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요시자와 료(왼쪽)와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배우 요시자와 료(왼쪽)와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하마사키 신지 감독 "웃음과 진지함, 달라 보이지만 같은 장르"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인 요시자와 료. 그가 뮤지컬 코미디 영화 '배뱀배뱀뱀뱀파이어'의 연출을 맡은 하마사키 신지 감독과 함께 지난 7월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 참석했다. 

요시자와 료는 이 작품에서 18세 동정 소년 리히토(이타가키 리히토)의 피를 원하는 450세 뱀파이어 모리 란마루 역을 맡아 원작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캐릭터와 코믹한 연기로 열연을 펼쳤다. 국내 개봉을 앞둔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에서는 홀로 가부키 세계에 뛰어든 타치바나 키쿠오로 분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미디 연기에서 진중한 정극 연기까지, 뛰어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요시자와 료는 일본 차세대 스타 배우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영화 '배뱀배뱀뱀뱀파이어'의 요시자와 료와 하마사키 신지 감독은 영화제 기간 중 내한해 BIFAN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인기 만화 원작의 이번 작품을 실사화하며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Q. BIFAN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소감은

요시자와 료: 한국에 배우 일로는 처음 왔는데 공항에서 기다리며 말을 걸어주는 팬들이 있었습니다. 저와 이 작품을 알아봐 주시는구나 싶어서 기뻤죠. 우리 영화가 BIFAN에서 매진됐다고 들었는데 일본 코미디를 한국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됐었습니다.

하마사키 신지: 5년 전에 BIFAN에 초청됐지만 코로나19 시국이라 영화제에 직접 오진 못 했어요. 실제로 BIFAN에 참석한 건 처음입니다. 티켓이 매진되고, 많은 사람이 찾아 주고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Q. 두 사람은 영화 '한번 죽어 봤다' 이후 두 번째 호흡인데, 소감은

하마사키 신지: 이전에도 현재도 요시자와 료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입니다. 매번 부탁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5년 전에 작업을 했을 때는 존재감이 전혀 없는 그런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정말 강한 캐릭터를 부탁했죠. 이렇게 완전히 다른 캐릭터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아닐까 합니다.

요시자와 료: 코미디를 찍을 때 현장에서 제일 즐거워하는 분이 감독님입니다. 감독님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틀리지 않았구나. 이게 정답이야'라는 생각이 들죠. 현장에서 그런 감독님을 보면 항상 안심됩니다. 감독님은 광고를 많이 찍었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이해가 높고, 영상에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코미디적 요소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셨죠. 영화 퀄리티를 어떻게 높여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는 감독님이기에 작품을 할 때마다 굉장히 큰 기대를 해요.

Q. '배뱀배뱀뱀뱀파이어'는 18세 동정의 피를 원하는 뱀파이어 란마루가 동정인 리히토의 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뱀파이어의 스테레오타입과 차이가 있는데

하마사키 신지: 기존에 많은 작품들이 뱀파이어를 다뤘지만, 18세 동정을 노리는 뱀파이어는 처음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 때문에 영화에서는 우리가 잘 알던 뱀파이어가 아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길 원했죠. 

물론 뱀파이어라는 설정이니 무서운 부분은 무섭게, 재미있는 부분은 또 재미있게 살려서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 일본 역사에서 보면 모리 란마루라는 인물이 있어요. 뱀파이어가 아닌 역사 속 인물을 우리가 조금 바꿔서 뱀파이어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했는데, 그 부분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인물을 요시자와 료 배우가 너무 잘 연기해 줬다는 점입니다. 뱀파이어 캐릭터를 작업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어요.

▲배우 요시자와 료. ⓒBIFAN
▲배우 요시자와 료. ⓒBIFAN

Q. 450세 뱀파이어의 캐릭터 설정이 궁금하다. 또 모리 란마루를 표현하기 위해 비주얼적으로 신경쓴 부분은

요시자와 료: 란마루는 450세이지만 외모는 25살에 멈춰 있는 캐릭터입니다. 만화 원작 속 캐릭터의 외모를 제가 똑같이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450세인데 겉모습은 25살인 뱀파이어를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화면에 나올지 고민을 깊게 했어요. 

외적으로는 예쁘게 나올 수 있게 신경을 썼습니다. 내적으로 보자면 란마루는 450년을 살아온 인물이잖아요. 그 때문에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객관화해서 보는 느낌이 있습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별로 놀라지도 않죠. 그런데 18세 리히토라는 캐릭터에게는 마음을 일직선으로 줍니다. 때문에 란마루는 리히토 이외의 사람들에 관해서는 뱀파이어 입장에서 무시하는 느낌으로 대하고, 리히토에게는 완전히 인간다운 면을 보여주는 차이를 두고자 했습니다.

Q. 요시자와 료 배우는 '킹덤', '도쿄 리벤저스', '배뱀배뱀뱀뱀파이어'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이런 작품들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요시자와 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 질문을 듣고 보니 제가 만화 원작의 작품을 많이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만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가 해당 작품의 팬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하게 할 수 없어'라는 마음이 작용할 때가 많아요. (웃음) 원작 만화에 대해 존중을 하고 있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게 그런 기회가 많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Q. 한국에는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인 것 같다. 만화가 원작인 작품의 연기에 차별점이 있다면

요시자와 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웃음) 원작보다는 어떤 작품이든 대본에 충실해서 연기하려고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차별점이 있다면 비주얼적인 부분입니다. 만화 원작 속 캐릭터를 표현했을 때 과연 내게 어울릴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죠. 만약 제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 머리카락 길이나 생김새 같은 것들을 최대한 위화감 없게 만들고자 합니다.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차이점이라고 봅니다.

하마사키 신지: 만화 원작이 있더라도 요시자와 료 배우가 어떻게 인물을 이해하고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가가 영화에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Q. 전작 '한번 죽어 봤다'에서도 요시자와 료 배우가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4차원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두 가지 면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떻게 연기하고, 또 연출하려고 했는지

요시자와 료: 사실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코미디 연기를 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야 할 경우 속도감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이 속도감을 어떻게 살릴지에 포인트를 많이 뒀어요. 너무 과장되면 관객들이 '저게 뭐야'라며 뒷걸음을 칠 수 있어요. 따라서 속도의 차이가 너무 심해지지 않게 조절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굉장히 과장된 장면이더라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죠. 저희끼리는 진지한데 밖에서 봤을 때는 웃긴 것이 코미디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코미디 연기는 정말 어려워요. 그러함에도 코미디 작품을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해서 늘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마사키 신지: 요시자와 료 배우 얘기와 비슷할 수 있는데, 심각한 장면에서 웃음으로 전환이 되는 건 마치 파도가 치는 것과 같습니다. 파도치기 전후처럼, 그만큼 분위기가 다르다는 뜻이죠. '배뱀배뱀뱀뱀파이어'는 105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진지함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장면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파도의 높음과 낮음의 차이를 잘 만들기 위해 배우들에게 진지하게 연기해 달라고 했어요. 어떤 장면이든 진지하게 연기하면 우리가 재미있게 담아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했을 때 차이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Q. 하마사키 신지 감독은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나

하마사키 신지: 굉장히 좋아합니다. 코엔 형제 감독이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잖아요. 그분들도 진지한 작품부터 코미디까지 필모그래피가 다양하죠. 아마 저는 그분들이 코미디를 잘 알기 때문에 진지한 부분도 잘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드 필립스 감독도 '행오버'를 찍고 '조커'를 만들어냈어요.

웃음과 진지함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분들이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두 개가 같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웃으면 저도 즐거우니까요.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재미있는 부분에서 반응을 해주면 굉장히 기쁩니다.

▲배우 요시자와 료(왼쪽)와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배우 요시자와 료(왼쪽)와 하마사키 신지 감독. ⓒBIFAN

Q. 극 중 인물과 동명인 리히토 배우와의 연기 호흡과 작업은

요시자와 료: 몇 년 전에 대하 드라마 '청천을 찔러라'에서 같이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연기자가 엄청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서로 잠깐잠깐 만난 게 다였어요. 이번에 다시 함께 연기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화를 보면 란마루가 리히토에 대한 애정이 아주 크잖아요. 실제 리히토 배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웃음)

하마사키 신지: 정말이지 그런 남자 배우는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설정도 너무 잘 맞게 연기해 줬어요. 화면 앞에 있는데 정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처럼 보이더군요. 사실 '배뱀배뱀뱀뱀파이어'는 리히토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없다면 성립이 안 되는 영화입니다. 란마루가 리히토를 그렇게 열심히 노리는 걸 관객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이 영화에 리히토 배우가 출연해 줘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영화가 잘 살았다고 봅니다. 리히토는 '일부러 찾아봐도 없는 캐릭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배뱀배뱀뱀뱀파이어'를 보게 될 한국 관객분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면 

요시자와 료: 여러 작품을 가지고 해외 영화제를 다녀봤는데, 가 보면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웃음이 나오는 때가 많이 있었어요. 일본에서 보면 굉장히 진지한 부분인데 해외 관객들은 재미있다고 웃는 것을 보고 '여기서 왜 웃지?'라는 생각도 많이 했죠. 그래서 한국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얼마나 웃을지 솔직히 상상을 못 하겠어요. 

개인적으로는 뱀파이어 헌터와 함께 둘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액션 속에 코미디가 있는 멋있는 신이죠. 그 장면의 온도차에 대해 한국 관객분들께서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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