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성공적 귀환, SF 호러의 정수를 함축한 마스터피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많은 창작자들은 로마 건국 신화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왔다. 특히 암늑대가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 젖을 먹이는 '카피톨리나 늑대상'은 로마의 상징이다.

고대 로마 신화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이 청동상의 이미지를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그대로 이어 받아 SF 호러 안에서 형제적인 서사로 재탄생했다.

폐쇄 공간에서 외계 생명체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블 데드’, ‘맨 인 더 다크’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했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이기도 한 그는 제작을 맡은 원작자 리들리 스콧과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시리즈의 정통성을 확보해 나갔다. 또한 ‘에이리언 2’로 에이리언 액션을 완성한 제임스 카메론의 조언을 받으며 시리즈 1편과 2편 사이에 놓인 이번 작품을 1.5편으로 완벽하게 완성해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웨이랜드 유타니'의 우주 식민지 잭슨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레인(케일리 스패니)은 태양빛이 있는 행성 이바가로 떠나려고 시도하지만, 회사와의 계약조건이 바뀌면서 꿈이 좌절된다. 

아버지의 유품이라 할 수 있는 합성인간 동생 앤디(데이비드 존슨)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전 남자친구 타일러(아치 르노)와 그의 여동생 케이(이사벨라 머세드) 그리고 합성인간에 적대적인 비요른(스파이크 펀), 우주 파일럿 나바로(에일린 우)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들은 버려진 우주기지 르네상스의 로물루스에서 9년이 걸리는 행성 이동에 필요한 동면 포드를 구해 식민지를 탈출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는 기지 메인 시스템 ‘마더’에 접속할 수 있는 합성인간 앤디도 필요했다. 순조롭게 우주 기지에 도착한 일행은 동면 포드를 찾아내지만, 연료가 부족한 상태. 그러나 다행히 기지 내 냉각실에 연료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들은 그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냉각실로 향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가장 완벽한 형태로 돌아온 에이리언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1979년과 1986년 사이에 이미 가장 완벽한 형태로 SF호러 장르를 완성한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부활시킨 작품이다. 먼저 그 시대를 풍미한 퓨처리즘의 미학을 충실히 재현한 프로덕션 디자인은 1.5편의 위치에서 시리즈 사이의 간극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준 H.R. 기거의 다크 호러 섹슈얼리즘, CG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을 채우는 애니메트로닉스만의 리얼리즘 그리고 시리즈의 시그니처인 제리 골드스미스와 제임스 호너의 OST까지 무엇 하나 빠짐 없는 시리즈에 대한 존경이 가득하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 전반의 흑막인 초거대기업 웨이랜드 유타니의 식민지 행성 노동자 자녀들이 주인공이다.

전작들이 전문적 지식을 갖춘 훈련된 어른 중심인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10대 혹은 20대 젊은 청년들이 태양 빛도 볼 수 없는 어두운 미래에서 탈출하려는 과정에 놓인 예기치 못한 위협을 그린다. 그래서 세대의 이야기, 사회구조의 이야기, 인종의 이야기도 함께 내포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작품은 오프닝부터 1편의 오마주가 그대로 담겨 있다. 또한, 2편의 해병대 액션을 포함해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 6편의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존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렇게 이번 작품을 설명하게 되면 반드시 기존 시리즈를 봐야만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이 영화는 분명 너무나도 훌륭하게 과거 시리즈를 모두 계승하고 있지만, 기존 작품을 미리 챙겨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작을 안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스탠드 얼론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입장벽은 제로에 가깝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향한 러브레터 답게 정말 많은 오마주가 등장하지만, 당장 따로 정주행하며 공부할 필요는 없다. 전작들은 시간이 날 때 천천히 보면서 오마주와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면 그만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새로운 여전사로 등극한 새 얼굴 '케일리 스패니어'

이 작품은 뛰어난 익숙함의 기승전결 서사와 80~90년대 시대적 SF호러의 정수를 함축한 마스터피스다.

디즈니는 ’스타워즈‘를 살려내는 것에는 힘겨워 하는 중이지만, ’에이리언‘ 시리즈만큼은 부활을 성공시켰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꺼져가던 '프로메테우스 불씨'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피날레 장면에서는 다음 작품에 대한 엄청난 기대감을 팬들에게 안겨준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캐릭터의 활용이다. 정말 클래식하며 클리셰적인 활용이지만, 오히려 정통성을 계승해 21세기 '리플리'인 여전사 '레인'이라는 캐릭터를 세상에 내놨다.

여기에 지금까지 시리즈를 관통해온 문제적 존재인 합성인간에 대해서도 앤디라는 캐릭터를 통해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신화를 접목, 회사의 명령과 남매애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서스펜스 장치의 한축을 담당하도록해 영화의 서사 밀도를 높인다.

새로운 여전사 레인 역의 케일리 스패니어와 합성인간 앤디 역을 맡은 데이비드 존슨의 극을 이끄는 압도적인 연기력은 이 작품의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전작 ‘맨 인 더 다크’에서 보여줬던 천재적인 한정된 공간 속 밀실 공포 스릴러 연출을 이 작품에서도 멋지게 구사하며 캣 앤 마우스 스릴러의 정점을 보여준다. 고도의 점프 스케어 연출을 곳곳에서 과하지 않게 폭발시키며 공간의 변주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최고의 SF호러 연출을 보여준다.

페이스허거, 체스트버스터의 신체 침투 공포, 완벽한 유기체로 불리는 제노모프의 지능적인 무자비함이 가득한 SF 공포 서바이벌 스릴러의 정수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현시대 최고의 상업 영화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P.S. '에이리언' 1편 오프닝에는 '물먹는 새' 장난감이 나온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에도 이스터 에그 소품으로 등장한다. 숨겨진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일 것 같다. 또한, 초반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면 오리지널 '블레이드 러너'의 사이버 펑크 분위기도 포함되어 있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판 '블레이드 러너'도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에이리언: 로물루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목: 에이리언: 로물루스(Alien: Romulus)

수입/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감독: 페데 알바레즈

출연: 케일리 스패니, 데이비드 존슨, 아치 르노, 이사벨라 머세드, 스파이크 펀, 에일린 우

제작: 리들리 스콧

개봉: 2024년 8월 14일

상영시간: 119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평점: 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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