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강제규 감독이 시대의 영웅들을 그려내는 방식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델을 선보여왔던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1947 보스톤’은 아직 제대로 독립 국가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던 한국을 대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시대의 영웅들을 그린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 2시간 29분 19초 마라톤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금메달리스트 손기정(하정우)은 슬픈 표정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묘목으로 가린다. 결국 그는 조선총독부에 육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나라와 이름을 빼앗긴 설움을 견디고 마침내 해방을 맞이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란했다. 남북이 나뉜 상황은 자식을 북에 두고 온 손기정에게 큰 불행이었다. 그러던 1946년 손기정은 서윤복(임시완)과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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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복은 생업에 치이면서도 제2의 손기정이 되겠다는 마라토너의 꿈을 간직하고 있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손기정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자 크게 실망한다. 그런 서윤복을 다잡아준 것은 남승룡(배성우). 남승룡은 서윤복이 타고난 마라토너임을 알아보고 선수로 키우는데 앞장 선다. 손기정의 마음속에서 사그라든 투지의 불꽃을 다시 지펴낸 것도 그였다. 

한편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난민국 처지에 공식 기록까지 전무한 조선이 출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손기정과 인연이 있던 존 켈리 선수의 도움으로 초청장을 겨우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운동화 한 켤레 살 돈 없는 그들이 막대한 재정보증금을 마련하는 것 또한 보스턴행의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마침내 서윤복 선수, 손기정 감독, 남승룡 코치라는 최고의 마라톤 트리오가 탄생했고 그들은 드디어 보스턴에 도착한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레이스에 참가하려던 그들은 또다른 난관에 봉착한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은 해방 이후 완벽하게 국가 체재를 갖추지 못했던 1947년의 혼란스러운 한민족 시대상과는 상반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세 명의 영웅을 안정적인 스토리 안에 담아낸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인 실화를 소재로 스포츠물만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라인을 접목했다. 전형적인 인간승리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가세해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그중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주축이 되는 캐릭터는 단연 임시완이 연기한 서윤복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격정적인 장면 대부분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주역인 서윤복을 조명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특히 후반부 접전을 벌이는 대회 클라이맥스 장면은 텐션을 높이는 OST와 감정을 들끓게 하는 임시완 배우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체지방 6%에 도달할 만큼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그의 몸만들기 성과도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여기에 더해 다혈질 마초 지도자로 분해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하정우와 든든한 지원자이자 팀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나서는 배성우의 연기가 극의 탄탄한 뒷배가 되어준다. 감초 역할을 하는 재정보증인 백남현 역 김상호와 박은빈 또한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외국인 출연진의 부자연스러운 연기, 조연들이 환호하는 장면 등 감정적 과잉이 드러나는 부분은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일 수 있다. 또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플래시백 장면이나 교차편집 부분들에서는 신선한 연출이 아쉽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그러함에도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마라톤을 소재로 장시간에 걸친 레이스를 담담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카메라에 담아낸 연출력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권투나 격투기 같은 격렬한 액션이나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스포츠 종목의 영화임에도 후반부를 중심으로 단단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 또한 장점이다.

크나큰 고통을 겪었고 그리고 또 겪게 될 1947년의 한반도. 그 시대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 세 명의 위대한 영웅에게 바치는 이 작품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7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1947 보스톤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제목: 1947 보스톤(ROAD TO BOSTON)

감독: 강제규

출연: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김상호 외

특별출연: 박은빈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미시간벤처캐피탈㈜, ㈜콘텐츠지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지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빅픽쳐

크랭크인: 2019년 9월 9일

크랭크업: 2020년 1월 21일

러닝타임 : 108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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