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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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분위기 한껏 살린 해양 액션 누아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밀수’는 펜데믹 기간임에도 360만명을 동원했던 ‘모가디슈’(2021)에 이어 2년 만에 컴백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 ‘모가디슈’가 90년대 해외에서 고립된 사림들의 생존기를 그렸다면 ‘밀수’는 좀 더 과거로 돌아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번 작품도 근본적으로는 처절한 인간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못 먹고 못살던 시절, 작은 어촌마을에서 평범하게 물질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이 주인공이다. 최헌의 노래 ‘앵두’(1977)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의 프롤로그만 얼핏 보면 해양활극과는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범죄 액션 장르다운 다양한 서사가 켜켜이 쌓여간다.

특히 인물 개성을 잘 살린 캐릭터 영화로서의 재미가 크다. ‘내가 죽던 날’(2020) 이후 3년 만에 큰 스크린으로 만나는 김혜수 배우의 독보적인 연기력과 맑고 시원한 캐릭터의 존재감이 영화 전체를 강력하게 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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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70년대 중반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인근에 새로 생긴 화학 공장이 쏟아내는 폐수 탓에 전복 등 해산물이 폐사하면서 해녀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것.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춘자(김혜수)는 모두에게 낮술을 권하며 속을 삭인다.

결국, 해녀들은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불법적인 일에 뛰어든다. 바다에서 밀수품을 건져 올리는 일을 시작한 것. 관세청 눈을 피해 진행되던 밀수일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조로웠고, 큰돈을 만지게 된 해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뻐한다. 하지만 큰 욕심이 결국 화를 부른다. 춘자가 진숙을 설득해 진행하려던 일이 잘못되면서 친자매 같았던 둘의 사이는 크게 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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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서울 명동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며 나름 끗발을 날리던 춘자는 밀수 판에서 악명이 자자한 권 상사(조인성)를 대면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춘자는 새로운 밀수 사업을 위해 군천으로 향한다. 하지만 춘자가 떠난 사이 군천 밀수조직은 완전히 물갈이된 상태. 거기다 오랜만에 재회한 진숙은 춘자를 원수처럼 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련한 승부사이자 협상가인 춘자는 속고 속이는 밀수 판 한가운데에 서서 위험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영화 ‘밀수’는 우선 류승완 감독이 선곡한 70년대 음악과 장기하 음악감독의 참여로 그 시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낸 부분이 가장 큰 특징으로 다가온다. 음악에 힘을 실은 만큼 돌비 애트모스 포맷 특별관에 특화된 영화이기도 하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같은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계열 음악이나 스파게티 웨스턴 음악이 적절하게 잘 활용됐다. (액션 신에서는 예를 들어 ‘Boogie Oogie Oogie’같은 동시대의 펑키한 디스코 풍 OST 비중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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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60~70년대 실제 밀수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소재와 홍콩 누아르 그리고 70년대 미드 ‘미녀 삼총사’ 등의 패션, 캐릭터를 빌려 외관을 완성했다. 다만 음악이나 프로덕션 부분에서는 장단점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한다. 관람 세대에 따라 레트로 감성과는 다른 올드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 CG는 일부 장면에서 살짝 부족한 느낌을 준다. 

류승완 감독 스스로 수중 액션을 찍고 싶어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던 만큼 해당 촬영에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해녀의 특징을 살려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수중 액션 묘사도 주목할 부분. 살벌한 집단 난투극 장면에서는 조인성과 애꾸 역 정도원의 액션 합이 누아르 감성의 처절한 긴장감을 잘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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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력에서는 단점을 찾기 힘들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케미 조합을 필두로 조인성의 괴리감 없는 극과 극의 캐릭터 연기, 장도리 역을 맡은 박정민의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 등 흥미진진한 인물 열전을 보여준다. 장춘 역의 김종수 역시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옥분 역의 고민시는 큰 웃음을 안겨주는 코믹 연기로 극 중 최고의 신스틸러로 활약해 큰 인상을 남긴다.

영화 ‘밀수’는 류승완 감독 특유의 연출 테이스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상업영화로서의 기승전결 구성은 깔끔하며, 좋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김혜수 배우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있는 캐릭터 드라마에서 큰 재미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밀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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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수

영제: Smugglers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제작: 외유내강

제공/배급: NEW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개봉: 2023년 7월 26일

상영 포맷: IMAX 2D, 4DX, ScreenX, ATMOS 2D, 디지털 2D, 가치봄 2D, 한글자막 CC 2D

스크린 리뷰 평점: 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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