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우아하다. 호수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를 보고 사람들은 “그림 같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물밑에서는 발에 땀 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데서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에 백조는 우아하게 보이는 것이다.

▲ 오승건 부장/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 ⓒ SR타임스
▲ 오승건 부장/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 ⓒ SR타임스

거대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것은 일개 빙산(氷山)이다. 빙산은 보이는 부분이 전체의 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빙산을 만났을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 즉 물속에 잠긴 부부니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 보이는 것과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만 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이는 것도 믿어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미루어 짐작하고 인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물밑에서 안간힘 쓰는 백조의 발을 보라

우리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로 부자였던 현대그룹의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은 구두가 닳는 것을 막으려고 굽에 징을 박아 신고 다녔다. 정 회장은 구두굽을 갈아가며 같은 디자인의 세 켤레 구두로 30년 넘게 신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공개된 유품에서 양쪽 엄지발가락 발톱 위치에 구멍이 난 구두가 시선을 끌어당겼다. 구멍이 뚫린 구두는 근검절약의 습관이 뼛속까지 배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사업수완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절약하는 습관이 큰 부자를 만든다.

몇 년 전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즈대회의 마지막 라운드 16번 홀에서 타이거우즈는 믿기 어려운 샷을 선보이면서 우승컵을 안았다. 수많은 언론은 신기(神技)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 기적 같은 샷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았다. 예전에 ‘골프신동’이라고 불렸던 타이거 우즈가 한 말이 있다. “나를 세계 1위라고 하지만 필드에 나와 보면 나보다 공을 잘 치는 선수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나보다 더 많이 연습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신동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19세기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사테에게 한 유명한 비평가가 ‘천재’라고 칭한 적이 있었다. 천재라는 말에 사라사테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재? 3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열 네 시간씩 연습했는데, 그들은 나를 천재라고 부른다.” 사라사테는 천재가 아니라 연습벌레였다.

나이스샷은 사람들에게 보이지만 어둠 속에서 흘리는 땀은 보이지 않는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자태를 지탱하는 것은 사실은 보기에 흉할 정도로 굳은살 박인 발이다. 37년간 한결같이 연습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대가의 노력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슈즈 속에서 온 몸을 지탱하며 바르르 떠는 발가락은 보지 못하고 연습실에서의 바이올린 소리는 듣지 못한다. 부자들의 일탈행동을 다루는 가십기사는 즐겨 찾지만 그들이 일군 부의 축적 과정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가 되고 싶거든 보이는 것의 뒤쪽에 숨어 있는 땀을 찾아내는 안목과 박수를 치는 용기를 키우고 그들에게 배워라. 부가의 가십기사를 안주 삼아 즐기기보다 그들이 부자가 된 이유를 진지하게 탐구하라.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삶을 즐겨라. 하루아침에 성공할 수는 없지만 땀 흘리는 삶을 즐기면 세월이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오승건은 누구?

20여 년에 걸쳐 소비자 분야와 미디어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 시인, 칼럼니스트, 유머작가, 리더십강사, 재테크전문가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생생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소비자문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가공·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넷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2000년부터 'a-player', 'clicat', '한국소비자원 이메일링 서비스' 등 각종 인터넷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소비자주권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소비상식사전 정말 그런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바꾼다’ '나보다 더 힘겨워하는 한 사람을 위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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