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를 시작으로 시리즈 '블랙 미러', '더 보이즈'의 에피소드를 맡아 연출자로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꾸준히 얻어온 감독이다. 그는 프레데터 시리즈 5번째 영화 '프레이'의 연출을 맡아 코만치족 원주민과 프레데터의 대결이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그려내며 죽어가던 프랜차이즈의 인기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의 신작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다시 한번 실험적인 연출로 프레데터 시리즈의 새로운 부활에 도전한다. 이전 프레데터 프랜차이즈는 주로 인간이 프레데터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공포의 포식자' 프레데터라는 상징성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 내부 사회를 조명한다. 강자생존 규범 속에서 약자인 주인공 덱(디미트리우스 슈스터-콜로아마탕기)이 성장해나가는 주체자로서 등장해 전사로서의 자신을 증명하는 여정을 그린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야우차 종족의 젊은 전사 덱은 형 퀘이와 강한 형제애로 맺어져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왜소하게 태어난 덱은 불량품으로 낙인찍혀 동족에 의해 처형될 위기에 놓인다. 퀘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덱은 행성 겐나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불사의 크리처 칼리스크를 사냥해 야우차 전사로서의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명예를 회복해야만 하는 극한의 시험대에 오른다. 

하지만 겐나는 매우 혹독하고 위험한 환경의 행성으로, 거대 동물부터 벌레와 식물에 이르기까지 치명적인 토착 생명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덱은 절체절명의 순간 우연히 만난 다리가 없는 휴머노이드 티아(엘 패닝)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티아는 거대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로부터 연구 임무를 부여받고 겐나에 파견된 휴머노이드였다. 덱과 티아는 칼리스크 사냥과 본부 복귀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불안정한 동맹을 맺고 서로의 지혜와 육체적 능력을 합쳐 공조에 나선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시리즈의 크로스 오버 실패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세계관 확장 프로젝트가 다시 시도된다. 댄 트라첸버그 감독의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능숙한 드라마 리듬과 액션 구성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프랜차이즈 부활을 노리는 작품이다.

덱의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성장 서사는 지금까지 프레데터 시리즈가 이루지 못했던 전형성의 한계를 타파한다. 전혀 다른 종족 간의 연대가 가족애로 이어지는 극의 완성 또한 SF 액션 스릴러 장르 이상의 정서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준다. 

액션 연출 면에서는 신선하면서도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해 스펙터클한 장면뿐만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 장르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전율과 긴장감을 안겨준다. 미스터리한 생명체 버드 그리고 티아와 동일 모델인 휴머노이드 테사의 등장은 이야기를 한 번 더 비틀어주면서 지루함 없이 엔터테이닝에 충실한 서서 전개에 일조한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은 티나와 테사의 1인 2역을 연기한 엘 패닝이다. 그녀는 수다스럽고 코믹한 모습과 냉혹함이라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 성을 동시에 소화해내며 극을 완벽하게 이끈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은 잔인무도한 전통적인 프레데터 캐릭터에 감정과 가족극 요소를 도입하는 모험을 시도한다. 비인간적 존재를 정서적으로 변화시켜 감정과 선택을 가진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압도적 공포감'이라는 시리즈만의 정체성은 다소 약화됐다.

그 대신 이 작품에는 엘 패닝의 재기발랄한 연기력과 디미트리우스의 호소력 넘치는 감정 변주에 힘입어 '데드풀과 울버린' 같은 버디 필름 감성이 새롭게 채워진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연기 케미스트리와 콤비 플레이가 펼쳐지는 작품이 완성됐다. 특히 후반부 웨이랜드 유타니 기지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유머가 담긴 엘 패닝의 액션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덱의 성장을 상징하는 외형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초반에는 기괴한 크리처 공포감과 기계적 냉혹함이 강조된 전통적인 프레데터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후반에는 겐나 행성 생태계에 완벽하게 적응한 생존자이자 최고의 사냥꾼으로 진화해 새로운 가족과 함께 고향 땅에 다시 선다.

이번 작품은 프레데터 시리즈의 신선한 서사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만족감을 안길 작품이다. 다만, 살육이 난무하던 기존 프레데터 스타일을 기대했던 팬에게는 등급 제한적인 표현 수위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제작사인 20세기 스튜디오는 국내 200만 관객을 동원한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통해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부활을 예고했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또한 같은 흥행 성공의 길을 걷게 된다면 마지막 장면에 암시되는 또다른 가족 비극사의 후속작도 곧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프레데터: 죽음의 땅'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목: 프레데터: 죽음의 땅(Predator: Badlands)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감독: 댄 트라첸버그

출연: 엘 패닝, 디미트리우스 슈스터-콜로아마탕기 외

개봉: 2025년 11월 5일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평점: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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