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가장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다운 비주얼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아름다운 색감 때문에 본다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미장센을 추구한다. 

1955년을 시대 배경으로 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그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영화다.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오프닝부터 경쾌하게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기차 신은 꽤 낭만적이다. 이 기차에는 평화주의자와 전쟁광을 위한 물건이 함께 실려있다. 이런 아이러니는 사막 한가운데에 파스텔 색조로 펼쳐지는 몽환적인 풍경의 도시에도 적용된다. 

메마름과 안락함이 공존하는 인구 87명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는 편집증이 연상될 정도로 가지런하게 다양하고 예쁜 오브제들이 정렬되어있다. 카메라가 이 디오라마 같은 도시를 담아내는 움직임을 멈출 때마다 화보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 평화롭고 안정적인 균형감을 깨는 하나의 장치는 느닷없는 원자폭탄 실험.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멀리서 피어오르는 방사능 버섯구름조차 아름답게 표현된다. 

낙진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애스터로이드 시티. 이곳에서는 매년 운석이 떨어진 날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를 개최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전쟁 사진작가인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먼)은 천재 천문학 꿈나무인 아들 우드로(제이크 리안)를 위해 이 사막 도시를 방문한다. 하지만, 차가 완전히 고장 나면서 온 가족의 발이 꽁꽁 묶이고 만다. 오기는 어쩔 수 없이 탐탁지는 않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장인 스탠리 잭(톰 행크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한편, 영화배우 밋지 캠벨(스칼렛 요한슨) 역시 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드)와 함께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오기와 밋지는 두 사람 모두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의 자녀인 우드로와 다이나 또한 서로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드디어 행성 궤도 관측 행사가 시작되지만, 도중에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곳에 모인 이들 모두는 엉뚱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상자를 뒤집어쓰고 우주를 올려다보며 시작되는 이 수줍음의 코미디와 로맨스 뒤에는 다채로운 캐릭터가 있다. 아내와 사별한 사진기자,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은 배우, 딸을 잃은 아버지 등 모두가 외로움을 견디고 사랑을 추구하고 희망을 염원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이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향해 분명하게 가상 도시를 무대로 한 허구의 드라마임을 알리고 시작하는 메타 시네마다. 

연극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건물, 소품, 자연환경 등은 낭만적인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튼)의 머릿속에서 세밀하게 구상된 것들. 오기와 밋지는 무대 밖으로 나가면 각각 존스 홀, 머세이디스 포드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일 뿐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시네마스코프 컬러 화면은 연극 무대를, 4:3 흑백화면은 백스테이지의 배우들과 제작진 이야기를 구분해 그려낸다. 어느 쪽이 현실이라 할 것도 없이 둘 다 연극적이다. 

카메라는 연극 무대 앞과 뒤를 번갈아 비추고 밀도 넘치는 대사가 작품 속의 작품을 일구어낸다. 무대 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나오면 배우는 흑백의 세계로 들어가 직접 작가에게 숨겨진 메타포가 뭔지 물어보는 식이다.

이 독특한 스토리텔링에는 우울감을 동반한 재기발랄한 코미디와 질서 정연한 어수선함이 있다. 비록 등장 캐릭터들에게 감정 이입할 서사가 짧은 편이지만, 각 배우의 연기력은 안정적이다.

틸다 스윈튼, 윌렘 대포, 마고 로비, 애드리언 브로디 등 호화 출연진이 대거 참여하지만, 대부분 단역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그들 덕분에 극은 한층 더 재미있어진다. 다양한 아이러니는 오히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실험적인 형태로 관객을 찾아온다. 이 영화도 어쩌면 그의 다른 영화들처럼 한 번 보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가장 웨스 앤더슨 감독다운 비주얼을 보여주며, 심미안적 고집의 절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안에는 민트 크림 소다의 청량함을 눈으로 맛보는 것만 같은 시각적 즐거움이 녹아 들어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팬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관람 후에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를 자세히 살펴 보면 재미있는 부분을 재발견할 수 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애스터로이드 시티. ⓒ유니버설 픽쳐스

 

제목: 애스터로이드 시티

원제: Asteroid City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제이슨 슈왈츠먼,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제프리 라이트, 틸다 스윈튼, 브라이언 크랜스톤,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리브 슈라이버 외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러닝타임: 105분

상영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내개봉: 2023년 6월 28일(수)

북미개봉: 2023년 6월 16일(금)

시네마 리뷰 평점: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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