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

- 매매가 대비 전세가 90% 넘는 주택 보증보험 가입 제외

- 피해자 주택 낙찰, 무주택 인정·임대인 세금·이자체납 정보공개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앞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90%를 넘는 주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증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 시 유의 사항을 임차인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2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 사기 방지·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악성 임대인 퇴출을 위한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 위험 계약체결 방지를 위한 전방위 정보제공 확대 등 다각적 사기 예방조치와 피해 임차인에 대한 지원 및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단속·처벌 강화책이 포함됐다.

먼저 전세 사기에서 미끼 상품으로 악용되던 보증보험 문제에 대해 정부는 가입 요건 강화로 이를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가율이 90%를 넘지 않는 주택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100%인 주택까지 보증보험 가입이 허용됐기 때문에 무자본 갭투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자는 약 24만명으로 이 중 약 25%의 전세가율이 90%를 넘는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4명 중 1명은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인을 비롯해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모의해 시세를 부풀리고 전세사기에 가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를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차단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의심사례 전수조사를 통해 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는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계약전 안심전세앱을 통해 위험계약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이 주로 찾는 신축빌라는 시세정보가 없어 전세사기 위험에 대한 사전진단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HUG의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정보를 한곳에 모아 제공한다.

안심전세앱에서는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경매낙찰률 정보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7월까지 피해가 많은 수도권부터 지방 광역시, 오피스텔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계약 후 임차인의 권리침해 사전정보도 제공한다. 계약 이후부터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하기 이전,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근저당이 보증금 보다 우선 보호돼 임차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보증금이 보호되도록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특약도 반영할 예정이다.

◆ 전세사기 피해자 낙찰 받아도 ‘무주택’· 1~2%대 저리대출 지원도

아울러, 전세사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서도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로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상품을 신설할 계획이다. 보증금 한도는 3억원이며 대출 한도는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무주택 기간이 인정되지 않아 청약 당첨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피해 임차인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5억원)이면서 전용면적 85m2 이하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임차인을 무주택자로 간주할 계획이다.

피해 회복을 위한 원스톱 법률서비스 지원도 나선다. 전세보증금 반환은 ▲권리관계 확정 ▲소송 ▲경매 등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조치 필요사항에 대한 파악도 어려워 피해 임차인이 자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청년·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의 법률 상담수요가 많으나, 창구가 분산되어 접근성도 높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국토부·법무부 합동 ‘법률지원 TF’를 통해 보증금 반환 절차를 단축하고, 법률지원 서비스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범부처 협력을 강화해 전세사기범 특별단속을 6개월 연장한다.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된 합동 특별단속 기간 동안 618건 1,941명이 검거됐고 168명이 구속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전세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단속을 6개월 연장하고, 국토부·검찰·경찰 협력도 한층 강화하여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피해자 구제 등 제도 개선 긍정적·정보공개 확대도 필요”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전세 사기 방지·피해 지원 방안에 대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사전적 모니터링과 피해자 구제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진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제도는 매매를 비롯해 전세 거래도 늘어나는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앞서 전세사기가 주로 집중된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의 전세 거래는 2022년에만 39만8,293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집계기준으로는 연립·다세대(14만2,752건), 단독·다가구(17만4,112건), 오피스텔(8만1,429건)의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3개월 전세 거래된 역전세 아파트는 ▲서울 5,309건 ▲경기 1만526건 ▲인천 2,439건에 달한다.

주택 전세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전세사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도 전세사기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 및 피해자 구제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긍정적”이라며 “90%로 전세가율을 하향해 보증제도 악용 등 모럴헤저드를 낮추거나,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 안심 전세앱 공개 등으로 조직적 전세사기나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간 시행시기 차이가 있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또 “비아파트 전세 시세와, 주택 전세가율, 전세보증금반환사고 지역 통계 외에도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추가적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며 “공인중개사의 주택 임대차 범용 계약서 강화나 특약 내용 추가 확대, 부동산등기 사건 변동 알림이나 임차 주택 경매 발생 시 배당 기일 확인이 가능한 문자나 톡 알림 등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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