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애니메이션 영화사에 남을 팝아트 블록버스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시작해보려고 해.”

‘지구-65’에 살고 있는 그웬 스테이시(헤일리 스테인펠드)의 첫 대사처럼 이번 작품은 전작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이 리뷰에는 영화 시놉시스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이번 편에서는 그웬의 서사가 주연급으로 확장됐다. 따라서 그녀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웬이 사는 차원은 캔버스 위 세상처럼 묘사되어 있다. 아크릴화, 유화, 수채화 등 회화 표현과 붓 터치를 잘 살려 그려낸다. 부드러운 질감과 몽환적인 색감을 통해 10대 소녀 스파이더우먼이 겪었거나 혹은 겪고 있는 갈등, 부담감, 죄의식, 사랑 등 복잡하고 멜랑콜리한 감정을 구차한 대사 없이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나간다. 

그웬이 아빠와 겪게 되는 부녀 관계에서의 감정 변화 표현도 탁월하다. 웜톤과 쿨톤이 조화를 이룬 배경과 물들어 퍼져가는 색으로 감정을 시각화한 신들은 다른 작품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직관적인 공감 정서를 구현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이번 작품에서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라는 차원 이동 조직이 등장한다. 그곳의 리더 미겔 오하라(오스카 아이삭)는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스파이더 버스의 공식설정(Canon) 수호를 고수한다. 차원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글리칭을 비롯해 멀티버스의 시간과 공간 붕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에서 소수의 희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미겔의 확고한 신념은 ‘지구-1610’에 살고 있는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와의 대립을 가져온다. 마일스는 미래를 자유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여기에 서로가 순환적 창조자 관계인 마일스와 빌런 스팟(제이슨 슈왈츠먼)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는 어느 한 프레임도 평면적이거나 단순하게 묘사하는 신이 없다. 이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의 환상적인 웹 스윙 표현 정도는 그저 기본기일 뿐이다.

조아킴 도스 샌토스·켐프 파워·저스틴 톰슨 감독과 작품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은 러닝타임 내내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공간감과 입체감 표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액션 비주얼이 펼쳐 보인다. 그만큼 모든 컷이 예술적이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이 영화 속에는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부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리처드 해밀턴, 키스 해링 그리고 뱅크시 등 현대 팝아트 작가들까지 망라한 서양 미술 전체를 아우르는 오마주가 녹아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벤데이 도트로 인쇄된 코믹북 감성 연출도 빼놓지 않았다. 이 작품은 영화인을 비롯한 예술인 모두에게 큰 영감을 불어넣어 줄 영혼이 담긴 팝아트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이번 작품에서는 전편보다 확장된 멀티버스를 즐기는 재미도 늘어났다. 파비트르 프라바카르(카란 소니), 호비 브라운(대니얼 컬루야), 피터 B. 파커(제이크 존슨) 등 차원을 넘나드는 다국적, 다인종, 다종족의 개성 넘치는 스파이더맨 280여 명이 등장해 온 세상이 스파이더맨 투성이인 세계관을 묘사한다.

이를 활용한 후반부 스파이더맨 밈과 추격 시퀀스는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 여기에 힙합, 록,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최고의 뮤지션들이 협업해 만들어낸 사운드트랙도 일품이다. OST에 수록된 모든 삽입곡 하나하나가 뛰어난 노래들이다.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전작에서 포스트 말론과 스웨 리가 부른 ‘Sunflower’ 만큼의 중독성을 지닌 곡은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이라는 외로운 영웅의 서사에서 짠한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그웬과 마일스 사이에는 동료라는 유대감 이상의 감정으로 일보 전진이 이루어진다. 특히 고층 빌딩 데이트 장면에서는 하늘을 호수 삼은 보랏빛 로맨틱 무드 속에서  마음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러닝타임 139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눈이 따라가기 힘든 화려하고 역동적인 액션 세트피스가 풍성하게 펼쳐지기도 하지만, 영웅들의 섬세한 내면 심리 드라마 또한 빼곡하게 서사를 채우고 있다. 일방적인 희생과 숙명을 거부하는 신세대 영웅의 이야기에 대한 다음 파트가 궁금해진다.

이번 작품은 전작에 이어 21세기 애니메이션계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로 기록될만한 영화다. 현대 팝아트가 애니메이션과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화학작용을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소니 픽쳐스 코리아

 

제목: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원제: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감독: 조아킴 도스 샌토스, 켐프 파워, 저스틴 톰슨

출연: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로런 벨레스, 제이크 존슨, 제이슨 슈왈츠먼, 잇사 레이, 카란 소니, 대니얼 컬루야, 오스카 아이삭 외

수입/배급: 소니 픽쳐스 코리아

심의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북미개봉: 2023년 6월 2일

국내개봉: 2023년 6월 21일

스크린 리뷰 평점: 9.5/10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