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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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영화에 한 획을 긋는 기술적 성취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92년 대한민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다. 비록, 독자적인 기술로 일궈낸 성과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우주개발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이자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발목이 묶인 상태로 진행됐다. 위성 발사체 개발은 순수 과학 목적으로만 가능했기 때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을 우려해 발사체 개발이 억제되어 있었다. 개정을 거듭한 끝에 사거리 800km 이내, 탑재 중량 2.5t 까지 합의를 이뤘던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드디어 2021년 폐지돼 거리와 무게에 제한이 없는 발사체 개발 주권을 갖게 됐다. 1979년 이후 42년 만의 일이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우주선에 사람을 싣고 달로 향하는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미래를 그린다. 그 바탕에는 인간 드라마의 휴머니즘을 깔았다.

▲'더 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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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첫 번째 유인 달 탐사선 계획이 비극적인 실패로 끝나고 5년 후인 2029년, 두 번째 달 탐사선 ‘우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영화 설정에 따르면 ‘헬륨-3’이라는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가 달을 두고 치열한 자원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한편, 우주개발을 선도 중인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로 구성된 우주 연합은 달 탐사와 관련된 막대한 분담금을 거부한 한국을 연합에서 강제 탈퇴시킨다. 

전 세계와 NASA에 등을 돌린 채 독자 기술로 완성한 우리호는 달로 향하던 중 태양풍을 만나 통신안테나가 파손돼 나로우주센터와의 통신이 끊긴다. 이에 통신안테나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사고가 일어나고 UTD 출신 황선우(도경수) 대원만이 남아 우주에 고립된다. 우주비행사로 선발됐지만, 파일럿 출신이 아닌 그는 우주선 조종법을 모르는 상태.

▲'더 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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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또다시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선우를 지구로 귀환시키라는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인 김인식(조한철)의 닦달이 이어진다. 이에 따라 과거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소백산 천문대에 은둔하고 있던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다시 센터로 복귀한다. 재국은 우주선 제어 전문가로 선우가 타고 있는 사령선을 만든 과학자였다.

일단 재국은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인 한국계 미국인 윤문영(김희애)에게 구조를 요청해보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듣는다. 미국이나 우주 연합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한국 측이 도움받기는 쉽지 않은 상태였던 것.

▲'더 문'. ⓒCJ ENM
▲'더 문'. ⓒCJ ENM

그때 선우는 어떻게 하든 지구로 자신을 귀환시키려는 재국과 반목하며 스스로 달 궤도 진입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재국은 무모해 보이는 선우의 돌발행동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의 귀환 작전에 전력한다.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달착륙에 성공하는 선우. 하지만, 기쁨도 잠시일 뿐. 또다시 닥쳐오는 위기 앞에 선우의 목숨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고, 그를 귀환시키려는 재국의 치열한 구조 시도가 이어진다. 

이 작품 최대 장점은 한국 SF 영화에 한 획을 긋는 기술적 성취다. 한국영화 최초로 돌비 비전, 돌비 애트모스의 돌비 시네마 기술을 적용해 네이티브 4K 화질을 갖췄다. 또한, 한국영화 최초로 1.90:1 IMAX 비율로 제작된 작품이다.

따라서 일부 장면에서 구현된 칼 같은 해상도는 드라이한 우주 공간의 느낌을 재현해 시각적 현실감을 극대화한다. 청각적으로는 또렷한 서라운드 음원과 음장감, 사운드 이펙트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영화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돌비 시네마관과 IMAX관이 가장 최적화된 영화감상 환경을 제공한다.

▲'더 문'. ⓒCJ ENM
▲'더 문'. ⓒCJ ENM

작품 속에서는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 등 기존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의 명장면들을 연상하게 만드는 클리셰가 다수 등장하며, ‘승리호’에서 한 단계 더 진일보한 한국영화의 VFX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압도적인 시청각 경험의 액션 시퀀스는 유성우가 떨어지는 달 표면을 내달리는 월면차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박진감 넘치는 이 액션 신의 섬세하고 스펙터클한 세트 설계는 한국영화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CG 완성도를 제공한다.

영화 속에는 자세히 파고들면 다양한 고증 오류와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행동, 설정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런 요소에 대해서는 극적 긴장감을 위한 영화적 장치로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 있다.

러닝타임 중반 지점부터는 아쉽게도 나름대로 탄탄하게 쌓아 올렸던 서사적 긴장감이 흐트러진다. 각 주요 인물의 전사, 인간관계에 얽힌 갈등, 화해, 용서 등을 이끌어나가는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격정적인 감정선에 동화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일부 장면이나 모브신 등에서는 과잉된 감정이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각적 재미를 주는 주요 장면에서는 높은 CG 품질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일부 장면 CG 처리에서는 한정된 예산의 아쉬움이 보이기도 한다. 

▲'더 문'. ⓒCJ ENM
▲'더 문'. ⓒCJ ENM

극 중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과 자주 주권에 대해 녹여 넣은 것은 대단히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항공우주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적대적일 만큼 갈등 관계에 놓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초반부터 재국에게 한국을 ‘자기네 나라’라고 표현하던 미국인 문영의 선택과 행동에는 다소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등 출연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전반부는 흥미롭고 시각적 만족감이 높은 '기승'을 보여주지만, 후반부 휴머니즘 드라마 '전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는 뛰어난 시각효과와 음향을 중심으로 한 우주 액션을 보여주기에 극장 관람의 장점을 충분히 갖춘 SF 블록버스터 영화다.

▲'더 문'. ⓒCJ ENM
▲'더 문'. ⓒCJ ENM

 

제목: 더 문 (The Moon)

각본·감독: 김용화

출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제공·배급: CJ ENM

제작: CJ ENM STUDIOS 블라드스튜디오

러닝타임: 129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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