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영화적 재미만 골라 담은 시속 320km 체감형 4DX 팝콘 무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그란 투리스모’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중 GT 레이싱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게임이다. 1997년 발매된 첫 번째 게임만 1,000만 개 이상, 시리즈 전체로는 총 9,000만 개 넘게 팔렸다. 현재는 소니가 공동 개발한 AI가 탑재된 7편까지 발매된 상태. ‘포르자’ 시리즈와 함께 레이싱 게임계의 양대 타이틀로 군림하고 있다.

영화‘그란 투리스모’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와 GT-R의 닛산이 합작해 8,000만 ‘그란 투리스모’ 게임유저 중 최상위권 게이머들을 선발해 진짜 레이싱 드라이버로 만든다는 파격적인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닛산 마케팅부 소속 대니 무어(올란도 블룸)은 넓은 강당에 임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설득에 열을 올린다. 게임기나 만지작거리는 게이머들을 진짜 서킷 위에서 달리게 하자는 것. 제정신인가 싶지만, 의외로 윗선에서는 ‘GT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승인한다. 회사 홍보와 자동차 판촉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대니 무어는 즉시 풋내기 게이머들을 진짜 레이서로 만들 트레이닝 코치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업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한 이 황당한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연락 리스트 맨 마지막에는 (절대 연락하지 말아야지! 했던) 잭 솔터(데이빗 하버)만 남는다. 그는 한때 정말 잘 나가는 실력 좋은 정상급 레이서였지만, 지금은 일개 정비공으로 전락해 현재 소속된 팀 안에서도 퇴물 취급을 받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나보지만, 돌아온 답변은 “방구석 겜돌이를 시속 320km 로켓에 태우겠다고?”였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오직 '그란 투리스모'만 생각하는 '방구석 겜돌이'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에게 아버지 스티브(디몬 하운스)는 참다못해 한소리 한다. 제발 현실을 살라는 것. 어려운 집안 형편에 카레이싱 선수는 그저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골 게임방에서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GT 아카데미 선발전 참가자격을 얻게 됐다는 것.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때마침 잭 솔터도 자존심을 팍팍 긁는 오만한 팀 레이서에게 화가 나 냅다 GT 아카데미에 합류한다. 이 괴팍한 조련사는 잔 마든보로를 포함한 햇병아리 레이서 후보들에게 "너희에게 자격이 없다는 걸 증명하겠다"면서 사정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혹독한 훈련 과정에서 살아남은 잔 마든보로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며 프로 레이서로 데뷔한다. 그러나 게이머 출신인 잔 마든보로에게 현실 레이싱의 세계에는 냉혹했다. 그는 과연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포디엄에 오를 수 있을까.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영화 ‘그란 투리스모’는 게임보다 더 게임 같은 드라마틱한 실화를 다룬다. '드래곤 볼' 같은 소년만화 서사에 사용하는 전형적인 대립, 갈등, 성장, 우정, 모험, 사랑, 승리 요소가 전부 들어있다.

변주는 없다. 클리셰를 명확히 정석대로 따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다. 모터스포츠는 언제나 슈퍼히어로급 레이서들의 승리 신화를 만들어 왔다. 아일톤 세나가 그랬고 미하엘 슈마허 또한 그 뒤를 이었다. 이제는 잔 마든보로가 언더독의 승리라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있던 게이머 출신 천재 레이서의 역전 드라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 갇혀 살던 재야의 고수가 지도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부활극이 함께 하는 기승전결은 거짓 없이 선명하게 가슴 속 본능을 자극한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닐 블롬캠프 감독에게 10년 넘게 ‘디스트릭트 9’ 후속작 만들 생각은 안 하고 갑자기 뜬금없이 웬 모터스포츠 영화를 들고 나왔냐고 볼멘소리할 겨를도 없다. 지금까지 나온 ‘드리븐’, ‘포드 V 페라리’,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 레이싱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4DX 특수관에서 관람한다면 최상의 영화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엔진음과 서킷을 달리는 진동 그리고 운전석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실제 주인공인 잔 마든보로는 이 영화에서 직접 스턴트 레이서로 참가해 본인 대역 연기를 펼쳤다. 게임과 현실을 뒤섞는 장면 등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CG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면서 카레이싱 장면 대부분은 실제 촬영본을 사용해 현장감을 그대로 살렸다. 또한, 소니 베니스 2 카메라에 리알토 익스텐션을 장착해 비좁은 공간 안에서 실제로 운전하는 듯한 현실감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하는 게임 오프닝 테마곡 ‘Moon Over the Castle’ 대신 케니 G의 ‘Songbird’, 엔야의 ‘Orinoco Flow’가 유머 포인트가 돼 웃음을 주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모터스포츠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영화일 수 있다. '그란 투리스모'는 복잡한 작품성은 접어두고, 단순명료한 오락성 연출에 집중한 영화다. 누구나 쉽게 극 속에 몰입해 즐길 수 있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롤러코스터 블록버스터라는 평가가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그란 투리스모. ⓒ소니 픽쳐스

 

제목: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BASED ON A TRUE STORY)

제공/배급: 소니 픽쳐스

감독: 닐 블롬캠프

출연: 데이빗 하버, 올란도 블룸, 아치 매덱, 대런 바넷, 제리 하리웰, 이상헌, 디몬 하운수 외

개봉: 2023년 9월 20일

러닝타임: 134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스크린 리뷰 평점: 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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