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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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휴먼의 가장 인간적인 고뇌와 선택을 그리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는 SF 영화 중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앤디 무시에티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 ‘플래시’는 시간여행과 타임 패러독스를 소재로 한 ‘백 투 더 퓨처’의 메타휴먼(DC코믹스 세계관에서의 초능력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요 스토리 라인은 코믹북 '플래시포인트'를 기반으로 각색됐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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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본 소심한 영웅 배리 앨런=플래시(에즈라 밀러)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 고담 시티로 향한다. 슈퍼맨, 원더우먼 등 다른 메타휴먼들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발에 불꽃이 튀도록 뛰어다니며 시민을 구하고 범죄자를 응징한다.

매번 에너지 고갈을 호소하며 탐식하는 이 헝그리 슈퍼히어로의 활약 덕분에 수많은 고담 시민들은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정작 플래시 자신의 인간적 삶 속에는 행복감이 결여되어있다.

사실 배리는 터널처럼 어둡고 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렉)과 닮아있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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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서 도망치려던 그는 우연히 ‘스피드 포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생의 변곡점에 이른다. 이를 이용한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불행한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배리. 그러나 같은 아픔을 공유해온 브루스는 배리가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세상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브루스의 진심 어린 충고에도 배리는 결국 크로노볼의 과거 타임라인에 개입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돌발상황이 발생하면서 알 수 없는 시점으로 튕겨 나가는 사고를 당한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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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방문하게 된 세상에는 덜 떨어진 18살의 자기 자신만 빼고는 그토록 원했던 행복과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때마침 조드 장군(마이클 섀년)의 지구인을 향한 선전포고가 시작되자 배리는 자신이 메타휴먼도 저스티스 리그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와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래도 배트맨만큼은 존재했다. 다만 고담 시티가 더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워진 덕분에 쓸쓸하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고 있을 뿐이었다. 고민 끝에 두 명의 배리들은 조드 장군을 막고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배트 케이브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스파게티처럼 뒤엉켜 붕괴 직전인 시공간의 대혼란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플래시는 필사적인 초광속 전투를 시작한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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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부트로 전개될 ‘DC 유니버스’의 비전 맛보기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서 배우 마이클 J. 폭스는 마티 맥플라이 역을 맡아 전 세계적인 톱스타로 등극한다. 하지만 마티 역의 최초 캐스팅은 마이클 J. 폭스가 아닌 에릭 스톨츠에게 주어졌었다. 만약 마이클 J. 폭스가 촬영 일정을 잡지 못할 만큼 너무 바빴고, 에릭 스톨츠가 하차하지 않고 마티 역을 끝까지 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영화 ‘플래시’는 그런 상상이 현실인 멀티버스를 그린다. 이 세계관 안에서는 팀 버튼 감독이 만들었던 전설적 명작 ‘배트맨’(1989)의 고전미 넘치는 미학도 함께 부활한다.

여기에 팀 버튼 감독이 완성 못 했던 또 다른 DC 슈퍼히어로가 짧게 등장하는 것도 숨겨진 관람 포인트.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복수의 박쥐 코스튬을 입은 트라우마 환자 브루스 웨인이 삶의 방향성을 잃고 몰락했다가 다시 멋지게 부활하는 모습은 리부트를 앞둔 ‘DC 유니버스’의 비전과 바람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DC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영화인 ‘플래시’는 그런 의미에서 가교 구실을 충실히 수행한다.

액션 연출의 시각적 즐거움도 확실하다. 플래시의 초광속 액션뿐만이 아니라 배트맨의 속도감과 타격감 넘치는 멋진 격투 액션 연출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 다만 단점이라면 일부 장면에서 CG 품질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을 준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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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적 재능’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에즈라 밀러의 연기력

현재는 마블의 인기가 높지만, DC도 한때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등 슈퍼히어로 실사 영화와 드라마로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원조 ‘스피드스터’ 히어로 플래시는 마블의 퀵실버보다도 존재감이 없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한 입지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이번 작품에서 에즈라 밀러가 보여주는 신들린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생활 논란 잡음 속에서도 제작사가 에즈라 밀러를 후속작품에 다시 기용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이 납득갈 정도. 그의 악마적 연기 재능은 코미디와 비극의 감정을 자유롭게 다루며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슈퍼맨을 대신해 등장한 슈퍼걸(사샤 카예)이 배트맨과 더불어 플래시가 극중 겪게 되는 갈등과 딜레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점도 흥미롭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필연적 교차점’이라는 결정론적 설정

최근 몇 년 사이 유행처럼 제작되고 있는 멀티버스 소재 영화 홍수 속에서 이번 ‘플래시’는 결정론에 근간을 둔 흥미로운 서사로 차별점을 구축하고 감정적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번 작품은 ‘슈퍼맨’(1978) 이래로 DC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시간 조작 에피소드이며, 물리적 법칙에 위배 됨을 알면서도 영화적 허용에 빠져 들만한 매력이 충분한 서사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과거를 바로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필연적 교차점’을 겪게 되는 메타휴먼 플래시의 인간적인 고뇌와 선택이 마음을 아프게 하며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와 배트맨 캐릭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잘 짜여진 멋진 시나리오가 이루는 앙상블 덕분에 이 영화의 톤은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어둡거나 무겁지도 않다.

솔로 무비라는 면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플래시, 배리의 캐릭터 정체성과 능력을 전혀 모르는 관객들도 관련 영화를 미리 찾아보는 부담감 없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러닝타임 144분 동안 액션, 웃음 그리고 눈물이 교차하는 웰메이드 액션 블록버스터 ‘플래시’는 앞으로 나올 DC 유니버스 작품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마무리 연출은 상당히 만족스러우며, 몇몇 장면에서는 DC팬들이 좋아할 다양하고 놀라운 이스터에그, 카메오를 확인할 수 있다. 쿠키 영상은 크레딧 맨 마지막에 1개가 있다.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플래시

원제: THE FLASH

감독: 앤디 무시에티

출연: 에즈라 밀러, 마이클 키튼, 사샤 카예, 마이클 섀넌, 벤 애플렉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4분

북미개봉: 2023년 6월 16일

국내개봉: 2023년 6월 14일 

스크린 리뷰 평점: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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