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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기업 자금조달 과정에서 활용되는 '풋옵션(매도청구권)'이 다시 자본시장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특정 조건 충족 시 투자자가 보유 지분을 정해진 가격으로 되팔 수 있도록 하는 이 권리는, 본래 기업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조정하고,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장치로 이해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엔터 업계에서 체결된 일부 계약이 경영진 개인의 이해관계와 결합하며 시장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이 제도의 취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브 창업자 방시혁 의장이 외부 사모펀드(PEF)와 체결했던 주주 간 계약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는데요.
방 의장은 상장 실패 시 투자자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제공하는 대신, 상장 성공 시 투자 수익 일부를 배분받는 구조를 마련했습니다. 계약은 실제 상장 이후 작동했고 방 의장과 투자자 모두 높은 수익을 얻었지만, 같은 시기 시장에서 거래한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계약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논란이 법적 책임을 넘어 정보 비대칭과 시장 신뢰 문제로 확장된 이유입니다.
◆ '위험을 나누기 위한 안전장치' 풋옵션
풋옵션은 원래 사모투자(PE)나 인수·합병(M&A) 협상 과정 등에서 폭넓게 활용돼 온 일반적 계약 장치입니다.
다만 기업 가치가 유형 자산보다 브랜드·아티스트·IP와 같은 무형 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상장 시점이나 기업가치가 뚜렷하게 확정되지 않은 산업에서는 이 장치의 활용도가 특히 높았는데요.
스타트업이나 엔터·콘텐츠 기업처럼 경영자 개인의 역량과 의사결정이 기업 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투자자와 경영진 사이에서 '누가 어느 위험을 부담할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산업에서는 상장 이전 단계에서 풋옵션이 회수 리스크를 조율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이 같은 구조는 기업 가치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거나 상장 시점이 유동적인 성장 단계 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외부 자본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회수 가능성'을 요구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도 유사한 활용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외부 자본을 유치할 당시 향후 재상장이나 매각 일정이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가 일정 가격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했습니다. SK온 역시 전략적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IPO 시점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의 지분 매각을 허용하는 풋옵션 구조를 검토한 바 있죠.
이처럼 풋옵션은 본래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공정하게 나누는 제도적 안전장치'로 기능해왔습니다.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은 하이브에서 체결된 해당 계약이 풋옵션의 본래 취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 방시혁 계약 구조, 논란은 '정보 비대칭'
하이브가 외부 자본을 유치하던 2018~2019년, 방시혁 의장과 일부 사모펀드(PEF) 사이에서는 상장 성패에 따라 위험과 보상의 구조가 달라지는 주주 간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9년 당시 하이브는 원래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확장 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상장 추진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상장이 일정 기간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 의장이 해당 PEF 보유 지분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해야 했고, 반대로 상장 이후 투자자가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경우에는 그 수익의 일부를 방 의장이 배분받도록 한 조항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상장 실패 시 손실은 방 의장이, 상장 성공 시 이익은 투자자와 방 의장이 공유하는 구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계약은 2020년 10월 하이브가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실제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뉴메인PE 등은 상장 이후 일정 시점에 지분 매각을 단행하며 원금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수익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방 의장 역시 관련 계약에 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시된 바 없으며, 이는 시장과 업계 분석을 토대로 한 수치입니다.
이 구조가 논란으로 이어진 지점은 정보 접근성의 차이에 있습니다. 사모펀드와 방 의장 사이의 계약 내용은 당시 상장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투자설명서에도 기재되지 않았습니다. 상장 기대감으로 주식에 참여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직후 주가 조정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 계약이 사전에 설계된 이해관계 구조에 따라 이익과 위험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분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 "풋옵션은 '리스크 분담'이었다"
반면 하이브 측 입장은 다릅니다. 당시 하이브는 BTS 단일 매출 구조,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대규모 인수 추진 등으로 기업 가치 변동성이 컸고, 상장이 실패할 경우 방 의장은 상당한 규모의 지분을 높은 가격으로 되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습니다. 즉, 방 의장 역시 리스크를 감수한 계약이었으며, 상장 성공과 글로벌 확장은 결과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였다는 것인데요.
하이브 측은 '상장 계획을 숨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맥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2019년은 BTS의 군 복무 변수와 단일 아티스트 매출 구조, 코로나19 충격 등이 겹치면서 기업가치가 확정되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BTS의 글로벌 성장세가 지금과 같이 확실히 증명된 시점은 아니었는데요. 이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지분 매각을 희망했지만,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상장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 회사 내부에서도 상장, 해외 신규 투자, 대규모 인수 등 여러 시나리오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다.
또한 이스톤PE가 유일한 투자자가 된 배경에 대해 회사는, 같은 시기에 미국계 PEF 두 곳과 일본계 투자자도 실사를 진행했지만 BTS 군 복무 변수와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으로 인수를 포기했다고 전했습니다.
풋옵션 구조 역시 사모펀드 측에서 제안된 조항이었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의 기업가치 변동성과 상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 실패 시 방 의장 개인이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풋옵션)을 요구했고, 반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에는 일정 비율의 차익을 공유하는 언아웃(earn-out) 조항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이브 측은 "이는 방 의장이 리스크를 감수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방 의장이 수천억 원을 챙겼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시장에서 알려진 약 4,000억원이라는 수치는 스틱과 다른 펀드들의 수익 배분액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며, 그 가운데 방 의장 개인에게 실제 귀속된 몫은 약 1,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해당 금액 역시 유상증자 참여와 주택 구매 등에 사용됐으며, 현금화 목적의 대규모 매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브는 이 논란을 '사익 취득'의 문제로 단정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해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만약 상장이 실패했다면 방 의장은 사모펀드 지분을 높은 가격에 되사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였다"며 "결과만 보고 특정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보호예수 구조와 맞물린 시장 신뢰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호예수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기존 투자자의 대량 매도를 제한해 주가 급변을 막고, 그 기간 동안 주요 주주가 회사 가치 제고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장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보호예수가 느슨하거나 없을 경우 상장 직후 수익 실현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시장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을 보호예수 제도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정보우위에 있는 기존 주주들의 불공정행위를 전부 막아낼 순 없다"며 "(방시혁 의장의)'측근 펀드' 논란은 제도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시장 참여자 간 정보 접근성의 격차와 공시 체계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문제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규제로 모든 리스크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효율적이기에 어느 정도 시장참여자들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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