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셧다운 지시’ 양사 대표 통화 녹취파일 내용 공개

[SR(에스알)타임스 임재인 기자] 이스타노조가 투쟁 대상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에서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과 그 모기업인 애경그룹까지 확대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M&A 파기를 선언한 제주항공을 규탄했다.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에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열흘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측은 “임금체불 건 등 각종 선결조건을 포함해 8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약 15일 이내에 갚으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주장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양해각서(MOU) 체결 후 구조조정을 지시해왔다”며 “‘코로나19(우한바이러스)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청산하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과 그 가족들에게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체불 임금 해소를 강경히 주장해왔으나 전날 제주항공의 사실상 계약파기와 ’셧다운‘ 지시 사실에 투쟁 방향을 변경했다.

이날 노조는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파일 내용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3월 20일께 오간 통화에서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는 “국내선은 가능한 운행해야되지 않겠나”는 최 대표에게 “셧다운에 돌입하고 희망퇴직에 들어가야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 대표가 “희망 퇴직자에게는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이 대표는 “거래를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승객 감소도 원인에 있지만 구조조정에 몰두하며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기회를 박탈받았고, 이유 없이 전면 운항 중단이 이어지며 손실을 줄이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제주항공의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희생시켜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의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제주항공이 이원5자유 운수권을 독점적으로 배분받은 것도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에 난항을 겪는 제주항공에 대한 정책적 특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노조는 4일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 등 총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사측은 전날 밤 제주항공에 재차 공문을 보내 지난달 29일 이상직 의원의 ’지분헌납‘에 대해 설명하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공문에는 제주항공과의 M&A가 끝나면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지분 38.6%에 매각 대금 410억 원을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제주항공이 150~200억 원을 챙길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임금이 체불된 이스타항공 일부 근로자들의 “M&A만 체결되면 체불임금을 반납할 용의가 있다”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제주항공 로고 ⓒ각 항공사 로고
▲이스타-제주항공 로고 ⓒ각 항공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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