일을 분할기일로 대산에프앤비의 피자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가운데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자본 마이너스(-)33억원이다. 부채 113억원이다.
전반적으로 피자업체들 모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피자프랜차이즈 수익 악화에 대해 "다수의 브랜드가 상존하는 것에 따른 피자 회사간 경쟁이 심화된 데에서 기인하기 보다 최근 대형마트가 직접 가성비의 델리 상품을 내놓거나 식품업체들에서 냉동피자 등 간편식(HMR)을 다수 선보이는 데다 피자 한 판 가격도 만만치 않다보니 고물가와 맞물리면서 소비가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에는 오프라인 피자 프랜차이즈점을 직접 찾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배달 니즈가 높아져 회사는고물가에 따른 원자재값 부담과 배달플랫폼 이용비 등 비용요인이 늘고 있는 것도 경영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싼 가격도 피자 프랜차이즈의 수익 악화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피자 가격 인상률은 11.2%로, 햄버거(9.8%)·치킨(5.1%)와 비교해 높은 인상률을 나타냈다. 이는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자의 주 원재료인 밀 가격이 치솟으면서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에게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제품가격을 올리면서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 피자는 토핑·사이드메뉴 등을 추가해 주문할 시 대개 4만원에 육박하는 꼴이 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격이 부담스러워져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했고 밀 외에도 치즈 등 타 원재료값도 오름세인데다 고물가에 인건비, 배달료 등 지속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