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야심차게 닻을 올린 우리카드 박완식 사장이 이끄는 배가 순항할지 의문이다. 첫 취임 하루 뒤인 이달 24일 우리은행 차기 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꾸려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박 사장이 거론된 것이다.
형식과 절차상 하자는 없다. 그러나 우리카드가 문제다. 전임 김정기 사장 역시 지주가 여는 자추위가 구성되지 않아 퇴임을 하고도 2개월을 유임했다. 상법(제386조)상 새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 이사의 권리의무 연장이 가능하기에 억지로 우리카드를 이끄는 불편한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자추위 위원장인 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덩달아 우리카드 새 사장 추대가 연기됐던 까닭이다.
우리카드는 올해 가야할 길이 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총자산 규모도 키워야하고, 독자 결제망 구축을 통한 수익증대 방안에 골몰해야 한다. 본연의 사업인 신용판매 규모를 늘리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단계적 계획 수립도 필요할 것이다. 업황이 좋지 않은 내수시장보다는 할부금융이나 결제 등에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율 상승억제 정책과 테크기업들의 간편결제시장 진출,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 국내 카드사를 둘러싼 시장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리카드는 불안하다. 이런 측면에서 박 사장의 리더십이 기대된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영업 총괄그룹장을 맡아 은행 영업을 기획, 추진하고 채널 전략을 수립하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했다. 주로 개인·기관영업을 맡아 ‘영업통’으로 평가 받았다. 박 사장은 우리은행 상무 직급이었던 2020년 개인그룹장을 맡았다. 개인그룹장은 은행 영업점을 총괄하는 자리로 줄곧 부행장이 맡았던 보직이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체제에서 가장 파격적이었던 인사로 꼽힌다. 경영능력이 검증된 사례다.
우리카드를 생각한다면 박 사장이 떠올려야 할 사자성어는 선공후사(先公後私)다. 공적인 일을 먼저하고 사사로운 일을 뒤로 돌린다는 뜻이다. 박 신임 사장으로선 금융지주라는 테두리 안에서 행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이다. 은행원 출신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경영 역량이 우리카드로 이끌었다면, 사사로운 영예보단 현 직분(職分)에 충실해야 한다. 은행이 1등 자회사지만 카드 역시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우리카드 직원들이 언제까지 비어있는 사장실을 바라봐야 하나.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1등 카드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도 시간은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