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제조업 고정이하여신 금액·비중 최대
내수부진·관세전쟁·고환율…선제적 건전성 관리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하나은행의 제조업 대출의 부실 규모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부진, 통상 불확실성, 고환율 등 ‘삼중고’로 제조업 체감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은행이 부실대출을 줄이고 우량대출을 늘려 건전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조업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제조업 부실여신 규모를 1년 전보다 축소한 내실 경영 행보를 벤치마킹(benchmarking)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제조업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7,2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101억원)와 비교하면 2.7%(197억원) 증가한 액수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고정이하여신이 많을수록 고객에게 빌려준 돈에서 은행이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제조업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2,293억원(1년 전보다 21.3% 증가)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1,882억원(1년 전보다 9.1% 감소) ▲국민은행 1,790억원(1년 전보다 9.4% 감소) ▲우리은행이 1,333억원(1년 전보다 14.4% 증가) 등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은행별 제조업 대출 크기를 감안하면 하나은행의 이 같은 대출 연체 규모는 한층 두드러진다. 하나은행의 전체 제조업 대출은 64조1070억원으로, 이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0.4%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의 비중은 0.2%대를 기록했다.
◆ 제조업, 부실여신 증가…“경기 위축 여파”
조사대상 은행 모두 제조업 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증가했다. 증가폭을 보면 신한은행이 지난 2023년 63조8,389억원에서 지난해 말 71조6,361억원으로 12.2% 늘면서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같은 기간 우리은행이 47조7,405억원에서 53조5,130억원으로 12.0% 증가했고, 국민은행이 54조170억원에서 60조1,381억원으로 11.3% 늘어났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59조1,921억원에서 64조1,070억원으로 8.3% 늘어나 가장 작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하나은행이 새롭게 내주는 제조업 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실한 차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제는 제조업 체감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7~24일 국내 1487개 제조 기업을 상대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분기 국내 제조 기업의 매출 현황 BSI는 77로 전분기 87보다 10포인트(p) 하락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고 답한 곳이 늘었다는 의미다. 매출 현황 BSI가 80을 밑돈 건 2023년 1분기(75) 후 이번이 처음이다. 2분기 매출 전망 BSI도 95로 100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상호관세 정책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제조 기업의 경쟁력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량이 줄게 되고 달러수익이 감소할 경우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미국 상호관세 발표가 다가오고 탄핵 심판 선고는 늦춰지면서 지난달 말 1,470원 안팎까지 올랐고, 이달 9일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자 1,484.1원(오후 3시 30분 기준가)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국내 제조업 전반이 관세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업종은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업종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고 탄핵정국 속에 더뎌진 내수회복을 고려하면 제조업 대출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산 리밸런싱에 초점을 맞추고 여신영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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