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최형호 기자] 국내 주요 300대 기업에 속한 사외이사에게 연간 평균 1억원이 넘는 보수를 주는 곳은 지난 2019년 3곳에서 작년에는 10곳으로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인원도 16명에서 55명 정도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300곳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 금액도 4,880만 원에서 5,410만 원으로 10% 이상 상승했고, 전자업종은 패션업보다 배(倍) 이상 높은 보수를 받아 업종 간 사외이사 급여 수준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기업 300곳의 상근 감사 평균 보수도 작년 기준 억대 클럽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주요 300대 기업의 2019년과 2021년 사외이사 및 상근 감사 보수 현황 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300대 기업은 15개 주요 업종별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위 20개 기업씩 총 300개 상장사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300대 기업에서 활약한 사외이사 인원은 98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987명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보수와 관련해 사외이사는 크게 두 그룹으로 분류된다.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맡지 않는 일반 사외이사 그룹으로 구분되는 것. 작년 기준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는 640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65.2%를 차지했다. 2019년(61.1%) 때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300대 기업에서 활약하는 사외이사 1,000여 명에게 지급한 작년 한해 연간 보수 총액은 530억원 수준이었다. 사외이사 한 명에게 지급한 산술적인 연간 평균 보수 금액으로 살펴보면 5,410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당시 4,880만원보다 10.9% 높아진 금액이다. 이중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들은 작년 한해 1인당 평균 보수가 5,633만원으로 감사위원을 따로 맡지 않는 일반 사외이사 평균 5,094만원보다는 높았다. 지난 2019년에는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는 5,290만원, 일반 사외이사는 4,229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대기업 사외이사 타이틀을 갖고 있더라도 기업별 급여 수준은 극과 극을 달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1,000명 내외 수준의 사외이사 중 억대 이상 보수를 받은 인원은 비율은 5.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간 보수액이 2,000만원 미만인 비율은 6.6% 수준이었다.

특히 2019년 때만 해도 300대 기업 중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1억 원을 넘긴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여기에 포함됐던 사외이사 인원도 16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1.6%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년이 흐른 작년에는 10곳으로 대폭 증가했고, 사외이사 인원도 55명으로 늘었다. 억대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가 크게 많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기준으로 300대 기업의 사외이사 급여를 천만 원 단위로 살펴보면 9,000만 원대(9,000만 원~1억 원 미만) 4.9%(▲2019년 2%), 8,000만원대 11%(▲4.3%), 7,000만원대 10.5%(▲9.6%), 6,000만원대 9.4%(▲13.3%), 5,000만 원대 10%(▲12%), 4,000만 원대 12.5%(▲16.2%)로 파악됐다. 3,000만원대는 16.5%(▲19.8%)로 가장 많았고, 2,000만원대는 13%(12.5%)로 그 다음으로 비율이 높았다. 

2021년 기준 감사위원과 일반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작년 한해 총 6명의 사외이사에게 9억원 가까운 보수를 지급했다. 산술적인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4,750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사외이사 보수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1억2,240만원) ▲SK텔레콤(1억2,220만원) ▲SK하이닉스(1억1,730만원) ▲한샘(1억 1,400만원) ▲삼성물산(1억1,330만원) ▲네이버(1억580만원) ▲현대모비스(1억540만원) ▲KT(1억330만원) ▲현대자동차(1억250만원) 등도 지난해 기준 사외이사 보수 1억 클럽에 가입했다. 이와 달리 2019년 당시만 해도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2억 원에 근접하며 최고 수준을 보였던 ‘엔씨소프트’는 작년에는 8,000만 원대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주요 업종별 사외이사 보수는 전자 업종에 있는 사외이사 58명이 한 명당 평균 7,452만 원을 받아 비교적 높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에도 평균 6,811만 원으로 조사 대상 업종 중에서는 사외이사 급여 수준이 최상급이었다. 이어 유통상사 7,277만 원(▲19년 기준 6,642만 원), 석유화학 6,927만 원(▲5,534만 원), 정보통신 6,604만 원(▲6,413만 원), 자동차 6,410만원(▲5,129만원) 순으로 작년 한해 사외이사 평균 보수가 6,000만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5,000만 원대 업종군에는 금융 5,877만원(▲5,748만원), 철강 5,478만원(▲4,296만원), 건설 5,400만원(4,439만원) 순이었다.  

반면 패션 업종은 3,070만원으로 조사 대상 주요 업종 중 작년 사외이사 평균 급여액이 가장 낮았다. 지난 2019년에도 3,029만원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고무·플라스틱 업종도 지난해 평균 3,934만원으로 사외이사 보수가 3,000만원대 수준이었다. 2019년에도 3,717만원으로 3,000만원대 안에서 머물렀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은 "사외이사에게 지급하는 보수 수준은 업종과 기업 규모 등에 따라 편차가 큰 게 현실"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장차관급 이상을 지낸 거물급을 비롯해 판검사와 정부 부처에서 요직을 역임한 무게감 있는 인사들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진출하는 경향이 높아 그에 준하는 급여 대우 등을 책정하다 보니 이들의 보수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는 일본보다는 앞서있지만 미국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국내 법테두리에서는 전직 정부 고위직 출신들이 일정 조건만 맞으면 민간기업 사외이사로 진출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지만, 이사회를 견제하는 사외이사 고유의 취지를 감안하면 '방패이사'라는 오명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라도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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