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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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시중은행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넓혀왔던 해외 채널을 동유럽, 중앙아시아까지 확장하고 있다. 최근 동유럽·중앙아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따른 전후 재건사업과 국내 기업의 진출로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해외 시장의 보폭을 보다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은행권은 지점 개설을 계획하며 영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 기존 유럽·중앙아시아 법인, 비중 적고 은행별 편차 커

현재 시중은행은 유럽·중앙아시아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으나 실적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은행별로 이익 편차가 큰 편이다. 유럽신한은행은 작년 말 순이익이 130억3,200만원으로 전년(102억500만원) 대비 2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유럽 지역 내 독일과 러시아에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독일KEB하나은행의 순이익은 113억3,200만원으로 전년(99억400만원) 대비 14% 상승했다. 러시아KEB하나은행 역시 작년 말 기준 순이익이 179억9,200만원으로 전년(154억7,600만원)보다 16% 성장했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의 유럽 지역 해외법인 성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우리은행(독일)은 2023년 말 13억2,900만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말 51억4,900만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러시아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말 순이익은 80억9,100만원으로 전년(120억6,000만원) 대비 33% 떨어졌다. 최근 우리은행은 폴란드에 진출해 독일, 런던 지점과 함께 ‘유럽 삼각편대’를 완성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러시아에서 동유럽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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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폴란드 진출로 동유럽 채널 확대

올해 4월 우리은행은 유럽 지역의 전략적 거점 확대를 위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폴란드 지점을 개설했다. 폴란드가 K-방산 등 국내 기업 진출 확대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등으로 금융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첫 번째로 지점을 설립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2023년 말부터 준비에 착수한 이후 지난해 7월 폴란드 감독 당국의 지점 시설 인가를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기업과 시중은행들은 폴란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폴란드는 동·서유럽과 모두 맞닿아 있는 유럽의 생산기지이자 물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따른 재건사업의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폴란드의 지정학적 이점과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IBK기업은행이 연내 폴란드 현지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또한 하나은행은 연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독일법인의 폴란드지점을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체코, 헝가리 사무소의 기보유 동유럽 네트워크 정보 공유를 통해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폴란드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따른 영업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르샤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다수 기업 현지 법인들이 진출해 있다. 정치·경제·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폴란드 전역의 고객기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폴란드는 다른 동유럽 국가와 비교해 빠른 경제 성장과 기술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폴란드는 지난 2004년 5월 1일 정식 EU 회원국으로 진입한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월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는 2004년 대비 2022년 GDP가 약 2배 증가했다. 폴란드의 경제 개방,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 EU 구조 기금, 인적 자원 개발 등의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정보기술(IT) 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의 IT 산업은 GDP의 약 8%를 차지하며 유럽의 디지털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폴란드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등 디지털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신한금융, 중앙아시아 교류 확대

폴란드와 더불어 최근 은행권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카자흐스탄의 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신한은행이 카자흐스탄을 핵심 사업장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 작년 말 순이익(1,030억7,500만원)은 전년(686억9,500만원) 대비 50% 성장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우즈베키스탄과 폴란드 진출 의지도 내비쳤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작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추가 진출을 고려하는 해외지역으로 “동유럽 쪽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등 3곳을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진 회장은 이달 9일부터 사흘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주요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현지 금융당국의 주요 관계자와 면담을 가진 후 귀국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는 중앙아시아에서 다양한 교류 확대를 통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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