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이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된다. 올해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가석방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다. 7월 시작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강도가 8월 들어 더 높아지며 더블딥(일시적 경기 회복 뒤에 찾아오는 침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0.7%를 기록했던 경제 성장률이 3분기 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대면 경제활동 위축으로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더 악화될 것도 불보듯 뻔하다. 게다가 최근 물가상승에 내년부터 더 오르는 최저임금(9,160원), 연내 대출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열되면서 우리의 주력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공룡’ 인텔이 최근 34조원을 투자해 세계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업체 인수 추진에 나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속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는 미국에 6개 공장을 짓는 등 올해부터 3년간 11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TSMC를 따라잡겠다는 2위 삼성전자의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됐지만, 사면이 아닌 만큼 운신의 폭은 제약이 따른다. 다만, 의사 결정 등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동안 오너 공백 탓에 미뤄졌던 대규모 투자 등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굵직굵직한 투자는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발표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인 하만(9조3,000억원) 인수 후 끊겼던 조 단위의 인수합병(M&A)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 힘써야 한다. 법무부가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킨 만큼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삼성을 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인재 유입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형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삼성의 핵심 경영철학인 ‘사업보국’(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며 기업은 국가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 ‘인재제일’(인간은 존중하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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