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심우진 기자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심우진 기자

"히로세 스즈 등 신뢰하는 배우들과 4명의 각본가 시선으로 만든 옴니버스 작품"

"스파이크 존즈, 미셸 공드리,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에게 영감 얻어"

"'초속 5센티미터' 실사화…원작 존중 바탕으로 인간적 표현 최대한 살려 연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엣 더 벤치'를 연출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은 일본 젊은 세대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그는 칸영화제에서 '마이 선샤인'으로 주목받은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과 형제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작가로는 2011년 제34회 사진 신세기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 이후 2016년 제47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사진 부문을 수상하여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밖에도 2021년 스페이스 샤워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비디오상을 받은 요네즈 켄시의 '感電', 유튜브 1억뷰를 돌파한 '체인소 맨' 주제곡 'KICK BACK'을 비롯해 호시노 겐의 '不思議' 등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으며 넘치는 재능을 가진 젊은 예술가로서의 천재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그는 올해 10월 10일 일본에서 개봉 예정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초속 5센티미터' 실사 영화 연출을 맡아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을 만나 영화 '엣 더 벤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난 4월 제12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이후 다시 내한한 이유는

지난번에 한국 관객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 굉장히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제작 의도 등을 잘 전달한다면, 한국 관객분들이 더 심도 있게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자청해서 배급사 쪽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Q. 5편의 에피소드가 있는 옴니버스 영화로 구성한 이유가 있다면

영화 속 벤치는 사실 제가 어렸을 때 자주 앉았던 벤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소중한 곳이라 벤치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전부 제가 각본으로 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시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본 벤치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총 4명의 각본가 시선으로 바라본 벤치를 이번 영화에 담았습니다.

벤치의 매력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했고요. 같은 장소에서 찍었지만 마치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구성을 하고 싶어서, 이번에 이런 옴니버스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Q. 한 장소에서 촬영하는 제약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

제가 원래 제약이 있는 장소에서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그리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아쉬운 부분은 없었어요. 다만,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다 보니 벤치에 여러 가지 표현을 해 줘야 했어요. 각본뿐만 아니라 날씨에도 굉장히 신경을 써서 찍었습니다. 

예를 들면, 1편과 5편은 같은 각본가가 썼고 약간 노을 지는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2편은 따뜻한 날씨에 햇빛이 비치는 낮 풍경입니다. 3편은 비가 온 뒤 서서히 맑아지는, 악천후 뒤의 느낌을 담았고 4편은 좀 기묘한 에피소드라 흐린 날씨로 설정했어요.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날씨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고, 그런 의도를 철저하게 반영해서 촬영했죠.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심우진 기자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심우진 기자

Q. 영화 시작부터 빈티지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사진작가의 감각과 경험이 영화에는 어떻게 반영됐나 

제가 사진작가, 뮤직비디오 감독, 광고 감독으로 일하면서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됐던 부분은 팀워크를 의식하면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원들과의 소통 등을 어떻게 할지 프로세스를 그동안 많이 다져왔습니다. 사진 작업은 스태프 수가 적긴 하지만, 이런 경험을 십수 년간 쌓아온 덕분에 이번 영화 작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약동감 있는 사진의 매력은 개연성이나 스토리를 초월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를 뛰어넘어 순간을 포착하는 강점이 있죠.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 순간을 해석하는 역할이니까요. 그래서 사진 작업을 할 때는 약동감을 많이 살리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10분에서 2시간 정도로 기므로 굳이 약동감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았어요. 광고나 뮤직비디오, 사진에는 대화가 없잖아요. 그래서 대화가 주가 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실 중고등학생 때부터 학생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15~16년 정도 경력이 되다 보니,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광고 같은 영상 작업을 거쳐 이제야 영화라는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과 이번 영화도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딱히 현장이 달라졌다고 해서 불안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매체가 달라져서 작업 프로세스나 스태프 규모는 조금 다르겠지만, 제가 연출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요. 결국, 사진이냐 영화냐 혹은 짧은 영상이냐 긴 영상이냐 하는 출력물의 차이일 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Q. 관객에게 등장인물의 내밀하고 개인적인 대화를 엿듣는 기분을 넘어서 벤치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질문과 같은 연출 의도가 있었습니다. 롱테이크로 촬영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돌발 상황이나 해프닝 같은 것들을 편집으로 잘 살려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특히 1편과 5편은 배우들의 뒷모습을 찍었기 때문에, 촬영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카페에서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는 듯한 감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죠. 1편이 이렇게 시작되면서 2편부터 5편까지도 계속 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사를 또렷하고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반드시 현실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말을 술술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말하면서 더듬거나 망설이는 부분이 살아있는 것이 인간의 매력이자 현실감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배우들의 발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Q. 벤치 철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도화된 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다

사람은 역시 뭔가를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몰랐다가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그것에 대해 애착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죠. 부재로 인해 오는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게 이 영화의 의도입니다.

저도 이 벤치가 곧 철거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서둘러 영화로 남기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소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속 벤치는 아직 그대로 있습니다.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Q. 청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다면

여러 작업을 하면서 저와 신뢰 관계가 있던 분들을 우선적으로 캐스팅했습니다. 1편과 5편을 가장 먼저 찍었는데, 그때는 이 두 작품이 5부작 에피소드의 시작이 될 거라는 계획조차 없었어요. 일단 '먼저 찍어보자'라는 마음으로 가장 믿고 신뢰하는 두 분에게 섭외를 요청했습니다. 바로 히로세 스즈 씨와 나카노 타이가 씨 두 분입니다. 

이번 영화는 대화가 중심이다 보니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저는 이 두 분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목소리만으로도 설득력이 있죠.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되었던 에피소드라 아마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만 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라디오 드라마처럼요. 그래서 목소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 두 배우분에게 출연을 부탁드렸습니다.

에피소드별 캐스팅에 대한 의도는 제 마음속에 분명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1편과 5편은 드라마 각본가인 우부카타 미쿠, 2편은 꽁트를 주로 쓰시는 하스미 쇼 작가의 각본입니다. 3편은 연극 각본을 쓰는 네모토 슈코 작가가 맡았습니다. 각본가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서로 달라서, 각본마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고요. 그 개성과 결을 고려해, 캐스팅도 그것에 맞게 아주 신중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2편 '쌓여가는 초밥'은 자칫하면 콩트처럼 보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대사를 대사처럼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게 됐습니다. 키시이 유키노, 오카야마 아마네 배우님이 그런 연기를 아주 잘 해주셨죠. 

그 옆에 이상한 아저씨 역할은 아라카와 요시요시 배우에게 부탁했어요. 조금 이상한 인물이긴 한데, 아라카와 배우 자체가 현실감보다는 약간 부유하는 듯한, 독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역할을 너무 리얼하거니 진지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맡으면 오히려 어색하고 가짜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미 이상한 캐릭터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훨씬 자연스럽게 표현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아주 잘 맞았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3편 자매 에피소드는 두 배우가 치열한 연기를 보여줬다. 일반적인 일본 영화와는 조금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는데

영화의 5가지 에피소드에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녹아 있습니다. 3편은 겨울에 촬영한 에피소드인데, 실제로 천둥도 치고 비도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진행되었죠. 저희는 소규모 제작 영화라 스태프 텐트가 하나밖에 없었어요. 근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텐트가 날아가기도 하고 현장이 굉장히 어수선했습니다.

촬영 1~2주 전에 대본 리딩을 하면서 배우들에게 감정 표현의 강도를 조정해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어요. 배우분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감정 표현을 해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또, 실제로 보이는 장면은 15분 정도지만, 여러 각도에서 찍다 보니 15분짜리 테이크를 10번 이상 반복해서 찍어야 했습니다. 체력 소모가 상당했을 겁니다. 또한, 몸을 움직이면서 감정 표현을 하다 보면 대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감정과 몸의 움직임이 어긋나면 대사가 잘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두 배우는 감정, 몸의 움직임, 대사가 모두 잘 연결되는 걸 보고 연기력이 정말 뛰어난 배우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엣 더 벤치' ⓒ도키엔터테인먼트

Q. 1편과 5편은 샌드위치 구성이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저 나름대로 리얼리티 라인을 생각해서 순서를 정했습니다. 1편과 5편은 현실적인 대화 톤이 강해서 처음과 끝에 배치했습니다. 이 두 에피소드는 연작 형식으로 연결해서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편은 이상한 아저씨가 나오는 조금 엉뚱한 에피소드입니다. 3편은 홈리스 언니가 나오고 4편은 SF로 흘러갑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점점 픽션으로 나아가다가 마지막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리듬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벤치도 또 하나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벤치의 뒷모습이 오히려 정면이라고 생각해요. 뒷모습을 찍어야 벤치의 표정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편과 5편에서는 벤치의 뒷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극장을 나왔을 때 현실과 연결되는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아마 1편보다 5편에서 두 주인공의 연기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셨을 거예요. 그건 4편이 극단적인 픽션이기 때문입니다. 픽션의 정점을 찍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5편의 두 주인공이 마치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것처럼 더 자연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각본을 쓴 4편은 픽션 요소가 많지만, 영화 속에서 메이킹 촬영 현장처럼 보이도록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촬영 현장이 마치 또 다른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 속 메이킹 필름과 5편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의도한 부분도 있습니다.

Q. '마이 선샤인'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과 형제인데 같이 협업한 영화를 만들 계획도 있는지

동생과 공동 연출을 한 적은 없지만, 광고 작업은 함께했습니다. 제가 감독을 맡고 동생이 촬영이나 조감독으로 참여하는 식이었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함께 공동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다만, 저희 형제가 지향하는 바가 좀 달라서요. 광고 촬영 현장에서도 의견 차이 때문에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모든 스태프가 저희 싸움을 구경하기도 했거든요. (웃음) 그래서 공동 연출을 하게 되면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상에서는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같이 밥 먹고, 드라이브 가고, 영화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작품의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 

1991년생인 저는 어렸을 때부터 위성 방송으로 MTV를 보고 자랐습니다. 부모님께서 시끄럽다고 하시면 음소거를 하고 보곤 했죠. 그때 '음악이 없어도 볼 수 있는 영상'과 '음악이 꼭 있어야 하는 영상'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상만으로도 매력이 충분한 작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당시 MTV에서 활동하던 스파이크 존즈, 미셸 공드리, 조나단 글레이저 같은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 창작 활동 영감의 뿌리라고 할 수 있죠.

또 그 시절에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이 생기면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표현에 대해 깨닫게 됐고, 저의 창작 요소로서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각본을 쓴 4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른 존재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이죠.

▲'초속5센치미터' ⓒTOHO
▲'초속5센치미터' ⓒTOHO

Q. '초속 5센티미터' 실사 영화 연출을 맡아 올 10월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원작자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또 빛의 표현이나 미장센 등 원작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은데 본인만의 연출 포인트가 있다면

사실 '초속 5센티미터'를 실사화하면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께서는 "오쿠야마 감독 팀에서 잘 만들어 주십시오"라는 이야기 정도만 하셨어요. 제작 관련해서는 신카이 감독님과 논의된 부분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사 영화 연출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움직임이 누군가 그려야만 생기지만, 실사 영화는 실제로 숨 쉬는 인간이 연기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행동을 담을 수 있죠.

저는 배우들의 무의식적인 표정, 작은 몸짓, 말을 할 때 생기는 망설임이나 여백 같은 것을 최대한 포착하려 했습니다. '엣 더 벤치'의 작업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이번 실사 영화에도 많이 활용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 움직이는 반면, 실사 영화에는 우발성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원작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표현들을 최대한 살려보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손짓 같은 제스처도 무의식에서 나오는 행동인데, 이런 부분들이 실사 영화에서만 가능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영화 중 인상 깊게 본 작품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스태프나 배우가 있다면

봉준호, 이창동, 박찬욱 감독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님들이시고, 일본에서도 팬이 많습니다. 특히 '기생충', '박하사탕', '오아시스', '버닝', '올드보이' 같은 작품들을 좋아하고, 저도 이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 감독님께서 이상일 감독님의 일본 영화 '유랑의 달'에 참여하신 적이 있는데, 저도 언젠가 꼭 이분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해 보고 싶은 배우는 배두나 배우님입니다.

Q. 끝으로 한국 관객분들에게 '엣 더 벤치'의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벤치는 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애착이 가는 장소입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소중한 장소나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 잊고 지냈던 추억의 장소에 다시 찾아가 보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대화를 건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여러분의 일상에 그런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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