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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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X 김희선 완벽 케미,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치호(유해진)는 보통사람이 보기에는 돈 줘도 못 버티겠다 싶을 만큼 가장 완벽하게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햄버거 드라이브 스루 외에는 회사와 집밖에 모르는 그의 생활 루틴은 단순하다. 심지어 정시에 딱 정해진 일을 꼭 해야만 하는 강박증까지 있다.

자기 몸까지 버려가며 과자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는 성실한 식품 연구원 치호. 그런 그가 만든 두부 과자가 히트한 덕분에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그 정도라면 중역 자리를 내주는 게 당연할 정도인 회사 최고 핵심인력이지만, 처우는 형편없다. 사회성이 부족한 탓인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기만 한다. 그나마 치호를 챙겨주려는 사람은 사장인 나르시시스트 병훈(진선규) 정도뿐. 물론 그 역시 어디까지나 자기 회사를 위해서다.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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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기 뜻대로 치호를 이용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가족인 형 석호(차인표). 전과자에 도박꾼인 석호는 동생 치호를 ATM 취급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이라는 사람이 정말 철없고 못돼먹었다. 그러함에도 치호는 형이 좋다. 결국, 치호는 형이 진 빚을 대신 갚아달라는 부탁을 거절 못 하고 대출회사까지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의 여자 일영(김희선)을 만난다. 

500원짜리 동전에서 시작된 이 행위예술의 사랑은 눈치코치 제로 치호의 순수한 매력에 반한 일영의 적극적인 리드 속에서 조금씩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잃어버린 건강을 따뜻한 집밥으로 되찾고, 결핍된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간다.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생애 최초 사랑에 눈뜬 치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고달픈 삶의 연속에서 직진만 하던 일영도 들떠있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사랑에 빠져들수록 얽매여있는 현실에 한발씩 발목을 잡히기 시작하고 둘 사이에는 안타까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이한 감독의 독보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연출과 이병헌 감독의 말맛이 살아있는 시나리오 조합이 특징인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사회성이 부족한 모태솔로 치호[75]와 딸과 단 둘이 사는 미혼모 일영[10]의 러브스토리다. 

이 작품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젊은 세대를 관통했던 추억의 트렌디 드라마 감수성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러브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코믹 로맨스 등 장르를 어떻게 부르든 근본 흥행 요소는 사랑과 웃음이다.

‘달짝지근해: 7510’은 감정을 담아내는 것에 최선을 다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르 공식에 충실하다. 그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빛난다. 클리셰 스토리지만 묘하게도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구간을 찾기 힘들다. 이한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마지막까지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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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김희선 커플 조합은 완벽하다. 엉뚱하고 웃기고 애절한 코믹로맨스에 가장 적합한 캐스팅이다. ‘포레스트 검프’, ‘조 블랙의 사랑’,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속 캐릭터들을 조금씩 연금술로 연성해 빚어놓은 듯한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으로 최근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순애를 연기한다. 

유해진은 사랑에 눈뜨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성장형 캐릭터라면 이렇게 해야한다는 표본을 보여주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특히 가장 어려운 ‘부족한 것 같지만 천재적인’ 치호의 순수함과 결핍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캐릭터의 민감한 균형점을 잘 잡아냈다. (유해진 배우는 이 영화의 음악으로 우효의 '민들레'를 추천했다.)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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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로는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이후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희선은 자기 몸에 딱 맞는 핏의 캐릭터 연기를 펼친다. 저돌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려는 여자와 힘겹게 혼자 딸을 키워오고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라는 양쪽 모습을 여전히 빛나는 발랄함과 더 완숙해진 연기력으로 그려낸다. 과거 트렌디 드라마 퀸 시절의 김희선을 극장에서 다시 만나보고 싶은 관객들이라면 이번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만 하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코미디 요소도 장점. 김밥이 좋아지는 아재개그부터 원초적인 몸개그까지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쉴 새없이 웃으며 즐거운 118분을 보낼 수 있다. 카메오로 출연하는 정우성, 임시완, 고아성 등도 웃음을 선사한다.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특히 염혜란과 유해진의 대화 장면은 뛰어난 웃음 버튼 작동 성공률을 보여준다. 다만 코믹한 장면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보니 호흡이 쪼개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주변 인물이 불러일으키는 위기와 갈등의 톤이나 강도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다름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극 전개상 필요한 장치적인 요소로만 제한 사용된 후 해소됨에 따라 전체 서사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 밖에도 치호·일영 커플의 주변을 둘러싼 캐릭터들을 연기한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정다은, 이준혁, 윤병희, 현봉식 등 모든 배우가 구멍 없는 1인분 역할을 해내는 것도 장점이다. 조금씩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완성되어가는 이 이야기를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해 연기한 배우들이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 텐트폴 영화와 대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 사이에서 개봉을 하게 된 ‘달짝지근해: 7510’은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에서 만족스러운 작품 완성도를 갖춰 별개의 고유한 흥행 경쟁 영역을 확보한 작품이다.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달짝지근해: 7510. ⓒ마인드마크

 

제목: 달짝지근해: 7510(HONEY SWEET)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무비락

심의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개봉: 2023년 8월 15일

스크린 리뷰 평점: 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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