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처
▲시중은행ATM기기 ⓒ연합뉴스TV화면 캡처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재무건전성 유지 관건
중소기업 한계비중, 대부분 업종에서 상승세
금융硏 “생산적 금융, 신용위험 관리 중요”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이 기존 부동산 중심 자금을 국가전략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돌려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은 은행을 중심으로 관련 조직 신설과 중소기업 R&D 펀드 조성, 기업대출 공급 확대 등 산업 자금의 균형적 순환을 촉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가계대출 성장세 둔화 흐름 속에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343조~34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제외)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93조~9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 이 가운데 은행 중심의 ‘초혁신경제 성장지원 추진단’을 통해 부동산을 제외한 일반 중소·중견기업에 72~75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대출을 집행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은 93조원의 생산적금융 중 68조원을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에 투입한다. 그룹 차원의 관련 전담조직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대출 확대와 기업발굴·성장지원 등을 수행하는 은행 전담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84조원 규모 생산적 금융을 공급한다. 하나은행은 K-방산펀드, 중소기업 R&D 펀드 등 첨단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자금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자금 조성을 추진한다. 또한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성장산업대출’, ‘산업단지성장드림대출’ 등 상품을 신설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성장기업 지원을 위해 신보·기보 출연을 확대해 총 50조원 규모의 대출을 병행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총 73조원의 생산적 금융 공급을 추진한다. 국민성장펀드(10조원) 및 그룹 투자(7조원)를 제외한 56조원은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지원에 투입된다. 주요 구성은 ▲K-Tech 프로그램(19조원) ▲지역 첨단전략산업 육성(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11조원) ▲국가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3조원) 등이다.

정부의 9·7 대책과 10·15 대책 등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된 가운데,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맞물리며 은행권의 기업대출 중심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재무건전성 유지가 관건이다. 생산적 금융 전환이 자금 배분 효율성과 실물투자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자산구조 건전화와 정책 적합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전날 열린 ‘2026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은행 간 생산적 금융 확대 경쟁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혁신·중소기업은 사업 불확실성이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큰 만큼, 대규모 손실 발생 시 은행 건전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금융기관·시스템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계기업 비중은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024년 말 전체 외감기업에서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기업수 기준)은 17.1%로, 전년 대비 0.7%포인트(p) 올라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하회하는 곳으로, 대출 이자도 갚기 어려운 기업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말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0.6%p 오른 18%로, 대기업(13.7%)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39.4%)과 숙박·음식(28.8%), 정보통신(20.8%), 석유화학(11.1%), 전기전자(15.4%), 건설업(11.7%)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연구원은 “우량기업과 중소기업 선점(사전 리스크 최소화) 여부, 사후관리 역량 차이가 생산적 금융 확대의 성과를 가를 것”이라며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성장산업·혁신기업 관련 기업대출을 포함해 익스포저 확대에 따른 신용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산업·업종별 한도관리 강화, 집중 산업군 대상 상시 평가시스템 구축, 밸류체인 내 균형 확보, 사후관리 기능 강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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