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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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투명 경영 위한 이사진 구성 주요 안건…본업 강화·신사업 투자도

경기 불황 속…오너에 '희생'과 '경청'의 자세 요구도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3월 식품·유통업계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이사회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책임·투명 경영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본업 강화·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업계 불황을 타개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내수부진에 밸류업하기 어려운 만큼 올해 주총에서는 오너에게 주주를 향한 희생과 경청의 자세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20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롯데하이마트·신세계·GS리테일·호텔신라를 시작으로 ▲21일 농심·하이트진로 ▲24일 롯데쇼핑 ▲25일 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CJ제일제당·아모레퍼시픽그룹·LG생활건강·한화갤러리아·현대홈쇼핑 ▲26일 롯데지주·동원F&B·BGF리테일·삼양식품·CJ·오뚜기·이마트·KT&G·현대백화점 ▲27일 대상 ▲28일 CJ프레시웨이 ▲31일 코웨이·현대지에프홀딩스 등이다.

​이날 주총을 연 신세계·GS리테일·호텔신라는 주주들에게 본업 경쟁력 제고와 신성장동력을 통해 수익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했다.

​박주형 신세계 대표는 이날 주총서 백화점업의 경계를 넓혀 광주·송도 등 대규모 복합개발 준비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는 이날 주총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GS리테일은 사업모델 고도화를 위해 DX와 AI 활용 분야에 전사적인 투자를 감행할 것임을 내세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다양한 브랜드·상품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 수익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또, 주총서 노인 주거 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이 승인됐다.

4대 유통그룹인 롯데·CJ·현대백화점그룹과 이마트는 사내외이사 선임과 기업제고계획 공시 등을 통해 책임·투명경영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안건을 상정했다.

롯데그룹의 유통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4일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지주·롯데웰푸드·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 등 4곳 회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데, 이중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직은 연임하지 않는 대신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에 5년 만에 복귀한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로 몸살을 앓은 이후 올해 초부터 자산재평가·효율화·매각 작업에 총력을 내고 있는 가운데 수익 부진세인 롯데유통군을 신 회장이 진두지휘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CJ그룹은 사외이사에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대정부 소통을 제고해 사업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은 25일 사외이사 후보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그룹의 지주사인 CJ는 26일 주총서 신규 사외이사에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와 문희철 전 국세청 차장 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CJ프레시웨이는 28일 안일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이마트는 26일 주총에서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와 경제개혁연대의 권고적 주주제안을 일부 수용해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개의 건(주주제안)을 상정했다. 이 안건은 이마트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보완해 재공시하고 그 이행 현황을 분기마다 공시하도록 이사회에 권고하는 내용이다. 소액주주 소통과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현대홈쇼핑은 25일 주총서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자 현대홈쇼핑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26일 현대백화점 주주총회에선 정지영 대표이사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31일 주총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이사회 선임 안건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된 가운데 경기 불황 속에서 더욱이 오너·경영진의 책임·투명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가 워낙 어렵다보니 사즉생, 살신성인 등을 내세우며 오너들이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라며 "기업의 수지가 악화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다보니 더욱 오너들의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밸류업도 그동안 소액주주를 무시하면서 진행된 면이 있으나 이제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올해 주총은 소액주주까지 생각하는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불안의 시대 속에서 누가 불안을 없애 주겠나, 오너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 말고 희생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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