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자이언트’ 리뷰, 투명한 푸른빛으로 불타는 재즈 [심우진의 S.R.]

가장 뜨겁게 빛나는 뮤지션들의 성장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누계 판매 1,100만 부가 넘은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청년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만화가 ‘소리가 들려오는 만화’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이번 작품은 ‘재즈로 만든 스펙터클 액션 영화’라고 할만하다. 연주 장면에서는 매력적인 재즈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동화 연출로 관객을 마음을 붉은 태양보다 뜨거운 푸른빛으로 불타오르게 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오는 밤,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테너 색소폰을 불며 연습하는 남자가 있다.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자가 되겠다며 스스로에게 암시를 거는 그의 이름은 다이. 그는 재즈를 향한 끝없는 섀도복싱을 하고 있었다. 다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쿄로 상경해 동창인 슌지의 자취방에 머문다. 그렇게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재즈를 향한 꿈을 불태우는 다이의 도쿄 생활이 시작된다. 

다이는 어느날 소니 스팃의 곡을 틀어주던 재즈카페 사장의 소개로 재즈 라이브를 보러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멜로디 라인으로 연주하는 실력파 재즈 피아니스트 유키노리를 만난다. 

처음에는 겨우 3년이라는 짧은 연습기간 밖에 없는 다이를 무시하던 유키노리. 하지만 다이의 색소폰 연주를 듣고는 분한 마음이 들 정도로 그의 타고난 재능에 깜짝 놀란다. 급기야 마음이 맞게 된 두 사람은 ‘재스(JASS)’라는 이름의 재즈 밴드를 결성한다. 그러나 갑작스레 제대로 된 드러머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

그때 드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보 슌지가 다이에게 영향을 받아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밴드에 합류한다. 유키노리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열정 하나만으로 드럼을 두드리던 슌지. 결국 피나는 노력 끝에 알음알음 1인분을 해나가기 시작하는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면서 밴드는 서서히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다. 

마침내 재즈 플레이어라면 누구라도 꿈꾸는 No.1 재즈 바 ‘소 블루(so blue)’의 무대도 꿈이 아닌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갑자기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밴드는 위기에 놓인다.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일단 마음 먹은 것은 실행해 보이는 돌격형 캐릭터 다이, 또래 중 가장 냉철한 브레인을 소유한 캐릭터 유키노리, 재즈에 빠져들면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주는 캐릭터 슌지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펼쳐내는 드라마를 통해 열혈 왕도 만화와 같은 순수한 재미를 안겨준다. 

'명탐정 코난: 제로의 집행인',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등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 성장 이야기로 러닝 타임을 풍성하고 뜨겁게 채운다.

음악감독인 우에하라 히로미는  보스턴 버클리 음악원 출신으로 그래미상 수상 재즈 피아니스트다. 그의 4집 'SPARK'는 미국 빌보드 재즈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뉴욕 ‘블루 노트’ 13년 연속 공연 등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참여한 만큼 ‘퍼스트 노트(First Note)’, ‘뉴(N.E.W.)’, ‘위 윌(WE WILL)’ 같은 이 영화만의 오리지널 곡들이 들어있는 OST는 완성도가 뛰어나다. 나긋하게 일렁이는 윤슬 같은 멜로디부터 요동치는 정열의 불꽃 같은 파워풀한 퍼포먼스까지 경험할 수 있어 누구라도 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다만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는 2D 작화 파트는 훌륭하지만, 연주 장면의 3D 모델링 연출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단점이다. 그러함에도 러닝 타임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라이브 신에서는 음악과 연출의 뛰어난 조합으로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순간들이 이어진다.

재즈를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관객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음악 영화다. 사운드에 특화된 작품인 만큼 가급적 돌비애트모스 관에서 보는 것이 좋다. 2시간 동안 귀가 행복해지는 영화라 음악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푯값이 아깝지 않을 영화다. 마지막에는 쿠키 영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